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묵상 / 존 파이퍼 외 / 국제제자훈련원
천국 묵상
존 파이퍼 외 / 국제제자훈련원
가볍게 시작해 진중하게 끝난 책이다. ‘천국 묵상’이란 제목에 혹하여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책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험난한 계곡을 뚫고 등반하는 느낌을 준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한글 제목이 책의 내용과 일치한 듯 일치하지 않아 원제를 찾아보니 <Coming Home>이었다. 그렇다면 한글 제목은 탁월한 번역이다. 그러나 한국이란 정서상 ‘묵상’은 ‘가볍다’ ‘개인적’ ‘혼자만의’ ‘침묵’ 등의 의미로 수납될 가능성이 농후한 때문에 속았다는 생각을 충분히 심어줄 수 있다. 나도 묵상이란 단어를 ‘깊이 사유한다’가 아닌 ‘개인적인 생각이나 침묵’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히브리적 원어에서 묵상은 동사형을 취하며, 몰입과 반복의 의미를 갖는다. 일종의 중독인데, 그것이 너무 좋아 그것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을 말한다. ‘입’이라는 뜻을 가진 묵상은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시편 1편의 저자는 밤낮으로 율법을 중얼거린다. 여호와의 율법이 그에게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결코 지혜로운 존재가 아니다. 그는 세상에 둔하고 물정을 잘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이다. 너무나 뻔한 결과를 신봉한다. 그에 비해 악인은 수많은 조언과 방법을 모색하고 따른다. 그리고 하나님의 율법을 중얼거리는 사람들을 조롱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마지막은 어떤가? 율법을 묵상하는 어리석음이 세상의 지혜로 무장한 이를 이긴다. 이것이 어리석어 보이는 묵상의 힘이다.
이 책은 천국에 대한 깊이 있는 묵상으로 이끈다.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8명의 학자들이 모여 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곳에 소개된 글은 2015년 미국에서 열린 가스펠 코얼리션 전국 콘퍼런스(National conference of the Gospel Coalition)의 기조 연설을 정리한 것이다. D.A 카슨은 서문에서 5가지로 중요한 논점을 정리한다. 8명이 천국이란 주제로 풀어낸 책이기 때문에 한 명의 저자가 쓴 책과 같은 느낌은 없다. 하지만 동일한 관점을 가진 저자들이기 때문에 몇 가지 점에서 공통된 주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이 땅은 우리가 영원히 머물 곳이 아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이 필요하다. 이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성경은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야 할 삶의 지침을 알려준다. 마침내 영원한 천국에 들어갈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을 정의하다면 소금과 빛으로 부름받은 그리스도인들이 영원한 천국을 삶을 통해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팀 켈러는 신명기 30:1-20을 본문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복과 저주의 긴장 상태에 있음을 알려준다. 하나님의 복과 저주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는다. 존 파이퍼는 이사야 11장을 통해 ‘예언적 관점’으로 도래할 영원한 나라를 보여준다. 파이퍼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우리의 최종 고향’(51쪽)이라고 정확하게 짚어낸다. D.A 카슨의 ‘주님이 거기 계신다’는 성경 해석의 최고봉이었다. 그곳에서 하나님의 성전 되심에 대해 명확하게 짚어 준다. 마지막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연결하여 이 땅에서의 이미 임한 하나님의 나라를 풀어낸다.
“예수는 하나님과 그의 백성이 만나는 궁극적 성전이자, 성막이시다. 바로 거기, 즉 예수 그리스도 안에 하나님의 영광이 머문다. 이 예수는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영화롭게 되셨고, 불의한 자를 위해 의로움이 되셨으며, 하늘에 오르셔서 만세 전에 아버지와 함께 누렸던 영광을 되찾으셨다.”(77쪽)
아우구스투스 로페스는 요한복음 14:1-14절을 주제로 예수 믿는 자의 삶이 무엇인지 잘 설명한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에서 종말론적 삶을 언급하면서 ‘예수를 믿는 자는 그의 일을 할 것’(136쪽)으로 만 한정 짓는다. 그 뒤로 이어지는 보디 보캄이나 필립 라이켄의 경우도 장차 일어날 일에 대한 성경 해석을 주도면밀하게 이어간다. 하지만 이 땅에서 천국을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책은 전반적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이 땅의 헛됨과 도래한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소망으로 가득 차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면 ‘그럼 이 땅을 딛고 살아가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천국을 사모하고 기대하는 것은 좋지만,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둘째, 천국 역사 속에 이미 내재해 있다.
팀 켈러는 복과 저주 사이에 있는 ‘긴장’(15쪽)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어디에 있는가 설명한다. ‘신명기를 관통하는 내러티브의 긴장은 성경 전체 내러티브의 긴장과 연결되며 결국 십자가에서 정점을 이룬다’(18쪽)다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필립 라이켄은 계시록 21:1-22:5을 중심으로 도래할 천국을 설명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천국을 미리 본다. 하지만 이 땅은 아직 ‘죄로 인해 저주 아래 있다’(169쪽)고 말한다. 뉴스는 언제나 두렵고 절망스러운 이야기로 채우기를 즐긴다. 부당한 방법으로 성공한 사람들로 인해 우리도 죄의 유혹에 노출된 상태로 살아간다. 천국을 사모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인가.
강연자들은 성경 전반에 흐르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와 영원한 세계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보디 보캄은 부활을 믿는 믿음으로 인해 이 땅에서 헛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복음은 그 자체가 부활에 천착한다. 부활 없는 복음은 없다. 기독교는 부활을 통해 증명되었다. 부활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적 능력을 재확인하고, 죄의 죽음을 확신하며, 다시 살아날 소망을 갖게 한다. 복음이 소망인 이유는 부활 때문이다.
“복음과 부활의 소망은 우리의 인간관을 변화시킨다. 여기는 우리의 본향이 아니면, 우리는 천국을 준비하는 중이다.”(156쪽)
그리스도인들이 천국에 갈 것이다. 그러나 이미 천국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만 천국 티켓은 주어진다. 성령의 내주하심을 통해 우리는 도래할 하나님의 나라를 확신하고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셋째, 하나님은 천국 그 자체이시다.
이 책의 매력은 탄탄한 성경 주석에 있다. 리곤 던컨은 로마서 8:16-25을 주제로 한 강연은 이 책의 핵심이다. 그는 9개의 질문을 던진 다음, 현재의 고난이 주는 의미를 찾는다. 그리스도인에게 고난은 ‘하나님의 자녀 됨의 증거’(104쪽)라고 본다. 또한 고난을 통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모든 약속의 대한 상속자인 것을 알게 한다. 고난은 불의한 세상 속에서 의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던컨은 아브라함과의 언약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받는 최고의 유산은 ‘하나님 자체’(105쪽)라고 선언한다.
아담의 타락은 하나님을 잃게 했다. 그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으며, 하나님과의 친밀함도 사라졌다.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잃어버린 교제를 회복하기 위하여 찾아오신다. 그리스도의 행하심은 정확하게 아브라함에게 찾아오시고 언약하신 하나님을 얻게 하신다.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 우리를 연단하신다. 그리고 그 고난을 통해 ‘하나님은 당신을 자기처럼 만들려고 하신다’(109쪽)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소유하시고, 거룩하게 하신다. 이 땅의 헛됨을 알게 하고 영원한 천국을 소망하게 하신다. 던컨이 인용한 스티븐 마샬의 주장처럼 성도는 하나님의 거룩과 영광을 드러내시고, 그의 도시이며 성전이며 집이다. 고난 속에서 말이다. 하나님은 고난 속에서 우리와 함께 하심으로 천국을 체험하게 하신다. 필립 라이켄은 영원한 천국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지고한 영광은 하나님 자신의 광채다. 하나님의 영광은 영원히 쇠하지 않기에, 우리 영광도 사라지지 않는다. 참으로 영원한 영광이 될 것이다. 절대적으로 완벽한 영광이 영원히 지속할 것이며, 기쁨은 그치지 아니할 것이다.”(185쪽)
나가면서
‘천국 묵상’은 천국을 묵상하는 ‘지금’ ‘여기’의 삶을 말한다. 그리스도인은 천국이란 항구를 향해 항해하는 배와 같다. 만약 엔진이 고장 난다면 표류하고 말 것이다. 믿음과 소망은 배의 엔진과 같아서 천국의 항구로 나아가게 한다. 8명의 저자들은 성경에 스며있고, 성경이 강조하는 천국을 진지하게 묵상하도록 이끈다. 일관성이 느슨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사람의 창조와 타락, 구속과 성화의 여정을 포괄한다. 부록으로 실린 토론에서는 실천적 삶에 대한 부분을 적절하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한다. 본론이 성경에 주해에 가까웠다면 토론은 ‘그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룬다. 천국을 묵상하면 할수록 우리는 한 가지 확고한 사실에 붙들린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삶은 무엇인가?’이다. 이것에 대한 답이자, 이 책의 마지막 결론은 존 파이퍼가 대담의 마지막에 언급한 다음의 문장일 것이라 확신한다.
“복음은 정의보다 훨씬 더 큰 것을 말한다. 그리스도인은 단지 공평한 사람이 되는 것에 머물면 안 된다. 그것은 최소한이다. 거기에서 시작해서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사람들을 마땅히 취급받아야 할 수준 그 이상으로 대접할 때, 세상은 비로소 우리 안에서 그리스도를 보게 될 것이다.”(208쪽)
저자/역자 : 팀 켈러,존 파이퍼,D. A. 카슨/서경의 | 출판사 : 국제제자훈련원 판매가 : 12,000원 → 10,800원 (10.0%, 1,200↓) 천국과 일상, 그 간극을 이어주는 복음적 통찰“천국을 묵상한다는 것은 영혼을 하나님께 조율하고, 깨달음을 삶으로 가져오는 일이다.”개혁주의 대표주자들, 천국을 말하다성경을 부지런히 공부하다 보면 여러 중요한 흐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고 싶을 때가 있다. 가령 에덴동산에서 새 하늘과 새 땅까지, 공의와 제사장직, 삼위일체, 성육신, 칭의, 성화, 부활, 성전, 은혜, 언약 등의 주제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연결될까에 관심이 간다. 이 책에서 팀 켈러, 존 파이퍼, D. A. 카슨 등의 개혁주의적 복음주의자들은 함께 모여, 천국이라는 주제에 관해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한다. 초교파 모임인 (The Gospel Coalition, 복…[더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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