역대상 3:1 - 4:43 강해설교
끊어지지 않는 계보, 이어지는 구속사—다윗의 집과 하나님의 손길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주님의 말씀 앞에 함께 모이신 여러분을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역대상 3장부터 4장까지는 단순히 인물의 이름을 나열한 족보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속에는 하나님의 언약이 어떻게 시대를 관통하며 한 인물에서 다음 인물로 이어지는지, 그 정교하고도 신실한 섭리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하나님의 손길은 중단되지 않고, 인간의 실패와 혼란 속에서도 구속사의 계보는 정확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 말씀의 흐름 속에서 우리 자신의 이름도 그 줄기 안에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다윗 왕의 자손들—언약의 씨앗이 이어지다
역대상 3장은 다윗의 자손들을 기록하는 계보로 시작합니다. “다윗이 헤브론에서 낳은 아들들은 이러하니 맏아들은 암논이요…”(역대상 3:1)로 시작해, 바벨론 포로 시대 이후까지의 자손들이 언급됩니다. 이 계보는 단지 다윗 왕의 가족사나 정치적 가문의 흐름을 적은 것이 아닙니다. 이 계보는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주신 언약, 곧 “네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사무엘하 7:16)는 약속의 실현 과정을 구체적으로 증거하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특히 바벨론 포로기 이후에도 계보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언약은 인간의 실패나 역사적 재난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성취된다는 깊은 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요시야의 아들 여고냐’는 바벨론에 사로잡혀 갔지만, 그 자손들인 스알디엘과 스룹바벨은 다시 귀환하여 성전 재건에 중심 인물이 됩니다(역대상 3:17~19). 이는 단절된 듯 보였던 구속사의 흐름이 다시 살아나는 장면이며, “그가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다시 일으키리라”(아모스 9:11)는 예언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언약은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어두워지기도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윗의 자손을 통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그 언약의 절정이며, 오늘 우리 또한 그 계보의 은혜 안에 참여한 자들입니다(마태복음 1:1).
유다의 자손들—믿음의 가문, 신앙의 토대를 이룬 사람들
역대상 4장으로 넘어가면 유다 지파의 다른 자손들이 등장합니다. 다윗의 계보가 중심에서 다루어졌다면, 이제는 보다 광범위한 유다 지파의 민족적 계보가 이어집니다. “유다의 아들들은 베레스와 헤스론과 갈미와 훌과 소발이라”(역대상 4:1). 유다 지파는 이스라엘 민족 가운데서도 가장 중심적인 지파로, 신앙과 정치, 제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이 유다 자손들 가운데서 다양한 도시와 지역의 창건자들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갈멜 땅의 시합은 옷을 만드는 가문이고(역대상 4:21), ‘야베스보다 존귀한 자’ 야베스는 기도하는 사람으로 언급됩니다(역대상 4:9). 이는 유다 지파가 단지 왕의 후손만이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하나님 앞에 쓰임 받았던 신실한 백성들의 공동체였음을 보여줍니다.
믿음은 가문을 형성하고, 가문은 시대를 형성합니다. 유다의 자손들이 거쳐간 삶의 자리는 단지 땅의 경계가 아니라, 믿음의 문화와 하나님을 경외하는 영적 전통이 형성된 장소들이었습니다. 우리 또한 지금 살아가는 자리에서 가정과 교회, 사회 가운데 믿음의 계보를 잇는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야베스의 기도—이름 없는 자의 이름을 하나님이 높이심
역대상 4장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야베스’입니다. 그는 계보 속에 뜬금없이 등장하여, 그러나 깊은 기도의 내용을 남기고 있습니다. “야베스는 그의 형제보다 존귀한 자라 그의 어머니가 이름하여 이르기를 내가 수고로이 낳았다 하였더라.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아뢰어 이르되…”(역대상 4:9~10).
야베스(יַעְבֵּץ)의 이름은 ‘슬픔’ 혹은 ‘고통’이라는 뜻입니다. 어머니는 고통 가운데 그를 낳았고, 그의 존재는 어찌 보면 인생의 시작부터 어두움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내게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하였더니 하나님이 그 구하는 것을 허락하셨더라”(역대상 4:10).
야베스의 기도는 신앙인의 본질을 가장 단순하고 강력하게 드러냅니다. 그는 자신의 연약함과 슬픔을 인정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하나님의 손을 구합니다. 여기서 ‘도우사’라는 말은 히브리어 ‘야드’(יָד, ‘손’)와 연결된 표현으로, 하나님의 실질적 개입과 보호, 인도하심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손이 우리 위에 있다는 것은 곧 그분의 의도와 능력이 우리 삶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하나님은 이 기도를 ‘허락하셨더라’—히브리어로 ‘아사’(עָשָׂה, ‘이루다, 행하다’) 하십니다. 이것은 단지 듣기만 하신 것이 아니라, 그 기도를 행동으로 응답하셨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야베스는 누구보다도 인생이 어두웠지만, 기도를 통해 그의 이름은 존귀한 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방식입니다. 하나님은 이름 없는 자를 들어 쓰시고, 고통을 기도로 바꾼 자를 그의 역사 속에 기록하십니다.
시므온 지파의 역할—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하여
역대상 4장 후반에는 시므온 지파의 족보가 이어집니다(역대상 4:24 이하). 시므온은 본래 야곱의 두 번째 아들이며, 창세기에서 그의 후손은 분노와 폭력의 이미지로 묘사되곤 합니다(창세기 49:5~7). 그러나 이곳에서 시므온 지파는 매우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축과 양식을 따라 새로운 땅으로 이주하며, 그 땅을 점령하고 살아가는 개척자적 신앙의 모범을 보입니다(역대상 4:39~43). 그들은 ‘하나님이 그들을 도우사’(역대상 4:41), 그 지역 주민을 쳐서 멸하고, 대대로 그 땅에서 거주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하나님 나라가 어떻게 이 땅 위에 구체적으로 이루어져 가는지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계보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땅을 차지하고,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공동체의 실천적 모습입니다. 이름만 있고 행함이 없는 신앙이 아니라, 땅을 밟고 경작하고 싸우며 하나님의 통치를 실현하는 신앙입니다.
이것은 곧 교회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교회는 단지 건물이나 조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이 땅 위에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시므온 지파의 이 모습은 우리가 어디에서든, 어떤 조건에서든 믿음으로 하나님의 땅을 확보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영적 메시지를 줍니다.
마무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눈 역대상 3장부터 4장까지의 말씀은 단지 이름을 열거하는 족보가 아닙니다. 그 이름 속에는 하나님의 약속과 사람들의 응답, 은혜와 심판, 기도와 행함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다윗의 자손을 통해 이어지는 언약의 줄기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안겨주었고, 야베스의 기도는 우리의 고통이 믿음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계보를 잇고 계십니다. 그분은 언약의 흐름 속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새기고 계십니다. 하나님 나라의 계보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도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여러분의 가정과 교회, 삶의 자리에서 오늘도 하나님의 언약을 따라 살아가십시오. 야베스처럼 기도하시고, 시므온 자손들처럼 믿음으로 땅을 밟으십시오. 그러면 그 이름은 하나님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주님의 계보 안에 있는 것을 기뻐하며, 그분의 뜻을 이루는 복된 삶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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