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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 21장 강해

샤마임 202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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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인의 기업, 하나님의 공의와 공동체적 순종의 열매

여호수아 21장은 가나안 땅의 정복과 분배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레위 지파에게 기업으로 주어진 성읍들에 관한 내용을 다룹니다. 땅을 기업으로 받지 못한 레위인들에게 하나님은 특별한 방식으로 각 지파가 성읍을 내어주게 하셨고, 이 과정 속에서 하나님의 공의와 백성의 순종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본문을 묵상하며 우리 역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질서를 따라 섬기고 나누어야 할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도 하나님의 거룩한 질서에 참여하는 백성으로서의 삶을 새롭게 결단합시다.

 

레위 지파의 특권과 책임 (1-8절)

본문은 레위 지파의 족장들이 실로에 있는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족장들에게 나아가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성읍과 목초지를 요구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1절). 이는 단순한 행정 요청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 내에서 하나님이 주신 질서를 상기시키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신앙적 순종의 요청입니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 전체가 하나님께서 정하신 방식으로 공동체를 세우는 데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레위인은 "기업이 없는 자"로 나타나지만, 이 표현은 결핍을 나타내기보다 오히려 그들의 독특하고 영적인 사명을 나타냅니다. 여호와 자신이 그들의 기업이시기 때문입니다(민 18:20). 히브리어 ‘נַחֲלָה’(nachalah)는 일반적으로 물리적 유산을 뜻하지만, 이 경우 하나님 자신이 레위인의 유산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입니다. 이는 물질이 아닌 하나님의 임재와 친밀한 동행이 진정한 복이라는 사실을 전제합니다.

 

레위인의 사명은 단순한 종교 직무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거룩함을 백성 가운데 전하고, 율법을 가르치며, 예배를 인도하고, 심지어 공동체의 윤리적 질서와 공정한 재판을 유지하는 사법적 기능까지 감당했습니다. 이로써 그들은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에 걸쳐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도구였습니다. 교부 히에로니무스는 이를 두고 "레위인은 땅 없이도 전 민족의 영적 중심을 형성하는 자들이었다"고 말하며, 그들의 분산된 존재 방식이 하나님의 말씀을 온 땅에 심는 구조였음을 강조했습니다.

 

하나님은 각 지파가 자신의 분깃 안에서 레위인을 위하여 성읍과 목초지를 내어주도록 하셨습니다. 이는 단순한 분배를 넘어, 하나님 백성 모두가 제사장 사역에 동참해야 한다는 공동체적 책임을 상징합니다. 다시 말해, 레위인의 섬김이 가능하려면, 백성의 협력과 헌신이 필수적인 구조였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교회 내의 목회자와 교사들, 그리고 전임 사역자들이 공동체의 후원과 기도로 살아가야 하는 성경적 근거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레위인의 사명은 하나님 나라의 가시적 구조 안에서 영적 질서와 진리를 전파하며, 하나님의 거룩함이 백성 가운데 유지되도록 섬기는 일이었습니다. 이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성도에게 계승되었으며(벧전 2:9), 오늘날에도 모든 성도가 ‘왕 같은 제사장’으로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이 사명을 감당하도록 부름받았음을 일깨웁니다.

 

고핫, 게르손, 므라리 족속의 분배 (9-42절)

레위인은 고핫, 게르손, 므라리의 세 족속으로 나뉘며, 각각이 받은 성읍은 지역적으로 다양하지만, 그 위치는 결코 무작위가 아니었습니다. 고핫 족속 중 아론의 자손은 제사장 직무를 수행하며, 유다, 시므온, 베냐민 지파 지역에서 13개 성읍을 받습니다. 이는 이스라엘의 정치·영적 중심지에 그들이 자리 잡았음을 뜻하며, 제사장 사역의 중심성을 반영합니다.

 

게르손 족속은 이사갈, 아셀, 납달리, 므낫세 지파 지역에서 13개 성읍을 분배받고, 므라리 족속은 스불론, 르우벤, 갓 지파에서 12개 성읍을 받습니다. 총 48개 성읍이 레위인에게 할당되며, 각 성읍에는 거주할 공간과 가축을 위한 목초지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배치는 하나님께서 레위인을 이스라엘 전체에 흩으시며, 모든 지역에 하나님 말씀과 예배, 율법 교육의 중심이 세워지기를 원하신 결과였습니다. 이는 단지 행정상의 효율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가 공동체 전체 안에 고루 분포되기를 바라는 신정적 구조입니다. 교회는 특정한 장소에만 임하지 않으며, 성도 각자의 삶터에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고대 사회에서 제사장과 레위인의 존재는 단순한 제의 담당자를 넘어, 교육자, 재판관, 성가대, 치유자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존재였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각 지파에 분포되어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임재와 공의를 온 땅에 퍼뜨리신 구조이며, 이는 성령 강림 후 제사장적 공동체로 부르심 받은 교회의 선교적 사명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하나님 약속의 성취와 공동체의 순종 (43-45절)

본문의 마지막 절은 여호수아서 전체의 요약과 같은 구절로 마무리됩니다. "여호와께서 그들의 조상에게 맹세하여 주리라고 하신 온 땅을... 다 이루셨으므로... 그들 중의 누구에게도 그 약속하신 모든 좋은 말씀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이 없었더라"(43-45절).

 

여기서 ‘좋은 말씀’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דָּבָר טוֹב’(davar tov)는 단순한 호의적 말이 아니라, 실재하는 하나님의 신실하신 약속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하나도 떨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이 표현은 여호수아서 전체, 나아가 모세오경의 예언까지 아우르는 언약 성취의 선언입니다.

 

레위인의 성읍 분배는 단순한 행정적 마무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는 구속사의 정점 중 하나이며, 그 성취의 도구가 공동체의 순종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이는 하나님 나라가 단지 초자연적 개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종하는 백성의 일상을 통해 성취된다는 원리를 보여줍니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의 도성은 인간의 의지와 순종이 하나님의 섭리와 만날 때에 비로소 세워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이스라엘 공동체는 레위인에게 성읍을 내어주며, 자기 땅을 떼어내는 아픔을 통해 하나님의 질서에 동참했고, 이를 통해 약속은 온전히 이루어졌습니다.

 

결론

여호수아 21장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 공동체가 어떻게 하나님의 질서에 순종하여 공의와 긍휼을 구현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레위인에게 땅이 없었으나, 여호와 자신이 그들의 기업이 되었고, 공동체는 자발적으로 그들을 섬김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구조를 현실화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말씀을 따라 이루어진 역사이며, 오늘 우리 교회 역시 하나님 질서 안에서 말씀을 나누고, 서로를 위한 공간을 내어주며 살아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호수아 장별 요약 및 강해

여호수아 장별 요약과 각 장의 강해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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