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쇼크
기업의 흥망성쇠, 인재공유에 답이 있다
참으로 기발하다. 저자가 여성이라는 것을 저자후기를 읽고 알았다. 오를리 로벨, 그는 여성이었다. 후기를 읽기 전까지는 여성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남성학자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 저자의 탁월함에 혀를 내 두르고 말았다. 세계에서 가장 명석한 학자 50인에 들어가는 저자는 치밀하고도 대담한 관점으로 인재에 대한 이해를 풀어 나간다. ‘인재는 자유를 원한다’는 원제에서 모든 것을 말하듯, 인재를 통제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고 자유를 줄 때 기업은 더 성공한다는 논리다. 뜻밖의 주장에 약간의 당황함을 안고 꼼꼼히 읽어 나갔다. 얼마 전 읽었던 보고서 안에는 인재들의 블사홀로 알려진 구글이, 이제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 페이스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인재를 모시기 위한 헤드헌팅이 전쟁에 방불할 정도의 로비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재가 곧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개 이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그러한 방법, 즉 인재를 빼앗아 자기 회사 안에만 가두려는 기업들의 꼼수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모두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480쪽 남짓한 분량을 가진 얇지 않는 책이다. 1부에서는 인재 쟁탈전의 현장으로 들어간다. 기업들이 왜 인재 쟁탈전을 치러야 하는지 알려 준다. 그러면서 인재를 한 기업 안에 가두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지적한다. 2부에서는 좀더 본격적인 인재 쟁탈전의 현장을 살핀다. 경업금지와 영업 비밀을 빌미로 탁월한 인재를 묶음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피폐를 고발한다. 의미심장한 것은 가장 탁월한 비전을 제시한 애플의 비밀주의로 인해 근로자들이 통제와 감시로 인해 압박을 당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병폐를 놓치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법적인 문제와 지적 재산권 등의 세밀한 이야기도 주도면밀하게 파헤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인재 공유지’라는 특이한 제목으로 인재가 공유될 때 오히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왜 인재를 공유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
19세기, 산업혁명이 꽃 피웠던 시절 노동자는 철저히 분업화되고 분절된 존재이다. 포드의 자동차 생산라인이 말해주듯, 노동자인 한 자리에 앉아서 자기에게 다가오는 자동차의 극히 일부분만을 책임지면 된다. 나사 하나, 바퀴 하나, 조명등 하나만 끼우면 된다. 이러한 단순한 노동은 숙련된 노동자가 아니라도 언제든지 교체 가능하며, 철저한 통제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노동자들과 사장과의 관계는 종속의 관계다.
“산업화 시대의 기업가들은. … 질서는 조직 원리였고 조직 위계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장은 절대자였다.노동자들은 질서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세분화된 자기 직무를 넘어서는 일을 해서는 안 되었다.”(47쪽)
이러한 전통적 인재관은 이후 비약적인 산업의 발달과 시대의 변화 속에서 약간의 변형만 이루는 체 지속된다. 대분의 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자신들이 소유할 때 그를 통해서 탁월한 성과를 이루어 낼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이유는 인재가 한 장소에 지속적으로 근무할 경우 창조성이 떨어지고, 사고의 태만이 나타나기 쉽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일례로 저자는 컬럼비아 우주선 폭파 사건을 든다. 2003년2월 1일, 컬럼비아 우주선은 이륙할 때 공기력 때문에 여행가방 크기의 발포단열재가 떨어져 나가면서 선체가 지속적으로 손상을 입힌 결과 텍사스 상공의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손간 폭발하면서 선체가 불타고 산산조각 난다. 문제는 NASA의 시대착오적 조직구조가 참사 원인이라고 말한다.
“NIH 심리와 정체된 집단사고에 대한 우려는 유감스럽게도 NASA의 관료주의에 따른 직무 태만 대문에 컬럼비아 우주선 참사가 일어났을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된 최근 논쟁에서 잘 드러났다.”(242쪽)
여기서 NIH는 Not Inventer Here의 약자로 ‘자기네가 직접 발명한 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뜻이다. NIH 증후군에 감염된 기업들은 지나치게 안정된 상태에서 일어나며, 중요한 대안들을 간과하게 된다.(237쪽) 심지어 ‘이직이 거의 없는 부서는 점점 비생산적 조직으로 바’뀌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이처럼 인재를 한 기업에 안에 가두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오히려 기업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폐쇄적이고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기업들은 현재에 안주하게 되고 점차 경쟁에서 퇴보하게 된다.
창의성 부족은 지리적 고립에서도 일어난다. 헬라의 지식혁명을 이루었던 탈레스의 경우도 많은 여행을 통해 가능했다. 15세기 르네상스 운동이 주역이자 중심이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공증인 아버지와 농부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다. 그의 천재성은 삶의 불안정고과 이로 인한 여행에 있었다. 다빈치는 ‘청년 시절 유럽을 돌아다니며 많은 예술가와 사상가들 밑에서 배움’을(161쪽) 얻었다. 하버드비지니스스쿨의 교수진은 서로 다른 학문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는 것의 가치를 연구했다. 비록 한 분야의 전문가들에 비해 개발품은 질이 낮지만 창의적이었다.
“이것은 다양한 학문을 종합하는 것은 위험도 크지만 그만큼 돌아오는 이익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확실성도 마찬가지로 커진다. 혁신 추구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아주 획기적인 뜻밖의 아이디어들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163쪽)
다빈치는 여행을 다니면서 각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음을 발견했고, 그것을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길렀다. 반대로 한 지역이나 한 기업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면 창의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안정적인 시골보다 도시가 급격하게 발전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불안정성과 통합에 있다. 도시는 인재들이 만나는 곳이고 경쟁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점차 능력 있는 인재가 된다. 반대로 지리적으로 안정된 곳은 점차 창의성이 떨어지고 안정으로 인한 나태현상에 빠지게 된다.
“지리적으로 고립된 곳일수록 창의적 활동이 부족하고 따라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혁신을 이루는 데 지리적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170쪽)
이것을 인재에 대입해보자. 인재는 지속적인 이동과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다. 하지만 한 기업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면 보이지 않는 서열화와 관료적 태도에 젖어 든다. 또한 경업금지나 비밀유지 등은 한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고 경쟁 기업을 견제하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장기적 안목에서는 경쟁으로 인한 창의성이 사라짐으로 오히려 도태하게 된다. 뛰어난 인재가 경쟁 기업으로 옮겨 감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은 그 자리를 메꾸고 경쟁기업을 앞서기 위해 몸부림치게 된다. ‘경쟁은 창조자이면서 파괴자’이며, ‘건전한 경쟁은 경쟁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주의를 집중 시키며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254쪽)
결국 인재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이론처럼 퇴보가 아닌 창조적 능력을 배양하게 된다. 단기적인 손해는 장기적인 이득을 주고받게 된다. 기업은 안정을 버리고 창조적 파괴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인재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저자는 이렇게 마친다.
“인재가 열정과 자유를 만끽할 때, 모든 사람이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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