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날을 길게 하리라 / 심재수 / 샘솟는기쁨
네 날을 길게 하리라
심재수 / 샘솟는기쁨
성경이 답이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하나님을 만났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오만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갑자기 불어 닥친 폭풍우 속에서 자신의 힘이 아닌 그 어떤 신적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무신론자들은 종종 ‘신은 겁쟁이들이나 찾는 것’이라고 일갈(一喝)하곤 한다. 그러나 진작 자신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신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이 철저히 종교적 존재란 말을 합당하다. 실패는 자신의 한계선을 경험하는 것이자 실존을 체득하는 절망선이다. 믿음은 실패란 절망선을 넘어 믿음으로 도약하는 희망의 날갯짓이다. 믿음은 불가능한 것을 일상화시키고, 절망을 기쁨으로 치환(置換)시키는 신(神)의 현현(顯顯)이다.
여기에 기적의 사람이 있다. 새벽기도 오천이라는 기적을 직접 써온 주인공 ‘심재수’ 집자가 구 주인공이다. 현재 ㈜청호컴넷 금융사업부분 총과 사장이자, 십삼 년간 대표이사 맡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평사원에서 기업의 CEO가 되기까지 족적(足跡)을 그리고 있다. 버블경제가 무너지고 IMF체제로 전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회사를 운영하던 저자는 삶을 포기할 정도의 깊은 절망을 느낀다. 지푸라기라도 붙잡을 심정으로 시작된 새벽기도, 이제 오천일을 넘어갔다. 무신론자의 기도도 들어 주실까? 아내의 권유로 억지스런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한다. 그 후 새벽기도의 맛에 푹빠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오천일의 새벽기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회사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회복과 성장의 발판이 놓여진다.
“1998년 4월, 절망에 빠진 채 마지막 수단으로 새벽기도를 찾게 되었고 한 달쯤 지나면서 위로와 평안을 얻었다. 수차례 곤두박질치는 고난 가운데 하나님께로 돌이킬 수 있었다. 두 달이 지난 6월 1일, 나는 하나님 이야기를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13쪽)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이야기’가 아닌 나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 이야기’다. 저자 개인의 자전적 고백임과 동시에 경영 이야기다. 지나온 삶의 궤적을 추적하며 반성하기도 하고, 권면하기도 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회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200쪽에서 조금 더 되는 분량이 읽기에도 수월하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19쪽)하면서 이야기를 시작된다. 병역특례업체에 합격하여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입사하면 학교에서 배운 건 다 무용지물’이 된다는 선배들의 충고가 틀렸다는 것을 확인한다. ‘시시각각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 앞에서 기초학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번 절감’(20쪽)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무시하지 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저자는 ‘우물을 옮긴다고 깨진 바가지에서 물이 안 새겠는가?’라는 상무의 이야기에 도전을 받는다. 실패는 도전하는 자만의 특권이 분명하다. 저자는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이 상황을 피한다고 해서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실력을 갖추겠다면 지금이 기회다. 아무리 힘겹다고 해도 여기서 돌아서고 싶지 않았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빈 사무실에서 우선 전공과목을 공부하기로 했다……. 육 개월이 지날 무렵 실험 실습으로 확연하게 실력이 늘었다.”(21쪽)
“포기하지 않는 것이 실력이다.” 제목이 멋지다. 그렇다. 포기만하지 않으면 잘하게 되어있다. 문제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노력하여 회사가 컴퓨터용 한글 한자 단말기와 프린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데 기여를 한다.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성공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다. 졸업하여 입사한 회사에서 개발한 현금 자동 지급기가 은행에 수천대가 팔리면서 기업 성장의 기회를 맛본다.
위기는 늘 기회이다. 1997년 말, IMF 외환 위기가 불어오면서 탄탄하던 회사가 송두리째 흔들렸다. ‘두려움과 절망이 극도에 달’했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만큼 괴로워서 한강변을 찾’(39쪽)기도 한다. 인간의 절망은 하나님께 기회란 말은 참말이다. 믿음도 없이 건성으로 다닌 교회를 다시 찾게 된다. 어느 날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새벽기도를 제안한다. 저자는 아내의 말에 점집 앞에서 발길을 돌린다.(41쪽) 새벽기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기적은 언제나 사소한 결단에서 발화된다. 잠시 후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갈 것이다.
새벽기도 시작이 모든 고난과 실패의 끝은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기도 한다. 기도량과 성공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회사는 더욱 어려워지고 부도가 나면서 사장이 아닌 자신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경매절차가통지서’가 날아든다. 기도는 원망을 시작하지만 점점 평안하게 된다. 저자는 욥을 생각하며 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운다. 퇴직금도 받지 못할 형편이다. 순진하게 ‘퇴직금을 받으면 절반을 드리겠다’고 서원한다. 순진하기까지 한 저자의 고백 속에서 하나님의 섬세한 섭리를 읽는다.
“내 인생의 출애굽기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세상을 의지하고 오직 내 능력만 믿으며 달려온 내가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시간이었다. 서툴고 부족한 내 모습 그대로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갔다.”(48쪽)
찬송가에 ‘이 풍랑 인하여 더 빨리’ 간다고 하지 않던가. 엉겁결에 떠맡게 된 회사, CEO는 그렇게 되었다. 바로 이 즈음 저자는 솔로몬의 일천번제를 묵상하며 ‘일천번제 새벽기도’(55쪽)를 작정하며 CEO의 첫발을 딛는다. 미신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저자는 새벽기도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 하나님과 은밀한 교제를 나누는 시간으로 활용하다. 그 때부터 새벽기도 노트를 작성하고 맥체인 성경 읽기표를 따라 성경 읽기도 시작한다.(60쪽) 우여곡절(迂餘曲折)은 계속 된다. 그러나 성공과 성장의 화살표는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
참 재미있다. 삶 속에서 풀어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새벽기도의 맛을 볼 수 있게 된다. 아직도 기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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