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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일서 강해 2:12~14 자녀, 아비들, 청년들에게

샤마임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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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여정을 걸어가는 자들에게

요한일서 2장 12절부터 14절까지의 본문은, 사도 요한이 신앙 공동체를 향해 직접적인 사랑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구절입니다. 앞서 형제를 사랑하라는 계명과 어둠에 대한 경고를 준엄하게 전했던 요한은, 이제 영적으로 다양한 수준에 있는 성도들을 향해 친근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다가옵니다. 이 말씀은 단순한 인사나 시적인 반복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내에 있는 다양한 성장 단계를 인정하고, 각 단계에 필요한 확신과 정체성을 다시금 새겨주는 은혜의 선언입니다. 우리 모두는 신앙의 여정 중 어디엔가 위치해 있으며, 하나님은 각 단계마다 말씀으로 붙드시고 힘을 주십니다. 이 본문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기억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자라나야 하는지를 다시금 점검하고자 합니다.

 

자녀들아, 너희의 죄가 사함을 받았으며

먼저 12절에서 요한은 "자녀들아 내가 너희에게 쓰는 것은 너희 죄가 그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사함을 받았음이라"라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자녀들'(τεκνία, 테크니아)은 영적 관계 안에서의 부드럽고 애정 어린 호칭으로, 요한이 성도들을 향해 깊은 목회적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이 단어는 요한일서 전체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며, 공동체의 정체성을 부드럽게 확인시켜 주는 용어입니다.

요한은 이 '자녀들'에게 확신을 심어줍니다. 그들의 죄가 '그의 이름으로 말미암아'(διὰ τὸ ὄνομα αὐτοῦ, 디아 토 오노마 아우투), 즉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용서받았다는 것입니다. 이 표현은 사도행전과 바울서신 등에서 자주 나타나는 구속의 핵심 개념으로, 예수의 인격과 사역, 곧 그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죄 사함이 완성되었음을 강조합니다.

 

'사함을 받았다'(ἀφέωνται, 아페온타이)는 동사는 완료형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단회적 사건이면서도 그 효과가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죄의 용서는 이미 이루어진 사실이며, 그것이 현재에도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복음의 선언입니다. 이는 신앙의 여정을 시작하는 성도들이 가장 먼저 붙들어야 할 확신이자 정체성입니다. 죄 사함은 신자의 출발점이며, 모든 영적 여정은 이 은혜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아비들아, 너희가 태초부터 계신 이를 알았으며

13절과 14절에는 유사한 내용이 반복되며, 요한은 성도들을 세 부류로 나누어 각각의 영적 정체성과 강점을 상기시킵니다. 먼저 "아비들아 내가 너희에게 쓰는 것은 너희가 태초부터 계신 이를 알았음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 '아비들'(πατέρες, 파테레스)은 신앙의 연륜이 깊고, 하나님의 성품과 뜻을 깊이 깨달아 온전한 지식 안에 거하는 자들을 가리킵니다.

 

그들이 '알았다'(ἐγνώκατε, 에그노카테)고 말하는 대상은 '태초부터 계신 이'(τὸν ἀπ᾽ ἀρχῆς, 톤 압 아르케스), 즉 요한복음 1장 1절의 말씀처럼 영원 전부터 존재하셨고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이 앎은 단순한 인지가 아니라, 체험을 통한 인격적 관계의 표현이며, 완료형 동사의 사용은 그들이 이미 이 지식을 소유하고 지속적으로 누리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요한은 이처럼 영적으로 성숙한 자들에게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진리를 다시 상기시킴으로써, 변화와 혼란이 많은 시대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도록 격려합니다. 이들의 신앙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등불과 같으며, 다음 세대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는 책임을 지닌 존재입니다. 초대교부 이레니우스는 이와 같은 어른된 자들의 존재에 대해 "진리를 살아낸 자는 그 존재 자체가 복음의 전파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청년들아, 너희가 악한 자를 이기었고

다음으로 언급되는 대상은 '청년들'(νεανίσκοι, 네아니스코이)입니다. 이들은 신앙의 열정과 힘을 가진 자들로, 영적 전쟁 속에서 악한 자와 싸우고 있는 신앙의 전사들을 가리킵니다. 요한은 이들에게 "너희가 악한 자를 이기었음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이겼다'(νενικήκατε, 네네케카테)는 동사 역시 완료형으로, 단순한 한 번의 승리가 아니라, 결정적인 승리를 의미하며, 그 영향이 지금도 유효함을 나타냅니다.

 

'악한 자'(τὸν πονηρόν, 톤 포네론)는 명확하게 사탄, 즉 하나님을 대적하고 진리를 왜곡하는 영적 존재를 가리킵니다. 이 승리는 인간의 힘이나 의지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능력과 말씀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14절에서 요한은 그들을 향해 "너희가 강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너희 안에 거하며"라고 다시 언급합니다. 이는 그들의 영적 승리가 자기 확신이 아니라 말씀에 뿌리내린 힘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줍니다.

 

하나님의 말씀(ὁ λόγος τοῦ θεοῦ, 호 로고스 투 테우)은 단지 성경의 지식이 아니라, 생명을 주는 능력이며, 신자의 심령 속에 살아 역사하는 영적 실제입니다. 청년들의 강함은 그 말씀 안에 있으며, 이 말씀은 유혹과 미혹을 이길 수 있는 진리의 검이 됩니다. 바울은 에베소서 6장에서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언급하며, 말씀이 곧 성령의 검이라고 했습니다. 요한 역시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말씀의 내재함이 가장 강력한 힘임을 선언합니다.

 

요한이 이처럼 반복적으로 각 계층을 나누어 격려한 이유는, 교회 공동체 내에 다양한 신앙의 성장 단계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그 각 단계가 모두 존귀하며 하나님 앞에서 의미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함입니다. 영적 유년기에는 죄 사함의 확신이, 청년기에는 말씀의 능력과 영적 전쟁의 승리가, 성숙기에는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가 그 특징이 됩니다. 그러나 모든 단계는 서로 고립된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북돋우며 자라나야 하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론

요한일서 2장 12절부터 14절은 다양한 영적 성장 단계에 있는 신자들을 향한 사도 요한의 사랑 어린 권면입니다. 자녀들에겐 죄 사함의 확신을, 청년들에겐 말씀과 승리의 능력을, 아비들에겐 하나님을 아는 깊은 지식을 상기시키며, 그 모두가 공동체 안에서 존귀한 위치임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하나님을 더 깊이 알고, 말씀 안에서 승리하며 자라가야 합니다.

요한일서 2장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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