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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이서 강해 1–4절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하라

샤마임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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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하라: 사랑의 근원과 실천

요한일서 4장 7절부터 12절은 사도 요한의 사랑의 신학이 절정을 이루는 대목입니다. 그는 단순히 사랑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근원이 하나님이심을 밝히고, 그 사랑이 어떻게 우리에게 나타났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사랑을 받은 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가르칩니다. 이 본문은 단지 윤리적 권면이 아니라 신학적 고백이자 실천적 부르심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난 사건이며, 우리가 서로 사랑함으로써 하나님의 임재가 증명된다는 신비롭고도 실제적인 선언입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깊이 묵상하며, 그 사랑을 따라 사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붙들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곧 하나님을 세상에 드러내는 통로임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기를 원합니다.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며 하나님으로부터 납니다

사도 요한은 7절에서 이렇게 권면합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께로 나서 하나님을 알고." 이 말씀은 단순한 감정의 유대를 넘어, 사랑의 근원이 하나님이시며, 사랑의 실천이 곧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사랑'(ἀγάπη, 아가페)은 헬라어로서 조건 없는,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의미합니다. 이 사랑은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에서 흘러나온 것입니다.

'하나님께 속한 것'(ἐκ τοῦ θεοῦ ἐστιν, 에크 투 테우 에스틴)이라는 표현은 사랑의 본질적 근원이 하나님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이나 공로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사랑을 부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께로 나서’라는 표현은 거듭난 자, 곧 성령으로 새롭게 된 자가 자연스럽게 사랑을 실천하게 된다는 영적 원리를 설명합니다. 이는 단지 도덕적 노력이나 이상적인 인간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에서 비롯된 삶의 열매입니다.

요한은 이어서 8절에서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고 단언합니다. 이 구절은 기독교 신학에서 매우 중요한 본문 중 하나로, '하나님은 사랑이시다'(ὁ θεὸς ἀγάπη ἐστίν, 호 테오스 아가페 에스틴)라는 선언은 하나님의 본질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하나님의 속성 중 하나가 사랑이 아니라, 하나님 존재 자체가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지 않는 자는 설령 신학적 지식이나 종교적 열심이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을 진정으로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안다'(γινώσκει, 기노스케이)는 헬라어로 지식 이상의, 인격적이고 체험적인 관계를 의미합니다. 하나님을 안다고 고백하는 자는 반드시 사랑으로 그분의 본성을 드러내야 합니다.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요한은 9절과 10절에서 하나님의 사랑이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적 사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임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 여기서 '나타난 바 되었다'(ἐφανερώθη, 에파네로데)는 동사는 하나님의 사랑이 눈에 보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드러났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 즉 성육신과 십자가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독생자'(μονογενῆ, 모노게네스)는 그리스도의 유일무이한 신성을 강조하는 단어로,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 아버지의 유일하신 아들이며, 우리를 위한 구원의 길이심을 나타냅니다. 그분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단지 모범을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죄 가운데 죽어가는 우리를 살리기 위함이었습니다. 10절은 그 사랑의 본질을 더욱 선명히 보여줍니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여기서 '화목 제물'(ἱλασμός, 힐라스모스)은 구약의 제사적 배경을 지닌 용어로, 죄의 형벌을 대신 감당하고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단절을 회복시키는 희생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선행이나 의로움 때문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 나타났습니다. 초대교부 이그나티우스는 이 대목을 해석하며 “하나님의 사랑은 말로 설명되지 않고 피로 입증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 흘리심은 사랑의 최종적 표현이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변함없는 의지를 증명하는 사건입니다.

사랑의 실천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심이 나타납니다

11절과 12절은 받은 사랑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요구합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여기서 '마땅하다'(ὀφείλομεν, 오페이로멘)는 헬라어로 '빚지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며, 사랑은 선택이 아니라 신자의 존재에 대한 부채임을 강조합니다. 받은 사랑은 우리를 사랑의 빚진 자로 만듭니다.

12절은 신비롭고도 실제적인 선언으로 이어집니다.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느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신자들의 사랑을 통해 세상 가운데 드러나십니다. '거하신다'(μένει, 메네이)는 단어는 지속적이고 인격적인 임재를 뜻합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하나님은 우리 안에 머무시며, 사랑은 우리 안에서 성숙하고 완성되어 갑니다.

초대교부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이 구절을 해석하며 "교회의 사랑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세상에 보이게 하는 창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실천되는 사랑은 하나님의 존재와 영광을 세상에 선포하는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 사랑이야말로 신자들의 정체성이며, 하나님의 본질을 이 세상 가운데 증거하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결론

요한일서 4장 7절부터 12절은 사랑의 근원과 실천,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한 하나님의 임재에 대해 풍성히 가르칩니다.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받은 사랑에 대한 올바른 반응은 서로를 사랑하는 삶이며, 이 사랑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온전히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하나님을 세상에 드러내는 사명을 받은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우리는 기꺼이 서로를 사랑하며, 그 사랑 안에서 하나님과 더욱 깊은 연합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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