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24장 강해
여호수아의 마지막 선택 촉구: 너희가 오늘 택하라
여호수아 24장은 이스라엘의 정복 역사가 모두 끝난 후, 여호수아가 마지막으로 백성 앞에 선포한 언약 갱신의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장은 단순한 고별 연설이 아니라, 구속사의 요약과 함께 하나님의 백성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영적 선언입니다. 본문을 묵상하며, 우리도 하나님 앞에서 날마다 새롭게 언약을 갱신하며 살아가는 자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을 기억하라 (1-13절)
1. 거룩한 장소에서의 언약 갱신
여호수아는 세겜에 이스라엘 모든 지파를 모읍니다. 세겜은 아브라함이 처음 가나안 땅에 들어와 하나님께 제단을 쌓은 장소이며(창 12:6-7), 야곱이 우상들을 버리고 하나님께 경배한 자리이기도 합니다(창 35:2-4). 이러한 장소적 상징성은 이 회중의 모임이 단순한 회의가 아닌,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의 신앙을 회복하는 성스러운 장면임을 보여줍니다. 이 장소는 하나님과의 과거 언약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새로운 세대에게 언약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2. 하나님의 일방적 은혜로 세워진 역사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며, 구원의 역사를 요약합니다. “너희의 조상들 곧 아브라함의 아버지 나홀의 아버지는 강 저쪽에 거하여 다른 신들을 섬겼으나 내가 그를 인도하여 가나안 땅에 두고…”(2-3절). 여기서 사용된 ‘인도하다’는 히브리어 ‘נָהַג’(nahag)는 목자가 양을 이끄는 듯한 부드럽고 지속적인 인도를 의미합니다. 이 말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강압이 아니라, 자비롭고 지속적인 역사였음을 암시합니다.
하나님은 우상숭배자였던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전혀 조건 없이 언약을 주셨으며, 그를 통해 민족을 이루어 가셨습니다. 이어서 이집트에서의 구원, 홍해를 가르신 기적, 광야에서의 보호, 요단강을 건너는 사건, 그리고 가나안 정복까지, 모두 인간의 노력 이전에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가 선행되었음을 여호수아는 강조합니다.
3. 하나님의 전사적 개입
12절에서 여호와는 “너희의 칼이나 너희의 활로 한 것이 아니니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하나님이 ‘전사’로서 직접 싸우셨다는 신학적 선언입니다. 이 표현은 출애굽기 15:3의 “여호와는 전사시니”라는 말씀과 연결되며, 여호수아의 리더십 하에 이루어진 정복 전쟁도 인간의 전략이 아닌 하나님의 전투였다는 점을 부각시킵니다.
‘전사’로서의 하나님은 단지 보호자가 아니라, 그의 백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싸우며 그들을 대신하여 적들을 무찌르시는 능동적 구원자입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의 구원도, 삶의 전투도,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는 신학적 위로와 도전을 줍니다. 이처럼 여호수아는 하나님께서 역사 가운데 어떻게 싸우셨고 구원을 완성하셨는지를 하나하나 열거하며, 백성으로 하여금 은혜를 되새기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4. 은혜에 대한 응답으로의 삶
하나님께서 행하신 모든 일은 이스라엘의 자격이나 공로 때문이 아니었으며, 오직 언약의 신실하심과 자비하심 때문이었습니다. 여호수아는 이 모든 역사를 통해 백성에게 도전합니다. 이제 이 은혜를 받은 백성은 하나님께 온전히 반응해야 하며, 역사를 되새기는 것은 단지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신앙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행위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여호수아 24장 1-13절은 단지 역사 강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적 행위에 대한 회중의 신앙적 고백을 촉구하는 서문이자, 언약 갱신을 위한 준비 과정인 것입니다.
오늘 너희가 택하라 (14-24절)
여호수아는 이제 백성에게 결단을 촉구합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여호와를 경외하며 온전함과 진실함으로 그를 섬기라…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14-15절). 여기서 ‘온전함’이라는 말은 히브리어 ‘תָּמִים’(tamim)으로, 결함 없고 순전하다는 뜻이며, ‘진실함’은 ‘אֱמֶת’(emet)으로, 신실성과 진리라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전심으로, 신실하고 순전한 예배를 요구하십니다.
특히 15절 하반절은 매우 유명한 말씀입니다.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이 선언은 단순한 개인의 신앙 고백이 아니라, 가정의 영적 방향을 책임지는 가장의 권위와 믿음의 결단을 보여줍니다. 초대교부 터툴리안은 이 구절에 대해 “한 사람의 가정의 결단이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바꾼다”고 주석하였습니다.
백성은 반복적으로 “우리가 여호와를 섬기겠나이다”(16, 21, 24절)라고 응답합니다. 그러나 여호수아는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는 오히려 “너희가 여호와를 능히 섬기지 못할 것은 그는 거룩하신 하나님이시요 질투하시는 하나님이시라”(19절)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이 얼마나 무겁고 책임 있는 것인지를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질투하시는 하나님’이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אֵל קַנָּא’(El Qanna)로, 배타적 사랑과 전적인 헌신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냅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섬기면서 동시에 우상을 용납한다면, 하나님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는 경고입니다.
언약을 새기고 증거를 세우라 (25-28절)
백성의 결단을 확인한 여호수아는 언약을 세우고 율례와 법도를 기록합니다(25절). 그리고 큰 돌을 가져다가 증거로 세웁니다. “이 돌이 우리에게 증거가 되리니 이는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하신 모든 말씀을 들었음이라”(27절).
여기서 ‘증거’(히브리어 ‘עֵד’, ed)는 단순한 물리적 기념물이 아니라, 하나님과 백성 사이의 계약적 증언을 상징합니다. 구약에서 언약을 세우는 행위는 단순한 서약이 아니라, 백성과 하나님 사이의 도덕적이고 신학적인 책임을 수반하는 신성한 행위였습니다. 이 돌은 시간이 지나도 후대가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따르게 하기 위한 교육적, 신학적 상징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역시 신앙의 결단을 순간의 감정으로 끝내지 않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언약의 돌을 세우듯, 구체적 실천과 증거를 남겨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예배, 우리의 삶, 우리의 말과 행동 속에 ‘하나님을 섬기겠노라’는 고백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결론
여호수아 24장은 이스라엘 민족의 정복 역사 전체를 마무리짓는 동시에, 신앙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는 장입니다. 하나님께서 행하신 구원의 역사에 감사하며, 그 언약에 온전히 순종할 것을 결단하는 것이 본문의 핵심입니다. 오늘 우리도 동일한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너희가 오늘 섬길 자를 택하라.”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순전한 헌신을 요구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여호수아처럼 결단하며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여호수아 장별 요약 및 강해
여호수아 장별 요약과 각 장의 강해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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