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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현대 종교의 프리즘

샤마임 201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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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2014년 1월 14일

현대 종교철학의 프리즘

 

방금 배국원 교수의 ‘현대종교철학의 프리즘’을 다 읽었다. 정확하게 571쪽이다. 다른 책 두세 권에 가까운 분량에다, 수천 년에서 현대에 이르는 철학과 종교, 역사와 문화를 오가는 거대담론에 기가 눌려 다리에 힘이 절로 빠졌다. 기겁할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운 책이다. 처음 마음먹었던 담대함은 남겨진 페이지만큼 점점 줄어들었다. 마지막장을 넘겼을 때 기분은 딱 이거다. ‘엥? 이게 모야?’ 답도 없고, 그렇다고 명확한 기준도 없이 막무가내로 서둘러 끝내는 듯한 ‘충격’ 아닌 충격이었다.

 

처음부터 감은 잡고 있었다. ‘예지와 자유의지’라는 머리 아픈 문제를 첫 장을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나가면서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비록 만인이 만족할만한 유일한 정답은 없지만” 그럴 줄 알았다. 본시 철학이란 답을 주는 학문이 아니다. 질문하고 도망가면 된다. 그렇게 시작된 머리 아픈 주제들을 600쪽 가까이 끌고 갔다. 시편 23편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는 듯 했다. 암울한 중세라고 수도 없기 반복하고, 스피노자와 도킨스, 다윈과 존로크,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사람들이 즐비하다. 이뿐 아니다. 보도 듣도 못한 이름의 군상(群像)들을 읽느라 뇌에서 포도당이 급격하게 소비된다. 콰인, 윌리암 플래처, 벤더빌트 등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이름들이다.

 

그래도 살아남았다. 올 들어 읽은 6번째 책에 올릴 제물이 되었다. 이제 서평해서 신문사에 송고할 일만 남았다. 읽기보다 서평할 일이 더 큰일이지만 오늘 하루는 넘어가가기로 하자. 지금은 어거스틴의 [고백록]을 읽고 방송 원고를 작성해야 하니.

 

저자는 서문에서 넬슨 구드만을 인용하면서 개와 고양이형을 언급한다. 개도 키워보고 고양이도 키워본 나로선 충분히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개는 주인에게 몸을 사르지 않고 충성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주인의 사랑을 요구한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비슷하다. 어떤 이들은 개처럼 주님을 위해 충성을 다하지만, 어떤 이들은 고양이처럼 하나님을 이용하려 든다. 아니다. 내 안에 개도 있고 고양이도 있다. 명확하게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충성과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배국원 교수의 책은 인류의 철학과 종교의 궤적(軌跡)을 살피면서 다양한 성향을 통찰한다. 결국 모호한 답으로 마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직 미완성인체로 남아 있기 때문이며, 토의와 합의를 통해 사랑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을 정리하면 이렇다.

1. 레슬리 뉴비긴의《타당한 확신》

2. 헨리 나우웬의《상처입은 치료자》

3. 백기락.문성준의《패스드리딩》

4. 니시우치 히로무의《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

5. 다니엘 디포의《로빈슨 크루소》

6. 배국원의 《현대종교철학의 프리즘》

• 신명기 완독

 



 




현대종교철학의 프리즘 - 10점
배국원 지음/대장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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