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이서 강해 5–6절 서로 사랑하라
사랑과 계명을 따라 살아가는 길
요한이서 5절과 6절은 사랑과 순종이라는 신앙의 핵심을 짧지만 강력하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사도 요한은 진리를 아는 이들에게 당부하기를, 오래전부터 주어진 계명, 곧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지키라고 권면합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사랑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라 걸어가는 삶의 방식이며, 신자된 자가 마땅히 따라야 할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사랑이 무엇이며, 그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깊이 묵상하고자 합니다. 사랑은 곧 진리이며, 진리 안에 거하는 자는 반드시 사랑의 길을 걷게 된다는 사실을 붙들고, 하나님의 뜻을 더욱 충만히 이루어 가는 삶을 소망합니다.
처음부터 들은 계명, 서로 사랑하라
요한은 5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부녀여 내가 이제 네게 구하노니 서로 사랑하자 이는 새 계명을 쓰는 것이 아니요 처음부터 우리가 가진 것이라." 여기서 '처음부터'(ἀπ᾽ ἀρχῆς, 압 아르케스)라는 표현은 복음이 처음 전해질 때부터, 또는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변함없이 주어진 진리임을 강조합니다. 사랑하라는 계명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치 않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또한 '서로 사랑하자'(ἀγαπῶμεν ἀλλήλους, 아가포멘 알렐루스)라는 요청은 단순한 권유가 아니라, 신자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본질을 규정하는 명령입니다. 이 사랑은 헬라어로 '아가페'(ἀγάπη)를 사용하여, 무조건적이며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의미합니다. 초대교부 이레나이우스는 이 구절을 해석하며 "교회의 본질은 진리를 아는 것에 있지 않고, 그 진리를 따라 서로 사랑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정한 신앙은 지식에 머물지 않고, 사랑의 실천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계명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요한복음 13장 34절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새 계명'은 시간적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된 새로운 차원의 사랑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요한은 지금 편지를 통해 새롭거나 혁신적인 가르침을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주어진 이 거룩한 부르심을 재확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곧 계명을 따라 행하는 삶
6절은 사랑의 구체적인 정의를 제공합니다. "또 사랑은 이것이니 우리가 그 계명을 따라 행하는 것이요 계명은 이것이니 너희가 처음부터 들은 바와 같이 그 가운데서 행하라 하심이라." 여기서 요한은 사랑을 추상적인 감정이나 단순한 호의로 축소시키지 않고, 계명을 따라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삶으로 규정합니다. '계명을 따라 행한다'(περιπατῶμεν κατὰ τὰς ἐντολάς, 페리파토멘 카타 타스 엔톨라스)는 표현은 사랑이 단지 마음속의 감정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구체적인 행위로 나타나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 구절은 요한의 신학, 특히 요한일서 5장 3절의 가르침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거기서도 요한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이것이니 우리가 그의 계명들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랑과 순종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의 계명을 따르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일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삶으로 드러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계명을 지키는 것이 율법주의적 행위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요한이 말하는 계명 순종은 억지로 규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격적 사랑의 관계 안에서 자발적으로 순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초대교부 오리게네스는 이 부분을 해석하며 "사랑 안에서 계명을 지키는 것은 영혼의 자발적 노래이며, 억압이 아닌 자유의 춤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참된 사랑은 강요되지 않고, 기쁨으로 순종하게 만듭니다.
또한 요한은 '그 가운데서 행하라'(ἐν αὐτῇ περιπατεῖτε, 엔 아우테이 페리파테이테)고 명령합니다. '행하다'(περιπατέω, 페리파테오)는 히브리적 사고에서 삶 전체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즉, 사랑은 순간적 감정이 아니라, 삶의 방향과 태도이며, 일상의 모든 자리에서 실천되어야 합니다. 매일의 작은 선택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계명에 따라 이루어질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 안에서 사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사랑과 진리는 결코 분리되지 않습니다
요한은 요한이서 전체를 통해 사랑과 진리의 통합을 강조합니다. 사랑 없는 진리는 차갑고, 진리 없는 사랑은 방종으로 흐를 위험이 있습니다. 5절과 6절의 말씀은 이 둘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합니다. 사랑은 진리 안에서만 올바르게 표현될 수 있으며, 진리는 사랑 안에서만 온전히 살아납니다.
특히 당시 초대교회는 외부로부터 박해를 받는 동시에, 내부로는 이단 사상—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부인하는 거짓 교훈—으로 인해 큰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요한은 사랑을 강조하면서도, 그 사랑이 반드시 진리의 울타리 안에서 행해져야 함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초대교부 터툴리안은 "사랑은 진리를 포기하는 순간 스스로를 부정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즉, 진리를 떠난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도 이 말씀은 매우 시사적입니다. 세상은 종종 사랑을 진리보다 우선시하려 하지만, 성경은 언제나 사랑과 진리를 함께 붙잡을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진리를 왜곡하지 않고, 또 진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사랑과 진리는 둘 다 하나님께로부터 난 것이며, 둘 다 신자의 삶을 인도하는 등불입니다.
결론
요한이서 5절과 6절은 신자된 우리가 걸어가야 할 삶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합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은 복음의 처음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변함없는 진리이며, 사랑은 곧 하나님의 계명을 따라 행하는 삶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순종이며, 일상의 걸음마다 진리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사랑과 진리의 부르심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며, 세상 속에서 참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이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하나님의 사랑을 삶으로 살아내는 진정한 신자로 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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