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마지막주 기독교 주목신간, 페이스북 영성이 우리를 구원할까?
기독교 신간 2013년 9월 24일
가을이 왔다. 아니, 아직 오지 않았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이의 뒷담화가 그리운 시기다. 가을은 오고 말테니. 태양의 춤사위가 여전하다. 아직 가시지 않는 더위 속에서 기독교 신간 몇 권을 골랐다.
1. 페이스북 영성이 우리를 구원할까?
조너선 윌슨하트그로브 / 최요한 옮김 / 홍성사
제목이 독특하다. 생경스러운 제목만큼 시대를 잘 읽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게 한다. 페이스북을 즐겨하는 나로서는 제목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소개문에 페이스북 영성?에 관해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페이스북 영성의 5가지 특징> 1. 원하는 사람을 골라 친구 요청을 보낸다. 2. 친구 요청은 선별해서 허락한다. 3. 알리고 싶은 것만 보여 준다. 4. 내키는 대로 로그아웃한다. 5. 책임은 지지 않는다.] 페이스북을 하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위의 다섯 가지 항목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다. 이 책은 페이스북을 다룬 책이 아니다. 한 가지의 키워드를 추출하라면 '골라 듣기'다.
페이스북과 떠돌이 신자들의 닮은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자기가 원하는 친구를 선택하여 친구 요청을 보낸다. 페이스북은 친구를 요청하고 당사자가 수락을 할 때 친구가 맺어진다. 두 번째는 친구 수락도 골라서 한다. 필자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 친구수락을 하지 않는다. 그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이 밝히지 않으면 수락하지 않는 편이다. 친구수락은 마음을 여는 것이다. 대형교회의 현저한 특징 중의 하나는 '익명성'이다. 내가 원하지 않으면 언제나 익명의 신자로 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회를 고르고, 설교도 고르고, 친교할 대상도 골라서 수락한다. 그리고 세 번째 특징인 언제든지 원하는 시기에 떠난다. 로그아웃과 흡사하다.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갈등 요소가 생기면 과감하게 떠난다. 마지막 책임지지 않는 것 역시 닮았다. 떠남은 곧 책임지지 않음이다.
저자는 이러한 떠돌이 신자, 골라신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가짜 영성이다. 진정한 영성은 지정학적 장소에 정착하는 것이다. 나무가 자주 옮겨 심으면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뿌리가 없으면 흙 속의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죽는다. 한 곳에 정착하여 뿌리 내리고 오랫동안 살아갈 때 제대로 자라게 된다. 오래 머물면 서로의 단점과 허물을 본다. 그것을 견디고 사랑할 때 비로소 영성은 회복되고 자란다.
2. 하나님의 은혜
제럴드 싯처 / 윤종석 옮김 / 성서유니온 선교회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작가다. 목사이며 신학교 교수인 저자는 어느 날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는다. 처절한 운명 앞에서 절망한다. 그러나 절망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품는다.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묻고 고뇌했던 심정을 담아 [하나님 앞에서 울다]를 쓴다. 그리고 다시 좀 더 깊은 영성과 신학적 깊이를 담아 [하나님의 뜻]을 펴낸다. 몇 권의 책이 더 있지만 그의 고난과 엮어진 책은 '하나님이 은혜'가 세 번째다. 10월 초에 출간 예정이다. 필자는 제럴드 싯처의 책을 두 권을 가지고 있다. 치유와 회복, 고난의 의미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필립얀시와 헨리 나우웬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의 탁월한 영성과 개혁적 신앙관을 견지한다.
3. 유진 피터슨 사무엘서 강해
유진 피터슨 / 박성혁 옮김 / 아바서원
아바서원이 기독교 출판의 판도를 바꿀 기세다. 알차면서도 유익한 서적들을 대거 출판하고 있다. 지난달(8월)에 따끈한 시간이 나왔다. 유진 피터슨의 사무엘서 강해집이다. 개혁주의 영성을 주도하고 있는 유진 피터슨 목사의 글은 하나도 버릴게 없다. 이번에 출간된 사무엘서 강해 역시 탁월한 안목으로 성경을 주해하고 현실에 깊이 뿌리내린 적용을 선보였다. 자기 입맛에 맞는 이들을 골라 떠돌아다니는 신자들에게 맞을 리는 만무하지만, 시간을 들려 읽으며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곰삭듯 성경을 깊이 우려내 맛깔스럽게 요리한 만찬이다.
4. 지금껏 알지 못했던 기독교 역사
유재덕 / 브니엘 출판사
서울신대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기독교 교육학을 전공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평범한 기독교 역사를 삐딱하게 보여 준다. 마치 생얼의 기독교 역사라 해야 옳겠다. 스펄전의 책들은 번역한 번역자이면서 교회사 관련 서적도 출간하는 다재다능함을 가진 분이다. 이분에 우리가 아는 상식을 넘어 숨겨진 민낯의 교회사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5. 쩔쩔매시는 하나님
차정식 / 포이에마
출판 전 미리 들었다. 수개월 전 저자는 필자와 식사를 하면서 곧 이 책이 출간될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제목이 하도 특이해서 기억한다. '쩔쩔매시는 하나님?' 일상의 묵상이라면 묵상이고, 사색이라면 사색이다. 누구도 추월할 수 없는 람보르기니의 속도감으로 글쓰기를 하시는 분이다. 현재 한일 장신대 교수이면서 '길 위의 신학자'라는 별명을 갖고 계시는 분이다.
그동안 온라인과 SNS등에 뿌려놓은 글을 모았다. 일상에서 건져낸 비범한 통찰이 돋보인다. 하나님은 언제 쩔쩔매실까? 죄인들이 불쌍할 때이다. 은혜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쩔쩔매게 하신다. 은혜를 잊어버린 죄인들에게는 분노와 공포의 하나님으로만 대면할 것이다. 겸허하게 하나님께 삶을 드리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쩔쩔매신다. 가을바람이 아직 덥다. 그대로 가을은 밀물처럼 밀려올 것이다. 하나님이 은혜도 마찬가지다. 차정식 교수와 일상의 은혜를 함께 공유한다면 가을은 한결 풍요로워 질 것이다.
추석연휴도 끝이 났건만 아직 여름은 가지 않는 듯 온도계는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총회는 난항을 겪고 있고 시대는 어수선 하다. 책 속에 길이있다. 책에 천착할 때다. 깊은 바다는 쉬 출렁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 출렁이기 시작하면 천하를 집어 삼킨다. 그릇을 키우고 깊은 영성을 추구하려면 더 깊이 독서에 몰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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