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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의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샤마임 2017.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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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의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정찬주의 책은 이 책이 세 번째 인듯하다. 한 권은 <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이고, 다른 한 권은 <절은 절하는 곳이다>다. 작년 여름에 사 놓고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부처님 8대 이야기는 거의 읽었는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처음 정찬주의 책을 사 모으기 시작한 건 첫 책인 <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 때문이다. 그의 글은 영혼의 진동을 느끼게 한다. <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는 '부처님의 삶과 이적을 찾아 인도로 간 정찬주의 구도 에세이'라는 설명을 덧붙인 것처럼 순례 이야기다. 부처가 태어나고 자란 곳, 출가하고 고행했던 곳을 찾아 과거와 만나고 현재를 조명한다. 목사가 되기 이전까지 불교도라 자처한 나에게 정찬주의 불교 순례 기행은 많은 부분에서 공감된다.


"하루를 접지 못한 사람들과 문명의 기계들만 잠들지 못하고 혼잡하다."(17쪽)


"사람은 누구나 희로애락 속에서 울고 웃다가 사라진다."(25쪽)


정찬주에게 반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의 깊은 사색에서 길어올린 문장들이다. 사유하지 않으면 문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두 곳은 누군가의 명문은 끌어모아 짜깁기 할 수 있지만 책 전반에 흐르는 깊은 사색적 문장은 작가의 고독에서 길어 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난 정찬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책 <그대 만의 꽃을 피워라>는 열림원에서 출판된 책으로 법정 스님이 수행했던 암자와 절을 순례하며 쓴 글이다. 저자를 이렇게 평한다.


"그러고보니 [소설 무소유]가 스님의 전 생애를 망원경으로 보았다면 에세이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는 현미경으로 보았다는 느낌이 든다."(12쪽)


송광사 불일암, 해남 우수영, 진도 쌍계사, 미래서 눌암, 상계사 탑전, 가야산 해인사, 봉은사 다래헌,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 길상사. 그가 법정의 흔적을 찾아 떠난 곳들이다. 


"불일암은 내게 한 권의 윤리 교과서다. 암자는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고 한다. 집착과 욕심이 과해진 나에게 붉은 경고등을 켜준다. 그러나 불일암 가는 것은 집착과 욕심의 몸무게를 줄이러 가는 길이다. 불일암의 작고 맑은 모습들은 무심코 바라보는 동안 집착과 욕심의 몸무게가 부쩍 줄어 있음을 깨닫는다."(34)


장소의 신성함은 인연 때문이다. 장소는 기억이고, 기억은 장소와 치환된다. 아니 종속된다. 장소가 없다면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은 늘 장소에 머문다. 저자는 불일암의 인연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문자로 환원한다. 


"스님이 남긴 말씀과 무소유한 흔적이 불일암 곳곳에 침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34쪽)


전남 해만 우수영 선두리 마을은 법정의 고향이다. 강진에 사는 나에게 해남은 지척인데 자주 가지 못하는 곳이다. 아버지는 네살 때 폐질환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법정도 동일한 질환으로 입적했으니 질병도 대물림하는가보다. 법정의 본명은 박재철. 머리를 깎으면 옛이름을 지운다고 한다. 그러나 삶은 나눗셈이 불가능하다. 그의 이름, 그의 과거의 상처는 출가의 동력이 되기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는 법이다. 겉으로는 추억의 사진 한 장처럼 아름답고 멋진 청춘의 시간이었던 것 같지만 내면에는 사진 찍히지 않는 아픈 상처가 한두 가지 있게 마련이다."(101-102쪽)


더듬더듬 그는 법정의 흔적을 찾아간다. 법정은 '무소유'를 지향한다. 아니 불교 자체가 그렇다. 득오는 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던가. 나무아미타불 염불은 무소유로의 회귀다. 정찬주의 마음기행이란 별칭을 붙인 이 책은 삶의 여백을 심어주는 수묵화와 같다. 역동적 기독교와 성향이 많이 다르지만 존재의 소실로 존재를 채우는 무소유의 정신을 가르쳐준 법정과 정찬주 작가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국내도서
저자 : 정찬주
출판 : 열림원 201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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