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일서 강해 4:1–6 하나님 안에 거하는 삶
하나님 안에 거하는 삶, 믿음과 사랑의 계명
요한일서 3장 23절과 24절은 사도 요한이 그의 메시지를 집약하여 전달하는 본문으로, 신자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믿음과 사랑이라는 두 축으로 명확하게 정리해 줍니다. 이 두 구절은 신앙의 수직적 차원, 곧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수평적 차원, 즉 공동체 내의 관계를 포괄하여, 참된 신앙은 반드시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이웃을 향한 사랑으로 나타나야 함을 강조합니다.
또한 이 계명을 실천하는 자에게는 하나님과의 연합이라는 실질적인 축복이 주어지며, 성령을 통한 내적 증거로 이 관계는 확증된다는 놀라운 진리를 선포합니다. 요한은 이 두 구절을 통해 단순한 교리나 감정적 체험이 아닌, 실천적이며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신자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본문을 깊이 묵상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믿음과 사랑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성령 안에서 분별하고 결단하기 원합니다.
예수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
요한일서 3장 23절은 신자의 삶의 핵심적 태도를 두 가지로 명확히 제시합니다. "그의 계명은 이것이니 곧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그가 우리에게 주신 계명대로 서로 사랑할 것이니라." 여기서 '계명'(ἐντολὴ, 엔톨레)은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는 직접적인 명령으로, 단순한 권유가 아니라 반드시 순종해야 할 명령입니다. 요한은 그 계명을 '믿음'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로 요약합니다. 이 두 가지는 분리될 수 없는 신자의 내적 상태와 외적 실천을 대표합니다.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는다'(πιστεύσωμεν τῷ ὀνόματι, 피스튜소멘 토 오노마티)는 표현은 단지 이름이라는 호칭을 믿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기서 '이름'(ὄνομα, 오노마)은 히브리적 사고에서 인격과 존재, 권위와 사역 전체를 나타냅니다. 즉, 예수님의 '이름'을 믿는다는 것은 그분의 메시아 되심, 구원자 되심, 주권자 되심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의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지적인 동의를 넘어서 전인격적인 신뢰와 복종을 포함하는 고백이며, 신앙의 출발점입니다.
또한 이어지는 계명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요한복음 13장 34절의 ‘새 계명’을 반복하는 것으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자기 희생적 사랑을 기준으로 삼아 서로를 섬기고 돌보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라’는 동사(ἀγαπᾶν, 아가판)는 헬라어의 '아가페'에서 파생된 단어로, 조건 없는 헌신과 희생, 그리고 상대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뜻합니다. 이러한 사랑은 감정에 의존하지 않고 의지와 결단에 기반한 실천입니다.
형제를 향한 사랑은 단지 교회 안에서의 우애나 감정적 친밀함이 아니라, 나보다 다른 이의 필요를 먼저 헤아리고, 때로는 나의 것을 희생하며 실천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상처받은 이, 외로운 자, 연약한 지체에게 다가가 손을 내미는 그 행동이 바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랑의 실현입니다. 마르틴 루터는 이 두 계명에 대해 "믿음은 하나님을 향해 열리고, 사랑은 이웃을 향해 흘러가는 두 강물과 같다"고 했습니다. 이는 신자의 삶이 결코 내면의 고백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반드시 삶의 열매로 나타나야 한다는 진리를 강조하는 말입니다.
하나님 안에 거하며, 성령으로 증거하심
요한일서 3장 24절은 앞서 제시한 계명을 실천하는 자들이 누리는 놀라운 결과와 확신을 말합니다. "그의 계명을 지키는 자는 주 안에 거하고 주는 그의 안에 거하시나니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가 우리 안에 거하시는 줄을 우리가 아느니라." 이 말씀은 신자가 계명을 지킴으로써 단지 윤리적 삶을 사는 것을 넘어, 하나님과 실제적으로 연결된 삶을 살아가게 됨을 선언합니다.
‘거하다’(μένειν, 메네인)는 요한복음과 요한일서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중요한 신학 용어로, '지속적이며 인격적인 연합'을 의미합니다. 이는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안정되고 지속되는 관계, 곧 하나님과 끊어지지 않는 사귐과 동행의 상태를 말합니다. 신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며, 동시에 하나님도 신자 안에 거하십니다. 이 상호 내주(mutual indwelling)는 신자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본질적인 개념입니다. 하나님은 단지 멀리 계시는 분이 아니라, 성령으로 말미암아 신자 안에 내주하십니다.
그리고 그 내주하심의 확신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가능하다고 요한은 말합니다. 성령(Πνεῦμα, 프뉴마)은 단지 감정적인 충만함을 주는 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게 하시며(고전 12:3),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고(요 16:13), 우리 안에 하나님의 사랑이 실제로 살아 있음을 체험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성령은 단지 특별한 신비 체험이나 은사의 출현을 넘어서,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나게 하시고, 우리의 양심을 교정하시며, 진리와 사랑을 실천하도록 이끄시는 거룩한 조력자이십니다.
초대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구절을 가리켜 "성령이 거하시는 자는 하나님이 거하시는 자요, 사랑이 흘러나오는 그릇은 곧 하나님의 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신다는 것은 곧 성령께서 우리 안에 역사하신다는 것이며, 이는 신자에게 무엇보다 확실한 내적 증거가 됩니다. 성령의 내주하심은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확증하며(롬 8:16), 단지 입술의 고백만이 아닌, 사랑과 순종으로 드러나는 삶의 증거를 통해 확인됩니다.
이러한 삶은 단지 종교적 실천을 열심히 행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면의 변화와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하는 겸손한 순종, 그리고 형제를 사랑하는 실제적 행동 속에서 성령의 역사는 더욱 명확히 나타납니다. 성령은 우리를 진리로 이끄는 분이며, 그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으로 집약됩니다. 결국 하나님 안에 거하는 삶이란, 성령 안에서 믿음과 사랑을 따라 살아가는 삶이며, 이러한 삶은 우리 안에 하나님이 거하신다는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결론
요한일서 3장 23절과 24절은 신자의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명히 제시합니다. 하나님의 계명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는 믿음과, 그 사랑을 본받아 서로 사랑하는 실천입니다. 이 계명을 지키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께서도 그 안에 거하시며, 이는 성령의 내주하심을 통해 확증됩니다. 참된 신앙은 반드시 믿음과 사랑으로 나타나며, 성령 안에서 하나님과의 친밀한 사귐을 이룹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날마다 계명을 따라 살아가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 하나님 안에 머무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곧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는 길이며, 우리가 누구에게 속한 자인지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증거입니다.
요한일서 3장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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