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5:1 - 6:81 강해설교
하나님의 기억 속에 있는 족보, 신실함을 잇는 사람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도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서 주님의 마음을 배우려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리가 함께 묵상할 역대상 5장 1절부터 6장 81절까지의 말씀은 수많은 이름들과 지파의 계보, 제사장의 가문과 그 분깃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기억’에 관한 서술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말씀 안에는 하나님의 언약을 지키시는 손길과 신실함을 따르는 사람들의 순종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의 이름을 기억하시고, 그 삶의 자리를 통해 하나님의 구속사를 이어가십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언약과 그분의 기억이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장자의 권리, 하나님이 다시 정하신 질서
역대상 5장은 르우벤 지파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스라엘의 장자 르우벤의 아들들은…”(역대상 5:1). 그러나 놀랍게도 이 장자의 권리는 그에게서 옮겨졌습니다. “그가 아버지의 침상을 더럽혔으므로 장자의 명분이 이스라엘의 아들 요셉의 자손에게로 돌아갔으며…”(역대상 5:1).
이 장면은 하나님의 구속사 속에서 ‘장자’(히브리어: בְּכוֹר, 베코르)가 단순히 태어난 순서가 아니라, 신실함과 하나님의 뜻에 순응하는 삶의 자세에 따라 주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르우벤은 육체의 욕망을 따라 죄를 범함으로써(창세기 35:22), 장자의 권리를 상실하게 되었고, 대신 요셉의 두 아들인 에브라임과 므낫세가 그 유업을 이어받습니다.
장자의 권리가 이동된 이 장면은 우리에게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겉으로는 장자의 위치에 있을지라도, 마음이 하나님 앞에 순결하지 않으면 그 지위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보잘것없는 자라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택하시고 은혜를 입히시면 장자와 같은 축복을 받게 됩니다. 신약에 이르러 예수 그리스도께서 ‘많은 형제 중에 맏아들이 되게 하셨느니라’(로마서 8:29)고 하셨듯이, 참된 장자는 하나님 앞에서 순종과 충성으로 살아가는 자입니다.
동부 지파의 군사력과 영적 결핍
이어지는 5장에서는 르우벤, 갓, 므낫세 반 지파의 강력한 군사력을 언급합니다. “능히 싸움을 할 만한 자가 사만 사천칠백육십 명이더라”(역대상 5:18). 그들은 하갈 사람들과 싸워 승리를 거두고,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대적을 무찌릅니다(역대상 5:20).
그러나 그 영광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들이 그들의 조상들의 하나님께 범죄하여… 아시리아 왕 불의 손에 사로잡혀 갔더라”(역대상 5:25~26). 즉, 그들의 물리적 힘과 성공은 일시적인 것이었으며, 하나님과의 관계가 무너질 때 그 기반은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됩니다. 공동체의 힘과 개인의 능력은 하나님과의 관계 위에 세워질 때에만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의 승패는 숫자에 있지 않고(사무엘상 14:6),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의지해야 할 것은 경험이나 힘이 아니라, 주의 얼굴을 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부르짖으매 도우셨으므로 그들이 의지하고 싸움에 이겼더라’(역대상 5:20)—이 구절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진리입니다.
레위 지파의 계보—예배는 족보를 통해 계승된다
역대상 6장에 이르면, 이스라엘의 제사장 지파인 레위의 계보가 등장합니다. 레위의 세 아들—게르손, 고핫, 므라리—의 자손들이 각각 성막의 봉사를 위해 맡은 역할이 소개됩니다. 특히 고핫 계열에서 아론과 그의 자손들이 나오며, 이들은 제사장의 직무를 감당하게 됩니다(역대상 6:3~15).
여기에서 우리는 예배가 한 개인의 신앙을 넘어서,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 어떻게 제도화되고 계승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사장직은 단순히 종교적 기능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의 죄를 속죄하고 하나님과의 교제를 유지하는 구속사의 핵심 기능이었습니다. 이 역할은 히브리어로 ‘카헨’(כֹּהֵן), 곧 하나님 앞에 서는 자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레위 사람들의 사역은 성소와 성막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백성의 영적 중심을 지탱하는 기능을 했고, 이것이 무너지면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가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사로잡혀 간 여호사닥(역대상 6:15)의 이름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는 바벨론 포로기에 활동한 제사장으로,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지고 영광이 사라진 그 시기에도 하나님의 이름을 붙든 자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 여호수아는 포로 귀환 후 성전을 재건하는 데 중심이 됩니다(스가랴 3장).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께 예배를 회복하는 자, 그들이 곧 하나님의 계보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레위인의 분깃—하나님이 기업이 되신 자들
역대상 6장 후반부는 레위인들이 기업으로 받은 성읍들을 소개합니다(역대상 6:54~81). 이들은 땅을 받지 않았고, 대신 각 지파 가운데 거하며 예배와 율법 교육, 성결한 삶을 감당하는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그들의 분깃이 되셨습니다(신명기 10:9, 여호수아 13:33).
이 장면은 우리에게 예배자의 삶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게 만듭니다. 땅이나 소유가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와 동행이 삶의 본질이 되는 삶—그것이 곧 레위인의 삶입니다. 성도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곧 하나님이 우리의 분깃이 되시는 것을 믿고 신뢰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날 레위인은 단지 특정 직분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모든 성도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왕 같은 제사장’(베드로전서 2:9)으로 부르심을 받은 자라는 진리를 다시 새깁니다. 우리가 주님 앞에서 예배의 삶을 살며 말씀을 전하고 섬기며 중보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바로 그 자리가 레위인의 삶이 되는 것입니다.
마무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묵상한 역대상 5장과 6장은 단지 이스라엘의 족보와 분깃의 목록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하나님의 언약이 어떻게 사람을 통해 이어지고, 믿음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되며, 실패와 회복의 역사가 어떻게 구속사의 줄기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르우벤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언약은 요셉의 자손을 통해 이어졌고, 군사력보다 하나님께 부르짖는 기도가 진짜 능력임을 보여주셨으며, 예배가 회복될 때 백성의 정체성도 회복됨을 레위인을 통해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이 말씀 앞에 서 있는 우리도 하나님의 계보 속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의 기억 속에 남는 삶, 하나님을 분깃으로 삼는 삶, 그리고 무너진 자리에서 예배를 회복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십시오. 하나님은 그런 자를 통해 지금도 그분의 구속사를 이루어 가고 계십니다.
주님의 언약은 결코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 언약 안에서 오늘도 살아 계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살아가는 여러분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구약역사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대상 9:1 - 9:34 강해설교 (0) | 2025.06.02 |
---|---|
역대상 7:1 - 8:40 강해설교 (0) | 2025.06.02 |
역대상 3:1 - 4:43 강해설교 (0) | 2025.06.01 |
역대상 2:1 - 2:55 강해설교 (0) | 2025.06.01 |
역대상 1:1 - 1:54 강해설교 (0) | 2025.06.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