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전서 2:4-8 묵상, 산돌이신 그리스도
산 돌 위에 세워지는 영적 집
베드로전서 2장 4절부터 8절은 성도의 정체성과 사명을 "산 돌"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묘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보시기에 택함을 입은 보배로운 산 돌이시며, 믿는 자들은 그분께 나아감으로 영적인 집으로 세워지고, 거룩한 제사장이 되어 하나님이 받으실 신령한 제사를 드리는 삶으로 부름받았습니다. 본문은 또한 믿음과 불신, 순종과 불순종의 삶이 얼마나 대조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어떻게 세워져야 하는지를 깊이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산 돌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삶
“사람에게는 버림 받았으나 하나님께는 택하심을 입은 보배로운 산 돌이신 예수께 나아가”(벧전 2:4)
베드로는 그리스도를 '산 돌(lithon zōnta)'이라 부릅니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신구약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입니다. 여기서 '산 돌'이란 생명이 있으며, 건축의 기초가 되는 견고하고 생동력 있는 존재를 뜻합니다. 일반적인 돌은 죽은 물질이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을 통해 살아 계신 생명의 근원이 되셨습니다. 이 표현은 그분 안에 생명이 있음을 강조할 뿐 아니라, 그 생명이 이제 건물의 기초로 작동하고 있다는 영적 실제를 나타냅니다.
‘사람에게는 버림 받았다’는 말은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 그리고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던 유대 지도자들의 불신앙을 반영합니다. 여기서 '버림받다'는 헬라어 'ἀποδοκιμάζω(apodokimazō)'는, 시험해 본 후 거절하다, 가치 없다고 판단하고 배제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판단으로는 그리스도가 무가치한 존재처럼 여겨졌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택하심을 입은 보배로운 존재'였습니다. ‘보배로운’은 헬라어 ‘엔티몬(entimon)’으로, 가장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건축의 기초로 세우신 것은 인간의 가치 판단과 상관없는 주권적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성도는 바로 이 산 돌이신 예수께 '나아가야' 합니다. ‘나아간다’는 헬라어 ‘προσερχόμενοι(proserchomenoi)’는 단순히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가까이 나아가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는 일회성 결단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영적 친밀감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그리스도께 나아감으로 우리는 그의 생명에 참여하게 되며, 거기서 새로운 존재로 세워지는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영적 집으로 세워지는 공동체
“너희도 산 돌 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 신령한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벧전 2:5)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성도는 그분을 닮아가는 존재로 변화됩니다. 베드로는 믿는 자들을 '산 돌처럼' 여깁니다. 즉, 그리스도와의 연합 속에서 그분의 생명과 성품을 공유하는 자들입니다. 각 성도는 산 돌로서 제자리에 놓이며, 전체로는 '신령한 집(oikos pneumatikos)'으로 세워집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변화가 아니라, 공동체적 건축을 의미합니다. 성도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연결되어 하나의 집, 곧 하나님의 처소가 되어갑니다.
여기서 ‘세워지다’는 ‘οἰκοδομεῖσθε(oikodomeisthe)’는 수동형 현재 시제로, 우리 스스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지으시는 과정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집이며, 그의 손에 의해 계속해서 다듬어지고 세워져 가는 존재입니다. 이 집은 돌무더기가 아니라, 질서 있게 구성된 하나의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 집의 기능은 ‘거룩한 제사장’으로서 ‘신령한 제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제사장'은 구약에서 하나님과 백성 사이의 중보자로서의 역할을 했던 존재입니다.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성도가 왕 같은 제사장이 되었고, 각자 하나님께 예배와 삶의 제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령한 제사'는 헬라어 'θυσίας πνευματικάς(thysias pneumatikas)'로, 성령의 인도하심 안에서 드리는 삶 전체의 예배를 의미합니다. 이는 단지 제의적인 행위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선택, 말과 행동까지 모두 포함하는 거룩한 삶의 표현입니다.
이 모든 사역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루어집니다. 이는 우리의 자격이나 행위가 아닌, 그리스도의 은혜와 공로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음을 뜻합니다. 성도는 그분 안에서만 참된 제사를 드릴 수 있으며, 그 제사는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시는' 제사가 됩니다.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의 운명
“성경에 기록되었으되 보라 내가 택한 보배로운 모퉁잇돌을 시온에 두노니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였으니”(2:6)
“그러므로 믿는 너희에게는 보배이나 믿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건축자들이 버린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고”(2:7)
“또 부딪치는 돌과 거치는 반석이 되었다 하였느니라 그들이 말씀을 순종하지 아니하므로 넘어지나니 이는 그들을 이렇게 정하신 것이라”(2:8)
베드로는 이제 구약의 세 본문(이사야 28:16, 시편 118:22, 이사야 8:14)을 인용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위치와 그에 대한 반응의 결과를 설명합니다. 그리스도는 시온에 두신 ‘보배로운 모퉁잇돌’입니다. ‘모퉁잇돌(ἀκρογωνιαῖον, akrogōniaion)’은 건축물의 구조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초 돌로서, 전체 건물의 기준이 되는 존재입니다.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는다'고 말씀합니다. 이는 영원한 심판 앞에서도 담대할 수 있으며,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하게 된다는 약속입니다.
하지만 믿지 않는 자에게는 상황이 다릅니다. 그들에게 그리스도는 '버린 돌'이며, 동시에 '부딪치는 돌'이 됩니다. 이들은 말씀을 '순종하지 않는 자들'입니다. 여기서 '순종하지 않다'는 말은 헬라어 'ἀπειθοῦντες(apeithountes)'로, 단순히 듣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의적으로 거부하는 적극적인 불신앙을 말합니다. 이들은 결국 그 돌에 '넘어지고(προσκόπτουσιν, proskoptousin)' 파멸에 이르게 됩니다.
마지막 표현, “이는 그들을 이렇게 정하신 것이라”는 문장은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일부를 넘어지게 하시기로 작정하셨다는 의미보다는, 불신앙의 길을 택한 자들이 결국 심판에 이르게 되는 공의의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복음은 선택의 기준이 되며, 그 선택은 인간의 반응에 따라 영광이나 파멸로 나아가는 갈림길이 됩니다.
결론
예수 그리스도는 산 돌로서 믿는 자들에게 생명의 기초가 되시며, 성도는 그분 안에서 영적인 집으로 세워지고 거룩한 제사장이 되어 신령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됩니다. 믿는 자에게는 보배이신 그리스도가, 믿지 않는 자에게는 넘어짐의 돌이 됩니다. 우리는 이 산 돌 위에 굳게 서서, 하나님께 기쁘게 드려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베드로전서 2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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