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콕스의 [세속도시]
세속도시 The Secular City
하비콕스 / 구덕관 외 옮김 / 대한기독교 서회
오해도 많고 말도 많았던 책이다. 필자와 같은 전통 보수주의 교단에서는 거부감을 표시한다. 보수교단의 거부감은 책 속에서 저자가 교리에 함몰되어 현실을 외면하는 부적응을 질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세속도시가 교회의 지향할 바라는 잠재적 의도 자체에 대한 거부이기도 한다. 보수교단에서 '세속화'는 저자가 주장하는 보편적 도시의 개념이 아닌 타락과 매치시키는 오해 때문이다.
하비콕스는 세속도시의 형체에서 익명성과 기동성으로 정의 한다. 더 나아가 세속도시의 모습을 실용주의 불경성이란 단어로 풀어낸다. 그동안 도시를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의 개념으로 정의한 반면 콕스는 철학적의미를 부여하여 보편에서 개체로의 변혁으로 이해 한다. 익명성과 기동성, 실용성과 불경성은 성과 속의 이분법적 구분을 거부하고 기술도시로의 변모를 꾀한 결과다.
세속화는 비신화이며, 교리적 교회가 실용적 교회 즉 봉사적 교회로의 탈바꿈을 요구 받는다. 교리적 교회는 정통과 권위에 의해 지배 된다. 세속도시는 기술도시로 권위가 아닌 기술이 지배하고 모든 것이 평등하다. 평등은 기술로 만들어진 고속도로를 통해 이동성이 보장되고, 익명성의 출현으로 계급체계가 무너진다. 콕스는 9장 성과 세속화에서 왕관을 쓴 여성의 이미지(미인대회)에서 중세의 왕이 쓴 왕관을 채용한다. 심지어 그는 "기독교 이전 시대의 농업여신 제사의 유물'(225쪽)이라고 까지 말한다. 그녀는 인간의 욕망을 표출하는 상징인 것이다. 보수교단이 세속화를 거부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이기도 하다.
1965년에 출간된 책이다. 벌서 반세기가 지난 구시대적 유물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세속도시 논쟁은 좀처럼 사그러 들지 않았고, 오히려 커지고 있다. 심지어 그토록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던 보수교단에서도 겉으로는 세속화를 부인하면서 교회 안의 프로그램과 신자의 삶에는 보편화 되었다. 기술과 이동성, 익명성과 불경성을 대형교회는 모두 가지고 있다. 교리와 상관 없이 세속화를 이미 침투했으며 거부할 수 없는 삶의 패턴이 되었다. 저자의 관점이 이후 다소 변하기는 했지만 세속도시란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고 논의가 필요한 주제다.
세속도시 - 하비 콕스 지음, 이상률 옮김/문예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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