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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2013년 4월 23일-삶이 기적이다.

샤마임 2013.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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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2013년 4월 23일

삶이 기적이다.

 

삶이 기적이다. 최고의 기적은 '지금 살아가는 것'이다. 평이함은 살아있음의 증명이다. 일반적인 것은 기적의 보편성이다. 그러니 삶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평이함의 기적을 버리고 요상함을 추구하는 못된 심성을 버려야 한다. 기적은 날마다 생명을 증명하는 것이다.

 

어제는 무척 바빴다. 주일 저녁에 마신 커피 탓이지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한 체 밤을 지새다 새벽 기도회를 인도했다. 마치자 곧바로 남부민중앙 교회로 향했다. 부산노회 교육부 모임 때문이다. 6월 마지막에 있을 교사강습회로 모였다. 노회 교육부 임원들과 주일학교 연합회 임원들이 함께 모여 보고하고 논의하는 시간이다. 주일학교 교육위원회 지도를 맡으면서 이래저래 바쁘다. 잘 하는 것도 없으면서 오지랖만 넓다. 한 우물을 파야 하는데 말이다. 이것 또한 살아 있다는 증거리라.

 

교육부 모임을 마치고 집에 잠깐 들러 곧바로 글쓰기 학교로 향했다. 급하게 쓴 글이 맘에 들지 않지만 숙제는 해야 한다. 공짜는 없는 법이다. 흘린 눈물과 열매의 양은 비례하는 법이다.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은 편하게 쓰는 글은 발전이 없지만, 심사숙고하고 고뇌하며 쓰는 글은 조금씩 성숙하게 만든다. 편함을 추구하지만 고난이야말로 인생을 성숙시키는 지름길이다.

 

글쓰기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려는 중 늘 가던 길로 가지 않았다. 가끔은 다른 길로 가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은 수영교차로에서 경대앞을 지나 부둣길을 통과해 부산터널과 대티터널을 지나 신평고개로 가는 길이다. 그날 왠지 다른 길로 가고 싶었다. 수영교차로에서 직진하지 하지 않고 우회전하여 망미길로 양정으로 갔다. 처음 생각은 초읍입구 길을 통과해 동서고가도로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양정을 지나면서 곧바로 서면으로 향했다. 그게 편해 보인 탓이다. 서면교차로에 가까이 오자 아침에 넣어둔 3만원이 생각났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영광도서에 들러 책을 두어권 살 생각이었다. 그러다 서면 알라딘 중고 서점이 생각나지 않는가. 곧바로 그리로 향했다. 피곤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책을 사고싶은 마음은 억누르지 못했다.

 

서점에 들어서자 피곤함이 물러가고 행복감이 밀려 왔다. 기적이란 이런 것이다. 기쁨은 피곤을 이기는 것, 그것이 기적인 게다. 살아 있다는 분명한 증거다. 전에 봐둔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없다. 이런… 중고서점이 스릴이 찐하게 밀려 온다. 일반서점은 늘 꽃혀 있지만 중고서점은 먼저 사가면 임자인게다. 좋은 책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기회는 늘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당시는 돈이 없었으니 원망할 일도 아니다. 살만한 책이 없는가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스캔하듯 책장을 하나하나 밀어냈다.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책이 보였다.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었다. 지난 번에는 없었는데… 이게 바로 중고서점의 재미다. 당장 집어 들었다. 이것으로 장영희 교수의 책이 세 권이 되었다.

 

장영희 교수는 나의 글쓰기 멘토이다. 감동적이고 희망의 언어로 삶을 풀어낸다. 어린 시절부터 불구의 몸으로 자랐지만 미국 유학까지 가고 그곳에서 문학박사학위까지 취득한다. 귀국하여 대학교수로 살아가면서 샘터에서 발행하는 <월간 샘터>에 글을 기고했다. 그것들이 모아져 책이 된게다. 장교수의 글은 실존적이고 희망적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결코 삶을 포기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책은 그녀의 마지막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손보고 불과 며칠 뒤에 숨을 거두었다. 마음이 아프다. 살아계시다면 한 번 찾아가 뵙고 싶은데 말이다. 죽기 직전까지 '삶은 기적'이라고 희망을 노래한다. 나도 그리하리라. 삶이 기적이라고.

    

[구입도서 목록]

80일간의 세계 일주 /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꼬마 철학자 / 알퐁스 도데 지음, 이재형 옮김, 정택영 그림

리더의 지혜를 담은 동화책 / 위르겐 푹스 지음, 강희진 옮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아홉살 인생 / 위기철 지음

책이 되어버린 남자 /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지음, 남문희 옮김, 무슨 그림

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 천양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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