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오천 명을 먹이는 사람 전영헌 / 터치북스
아래의 글은 브니엘고 교목이며 이삭교회 고등부를 맡고 있는 전영헌 목사님의 책입니다. 뉴스 앤조이에 서평했고, 부산 극동 방송에서도 소개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노가다를 뛰어야 한다'는 말이 가슴이 와 닿습니다.
기적을 만드는 마중물이 되어라
오천 명을 먹이는 사람
전영헌 / 터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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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도 이런 우연은 없다. 청년시절 교육전도사님을 섬겼던 분을 십 수 년이 흐르고 나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부산의 ㅅ교회 교육디렉터와 부산노회 교육위원회를 섬기고 있었다. 교사교육을 위한 강사를 찾는 중에 전영헌 목사를 추천 받았다. 이름을 듣는 순간 주례의 ㅈ교회에서 청년회 임원으로 섬길 때 청년회를 맡았던 목사님과 동명이었다. 혹여나 싶어 전화를 걸어보니 그 분이었다. 세상 참 좁다. 이렇게 우연은 필연이 되어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 같다. 현재 전영헌 목사는 브니엘고 교목으로 있으면서 이삭교회 교육디렉터를 맡고 있다. 옛 기억을 되살려 보면, 키는 작았지만 다부지고 언제나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확고한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듯 한 당당함이 청년들에게 도전을 주었다.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간의 사역을 알게 되었다. 교목으로 활동하면서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다른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던 차에 그동안의 사역을 책으로 담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기쁜 소식을 널리 전하고 싶은 마음에 서평을 자처했다.
‘삶으로 가르친 것만 남는다!’ 수많은 현란한 추천사와 수식어보다 그 한 문장이 가슴에 깊이 파고들었다. 삶이 뒤따르지 않는 가르침이란 거짓이 아니던가. 삶이 수반되는 가르침이어야 힘 있고, 진정성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것도 없으리라. 전영헌 목사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삶으로 가르쳤고,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미국의 심리학회 회장이며, 사회학습인지이론을 체계화시킨 반듀라는 인간의 행동은 보상이나 처벌의 조작결과로 행동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것을 모델링(modeling)이라고 부른다. 한 사람이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해 가는 과정 속에서 누군가를 관찰하게 되고, 자신의 모델로 삼는다는 이론이다. 반듀라의 주장에 근거한다면 참교육은 지식의 습득을 통한 교육이 아닌 삶이 수반된 교육일 때 가능하다. 전영헌 목사에게서 보고 듣고 배운 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변화가 수반될 수 있었던 것은 거짓 없는 가르침이 분명하다.
모두 세 장으로 크게 구분했다. 첫 장은 브니엘 고등학교 교목으로 섬기게 된 과정과 초기사역을 소개한다. 둘째 장은 사역 중에 일어나 여러 체험들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냈다. 마지막 부분은 학교에만 머물지 않고 사역의 확장을 성찰이 담긴 글로 표현했다. 250쪽 분량의 많지 않은 분량이니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체험적 고백을 글로 옮겨 놓아 단편극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교목이란 특수성을 가지고 있지만, 주일학교 사역과 별단 바르지 않다. 주일학교 교사나 목회자라면 이 책을 통해 십대들의 생각과 성향을 배울 수 있다. 학생들과 몸으로 부대끼고 마음을 공유했던 날것의 이야기다.
성경 지식이 아닌 성경적 삶으로 가르치다
2004년 미션스쿨이었던 대광고의 강의중 학생이 성경 공부와 예배를 거부하며 1인 시위를 벌이다 퇴학당한 일이 발생했다. 강의중은 학교를 상대로 5천만 원의 정신적 손해배상청구 소성을 냈고,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은 종교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라 할지라도 강제적인 교육은 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을 내렸다. 많은 기독교 학교가 충격에 휩싸였는데, 학교의 설립 이념을 뒤흔드는 일로 보았기 때문이다. 소송을 제기한 강의석 학생을 도운 '종자연'이란단체가 불교재단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션스쿨을 다녀본 학생이라면 성경공부시간과 예배 시간이 얼마나 따분하고 재미없는지 알 것이다. 강의석 학생의 소송 이면에는 재미없고, 허울뿐이 종교교육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자리 잡고 있다. 전목사도 부임 첫 시간, 학생들과 교사들로부터 보이지 않는 거절을 당한다.
“나는 이들에게 이방인이었다. <중략> 사물에 지나지 않았다. <중략> 수능 시험을 앞둔 고3 학생들에게 종교 과목은 있으나 마나 한 수업이었다. 그들은 차라리 그 시간에 자습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중략> 나는 교실에 들어가진 딱 3분 만에 모든 것을 포기해 버렸다.”(31쪽)
전 목사는 지식 전달이 아닌 삶을 나누는 방법으로 수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점점 마음의 문을 열어 주었고, 한 달이 채 가기도 전에 종교 시간이 좋다는 평을 듣게 된다.(33쪽) 우리는 종종 가르침의 주체를 배움의 대상이 학생이나 자녀가 아니나 ‘나’로 설정한다. 이러한 그릇된 관점은 그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 세우지만 번번이 실패 한다. 교육은 ‘위하여’가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진행 되어야 한다. 전목사는 학생의 입장에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데 바로 초코파이를 먹이는 것이었다. 첫 날 30만원 어치의 초코파이가 하루도 가지 않아 바닥이 나고 말았다.(38쪽) 서먹서먹하던 아이들의 관계가 초코파이라는 매질로 인해 급속하게 친하게 된다. 다음 달 날아온 카드명세서에는 150만원이란 거액이 적혀 있었다. 건빵으로 바꾸어 위기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역시 재정적인 어려움은 여전하다.
학생 A의 일로 파출소를 집 드나들 듯 다녔던 이야기, 한 명의 종양에 걸린 학생을 위해 전 학년이 반을 옮긴 이야기, 미용사가 되기 위하여 학교를 중단한 H 이야기 등 사역현장은 야생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특히 조직폭력배 활동한 아이를 개과천선? 시킨 이야기는 마음이 졸여 진다. 나같이 조용히 책이나 읽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 전목사의 사역은 존경을 넘어 경이롭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다. 바울은 로마교회의 성도들에게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라’고 당부한다. 진리는 지식이 아닌 삶이다. 복음은 정보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 자신인 것처럼 말이다.
전영헌 목사의 배고픈 영혼을 먹이는 사역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초코파이 하나에서 시작된 가르침은 삶은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107쪽)하다는 것을 일러 준다. 부산역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노숙자에게 밥을 퍼 나르는 일하며, 학생들 때문에 가정의 변화가 일어났다. 가르침이 교실에만 머물지 않고 학생들의 마음속으로, 삶으로, 그들이 속한 가정과 사회 속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한 학생이 ‘전 목사님을 국회로!’ 보내자고 제안했다.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 일게다. 그러나 국회는 가지 말기를. 컴패션을 후원하게 되면서 한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는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그들은 ‘기적을 일으키는 마중물’이 되었다. 그렇다! 기적은 시작은 미약하지만, 결과는 창대한 법이다. 난 전영헌 목사의 사역이 기적의 마중물이 되어 희망 없는 한국교회의 주일학교 사역에 기적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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