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23장 강해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위하여: 여호수아의 마지막 권면
여호수아 23장은 이스라엘 정복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늙은 여호수아가 백성의 지도자들에게 남기는 유언적 권면입니다. 이 장은 단순한 고별사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서 계속해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영적 지침입니다. 본문을 묵상하면서 우리도 인생의 끝자락에서 신앙을 이어갈 후손들에게 어떤 유산을 남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더 깊이 알고 실천하려는 마음으로 본문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지난 은혜를 잊지 말라 (1-5절)
여호수아는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자각하는 가운데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행하신 일을 회상하게 합니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이 모든 나라에 행하신 모든 일을 너희가 다 보았거니와 이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 그가 너희를 위하여 싸우셨음이라"(3절).
여기서 “싸우셨다”는 동사는 히브리어 ‘לָחַם’(lacham)으로, ‘전쟁하다’, ‘싸우다’라는 뜻을 지니는데, 이 단어는 단순한 육체적 전투를 넘어, 하나님께서 백성을 위해 싸우시는 영적 주권과 구속사의 개입을 상징합니다. 구약 전반에 걸쳐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전사'(Divine Warrior)로 묘사되며, 특히 출애굽기 15:3에서는 "여호와는 전사시니 여호와는 그의 이름이시로다"라고 선언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의 구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전장에 임하시는 분임을 강조합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철저히 하나님의 전투에 있었습니다. 여호수아는 이를 백성에게 분명히 상기시키며, 인간의 능력이나 전략이 아닌 하나님의 손에 달린 싸움이었음을 되새기게 합니다. 여호와께서 싸우셨기에 승리는 보장되었고, 이는 여호와의 언약 성취를 위한 결정적 사건이었습니다.
여호수아는 자신이 분배한 땅(4절)과 아직 정복되지 않은 남은 땅(5절)을 구별하면서, 과거의 승리가 미래의 성취를 담보하지 않음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완전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순종이 필요합니다. 이는 과거 은혜를 기억함으로써 미래의 믿음을 붙드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백성은 자신들의 정복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이 이루신 구원의 역사임을 기억하고 그분의 싸움에 동참하는 겸손한 신앙의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라, 타협하지 말라 (6-13절)
여호수아는 이어서 가장 중요한 권면을 전합니다. 그것은 율법을 지켜 행하고, 이방 민족과 어떤 언약도 맺지 말며, 그들의 신을 섬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너희는 크게 힘써 모세의 율법책에 기록된 것을 다 지켜 행하라 그것을 떠나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6절).
율법에 대한 철저한 충성
"크게 힘써"라는 표현은 히브리어로 ‘חִזְקוּ מְאֹד’(chizqu me’od)로, 단순한 노력 이상으로 의지를 다해, 전심으로 매달리라는 뜻입니다. 이는 단순히 규칙을 지키는 율법주의가 아니라,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붙드는 인격적 신뢰를 요구하는 언어입니다.
우상과 언어조차 단절하라
7절 이하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그들의 신들을 부르지 말고’, ‘그 이름을 말하지 말며’라는 경고는 단순한 외적 행위 금지를 넘어서, 우상의 언어조차 입에 담지 말라는 철저한 영적 분리를 요청합니다. 이는 바벨론 포로 이후 유대인 공동체가 철저히 율법 중심 사회로 전환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며, 공동체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한 극단적 조치였습니다.
하나님과의 연합을 굳게 붙들라
그러나 그 근본에는 사랑의 명령이 있습니다. "오직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를 가까이 하기를 오늘까지 행한 것 같이 하라"(8절). 여기서 ‘가까이 하다’는 히브리어 ‘דָּבַק’(dabaq)는 ‘붙다’, ‘접착되다’는 뜻으로, 창세기 2장 24절에서 부부의 결합을 설명할 때 쓰인 단어입니다. 이는 하나님과의 연합이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 정체성과 존재를 함께하는 생명적 연합임을 강조합니다.
타협이 가져올 고통의 경고
이방 민족과 혼합되는 삶은 이 생명적 연합을 위협하며, 결국 그들이 ‘너희 옆구리의 가시’(13절)가 될 것이라는 경고로 이어집니다. 이 표현은 공동체 내의 타협과 불순종이 가져올 장기적 고통과 해악을 상징합니다.
약속의 성취와 책임의 경고 (14-16절)
여호수아는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약속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다 성취되었음을 상기시키며(14절), 동시에 만일 백성이 하나님을 배반하고 이방 신을 섬기면 재앙이 그들에게 임할 것이라 경고합니다.
14절의 표현은 여호수아 21:45절의 반복입니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말씀하신 모든 좋은 일이 하나도 빠지지 아니하고 다 너희에게 응하였느니라.” 여기서 ‘좋은 일’은 히브리어 ‘דָּבָר הַטּוֹב’(davar hatov)로, 하나님의 선하신 언약과 약속을 총칭합니다. 이는 구속사적으로 하나님의 언약이 결코 파기되지 않음을 증거하는 말씀이지만, 동시에 그 언약 아래 사는 자들의 책임을 더욱 무겁게 합니다.
15-16절은 이 경고를 실제적인 심판으로 연결합니다. 만일 너희가 여호와의 언약을 어기고, 다른 신을 섬기면 여호와의 진노가 임할 것이며, 주신 땅에서 멸망하게 될 것이라 말씀합니다. 이는 단순한 두려움의 동기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관계가 가진 상호적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의 은혜는 방종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즉, 구원받은 백성의 삶은 마땅히 거룩하고 순종되어야 하며,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합당한 응답입니다. 여호수아의 마지막 권면은 하나님의 신실함을 근거로 한 성도의 책임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결론
여호수아 23장은 지도자의 마지막 말이 얼마나 깊은 영적 유산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백성에게 과거의 은혜를 잊지 말고, 율법을 굳게 붙들며, 하나님의 사랑과 언약 안에 머물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 권면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베풀어주신 은혜를 기억하며, 말씀에 붙들린 삶, 하나님과 연합된 믿음을 끝까지 지켜가야 하겠습니다.
여호수아 장별 요약 및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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