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일서 강해 2:3-6 하나님을 아는 것과 계명 순종
계명을 지키는 자가 하나님을 아는 자입니다
요한일서 2장 3절부터 6절은 하나님을 안다고 고백하는 자들이 반드시 보여야 할 삶의 열매에 대해 강력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 구절은 단순한 신학적 선언이 아니라, 신자의 실제적인 삶과 행위를 통해 믿음의 진정성을 검증하는 말씀입니다. 사도 요한은 이 말씀을 통해 신앙 고백과 윤리적 행위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강조하며, 특히 당시 공동체 안에 있었던 영지주의적 이원론과 가짜 신앙 고백을 명확히 배격합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우리가 진정 하나님을 아는 자인지, 우리의 삶이 그분을 닮아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보며 하나님의 뜻을 더욱 깊이 알아가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과 계명 순종
3절 말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가 그의 계명을 지키면 이로써 우리가 그를 아는 줄로 알 것이요." 이 구절에서 중심이 되는 표현은 '그를 안다'(γινώσκομεν, 기노스코멘)입니다. 헬라어 '기노스코'는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 습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이고 체험적인 앎을 가리킵니다. 이는 구약에서 아담이 하와를 '알았다'(야다)고 표현할 때처럼, 관계를 통한 깊은 교제의 앎입니다. 사도 요한은 하나님을 안다는 고백이 진실하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삶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계명'(ἐντολὰς, 엔톨라스)은 구약의 율법 전체를 뜻한다기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어진 새로운 계명, 곧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그리고 진리 가운데 행하는 윤리적 삶의 명령들을 포괄하는 표현입니다. 즉,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교리적 동의나 감정적 확신이 아니라, 그분의 뜻을 삶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전인격적 순종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이는 디도서 1장 16절에서 바울이 지적한 것처럼, 하나님을 시인하되 행위로는 부인하는 자들을 경계하는 말씀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요한은 우리가 그 계명을 지킬 때, 비로소 우리가 하나님을 참으로 아는 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지킨다'(τηρῶμεν, 테레오멘)라는 동사의 현재형 사용에서 드러나듯이, 일회적인 순종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생활화된 순종을 의미합니다. 신자의 정체성은 행위의 일관성과 끊임없는 순종의 자세 속에서 증명되어야 합니다.
말과 삶이 불일치할 때의 경고
4절은 이러한 기준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으며 경고합니다. "그를 안다고 말하면서 그의 계명을 지키지 아니하는 자는 거짓말하는 자요 진리가 그 속에 있지 아니하되." 여기서 요한은 하나님을 안다고 '말하는 자'(λέγων, 레곤)를 지적합니다. 단지 말로 신앙을 고백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의 계명에 무관심하거나 무시하는 자들을 가리킵니다. 요한은 그들을 '거짓말하는 자'(ψεύστης, 푸세스테스)라고 단정합니다.
이는 단순한 실수나 연약함이 아닌, 진리에 대한 본질적 부정입니다. '진리가 그 속에 있지 않다'는 표현은 곧 그 사람의 삶 속에 성령의 인도와 하나님의 말씀의 지배가 없다는 뜻이며, 그 신앙이 본질적으로 가짜일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이 구절은 신자의 자기 점검을 유도하며, 말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위선적 신앙의 위험을 드러냅니다.
초대교회 교부 클레멘트는 이 구절을 주석하면서, "참된 신자는 입으로가 아니라 삶으로 믿음을 입증한다"고 말했습니다. 요한의 이 말씀은 오늘날 교회를 향한 외부의 비판 속에서도 중요한 자성의 기준이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안다고 하면서도, 그의 계명을 무시하고 형제를 미워하거나 세상의 정욕을 따르며 사는 삶은, 결국 진리를 부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는 끊임없이 삶을 말씀에 비추어 점검하고, 진리에 근거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 안에 거하며 행함으로 나타나는 삶
5절은 반대되는 진실된 신자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누구든지 그의 말씀을 지키는 자는 하나님의 사랑이 참으로 그 속에서 온전하게 되었나니 이로써 우리가 그의 안에 있는 줄을 아노라." 여기서 '말씀을 지킨다'(τηρεῖ, 테레이)는 표현은 3절의 계명과 같은 의미로, 하나님의 뜻을 전인격적으로 따르는 순종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하나님의 사랑이 그 안에서 '온전하게 되었다'(τετελείωται, 테텔레이오타이)는 선언이 주어집니다. 이 동사는 완성되다, 성숙하다라는 의미를 가지며, 하나님의 사랑이 단지 감정적 동의나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삶을 통해 구체화되었음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신자의 순종은 하나님의 사랑이 그 안에서 역사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그것이 온전히 열매 맺고 있다는 표현입니다.
요한은 이어서 "이로써 우리가 그의 안에 있는 줄을 아노라"고 말합니다. '그의 안에 있다'(ἐν τούτῳ μένομεν, 엔 투토 메노멘)는 표현은 요한복음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신비적 연합의 언어입니다. 이는 단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나 교리적 일치를 넘어서,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연합과 지속적인 교제를 뜻합니다. 참된 신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며, 이는 삶에서 말씀을 지키고 사랑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6절은 이러한 내용을 요약하면서 더욱 분명한 결단을 요구합니다. "그의 안에 산다고 하는 자는 그가 행하시는 대로 자기도 행할지니라."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 자체가 신자의 삶의 모델이 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행하신다'(περιεπάτησεν, 페리파테센)는 동사는 예수님의 일상적인 삶의 방식을 나타내며, 단지 극적인 사역이나 기적이 아닌, 일상에서 보여주신 겸손, 자비, 진리, 순종의 삶 전반을 뜻합니다.
이러한 본을 따르는 삶은 단지 예수님을 '믿는다'는 고백에서 멈추지 않고,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제자로서의 삶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는 디트리히 본회퍼가 말한 것처럼, "은혜는 값비싼 것이다. 그것은 제자가 주님을 따름으로 응답해야 하는 부르심이다"라는 고백과 맞닿아 있습니다.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것은 고통과 희생을 동반하지만, 바로 그 길 위에 진정한 생명과 하나님과의 교제가 존재합니다.
결론
요한일서 2장 3절부터 6절은 하나님을 안다는 신앙 고백이 반드시 계명을 지키는 삶으로 드러나야 함을 강조합니다. 단지 말로 하나님을 안다고 하는 자는 거짓말하는 자이며, 삶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자만이 진정으로 하나님 안에 거하는 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행하신 대로 사는 것이 신자의 본분이며, 이는 신앙의 진정성과 하나님의 사랑의 온전함을 나타내는 증거입니다.
요한일서 2장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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