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는 필연이다.
낙화는 필연이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접동백이 보인다. 화단에 시체처럼 나뒹군다. 동백은 송두리째 떨어진다. 마음이 씁쓸하다. 얼마 전까지 화려함과 숭고함을 뽐내던 녀석들이이젠 처량하게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그러나 날개가 없어도 추락한다. 때가되면 달도 기울고, 영광도 쇠하고, 유명도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자연은 돌고 돌아야 한다. 추락은 굳이 날개가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
낙화는 필연이다.
낙화는 운명이다.
낙화는 귀향이다.
낙화는 일상이다.
낙화는 자연이다.
낙화는 섭리다.
낙화는 삶이다.
낙화는 필연이다.
자연의 섭리니 원망도 섭섭함도 버리자.
달이 차면 기우는 법. 비우고 또 비우자.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다.
봄이 오면 낙화는 일상이 된다. 동백도 진한 이별의 키스를 나누어야 한다. 립스틱 짙게 바르고 따스한 봄의 대지와 키스한다. 이별의 키스가 만남의 키스가 된다.
낙화는 예정된 것이다.
낙화는 누구의 장난도 아니다.
낙화는 우연도 아니다.
낙화는 누군간의 장난도 아니다.
낙화는 사랑이다.
미련 없이 몸뚱이에서 벗어나 홀로 죽어간다.
낙화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이겼다. 낙화 이후에 생겨난 씨앗들은 다시 몸뚱이에서 벗어난다. 그들도 추락하여 대지와 만날 것이다. 뉴턴은 그렇게 대지의 힘을 알고 만유인력의 법칙이라 칭했다. 누구도 중력의 법칙을 이기지 못한다. 기력을 다한 동백꽃도 낙화하고, 기운이 다 찬 씨앗도 떨어진다. 그들은 중역의 법칙에 종속된다.
그러나
생명의 씨앗이 발화하면서 중력의 법칙을 이기고 하늘을 향해 높이 올라간다. 생명은 거스름이다. 종속을 거부한다. 그는 졌지만 다시 승리한다. 아니 짐으로 승리한다. 지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추락하지 않으면 태어날 수 없다. 죽은 자 같으나 다시 살아난다.
죽음으로 다시 살아난다.
아, 치욕스런 십자가의 죽음이여!
아, 영광스러운 부활의 영광이여!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핍박을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우리가 항상 예수 죽인 것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도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
우리 산 자가 항상 예수를 위하여 죽음에 넘기움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죽을 육체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니라
고린도 후서 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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