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독립 운동가, 김학천 글 황은관 그림, 선율
길 위에서 만난 독립 운동가
김학천 글 황은관 그림 / 선율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 이 말이 왜 이렇게 마음에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너무 사실적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일제의 잔재 때문일까? 수년 전 한국 근대사를 공부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가면서 가슴이 아파서 중단해 버리고 말았다. 가슴 아픔에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도 있고, 한국 근대사의 기묘한 운명도 뒤섞여 있다. 물론 과거고 지금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이기에 과거를 단지 몽환적 흐릿한 기억으로 담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다. 한국의 근대사는 알면 알수록 아프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독립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고 바쳤던 독립운동가들이 후손들에게 잊히고 버림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독립운동가를 망각하는 것에 저항하여 써 내려간 삶의 흔적이다.
저자인 김학천은 우연한 기회에 대구 역사 유적지 탐방을 맡게 되면서 지금까지 역사관련 안내사로 활동하고 있다. 소위로 임관하여 군 복무 기간에도, 한일여자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도 내려놓지 않았다. 보다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국내 문화유산 해설사 과정까지 밟은 것을 보면 역사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프롤로그를 읽다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찾아 나서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실감한다. 하지만 저자는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책의 속성이 그렇듯 그동안 찾고 정리한 사료들을 버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지면 안에 담아야 하는 한계로 인해 많은 것을 추려야 했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렇게 16명의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추려 담았다.
책은 네 가지 주제로 분류했다. 1장에서는 오해와 비난, 체포와 테러의 위협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이들을 소개한다. 안중근, 여운형, 김구, 김원봉이 그들이다. 2장에서는 세상과 소통하고 후학들을 길러내 정신적 힘을 길렀던 이들을 찾아간다. 손병희, 한용운, 이상룡, 이상재가 그 주인공들이다. 세 번째 주제는 삶으로 독립운동을 실천했던 헐버트, 안창호, 김마리아, 이육사이다. 저자는 외국인이었던 헐버트를 독립운동가로 넣음으로 한국을 한국인보다 더 사랑했던 헐버트의 기억하려 한다. 마지막 4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자립의 길을 걸어간 이들로 스코필드, 최준, 유일한, 조아라이다.
독립운동가들은 가까이 있었다. 저자는 그들의 일대기와 중요한 사건들을 짚어나가면서 그 시절 사건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백범 김구가 해방 후 경고장에서 저격을 당해 숨을 거둔다. 저격 현장이 지금의 강북삼성병원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뿐 아니라 호인 백범이 백정(白丁)과 범부(凡夫)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분명 <백범일기>를 읽었는데 왜 이리 낯선 것일까? 역사를 좋아하지만, 한국 근대사에 관한 책을 거의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 저자의 친절한 정보들은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특히 임청각에 대한 이야기는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독립운동가가 많이 나와 눈엣가시 같았던 그 집을 의도적으로 망가뜨리기 위해 마당 한가운데로 철로를 놓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의 무관심이 아직도 복원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아담한 책이다. 조금 빠르게 읽는 독자라면 두 시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독립운동가 한 명 한 명을 천천히 읽어나가려면 시간이 필요할성싶다. 이미 알고 있고, 미처 알지 못한 내용이 간소하게 정리되어있다. 현장을 직접 찾고 문헌을 뒤져가며 찾아낸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움을 너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체성을 잊지 말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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