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
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
김용택
이 책은 알고 읽어야 한다. 일반적인 영화평이 아니다. 표지에 올린 그대로 ‘김용택 영화 에세이’다. 그러니까 영화에 대한 김용택 시인의 개인적 담(談)인 것이다. 첫 영화인 <박하사탕>처럼 일반적인 감사와 스토리, 비평이 들어간 평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어떤 영화는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은유나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를 글로 표현한다. 그러기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은 무슨 소리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어쩌면 영화평이나 영화 스토리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실망할 것이 분명하다. 나 또한 약간 그런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내가 개인적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영화 자체를 평하기보다는 영화를 통해 삶을 논하고, 인생을 통찰하기 때문이다. 또한 종종 생의 중심을 관통하는 문장이 설레게 한다. ‘박하사탕’처럼 영화와 인생을 아우르는 촘촘한 평을 해주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말이다.
모두 4장으로 크게 구분했다. 그 그분의 기준이 무엇인지 난 이해할 수 없지만, 영화평과 영화 역사, 영화관 등을 피력해 나간다. ‘박하사탕’이 일반적인 영화평이라면, ‘내 마음의 풍금’의 경우엔 영화 속에 담긴 전도연이란 배우에 집중한다. 글 제목도 ‘우리에겐 전도연이 있고 영화 속에 전도연은 없다.’고 적절하게 지었다. 나도 개인적으로 ‘내 마음의 풍금’에서 홍연이 전도연이라고 믿기지가 않았다. 일부분만 가져와 보자.
“전도연은 홍연이라는 열일곱 산골 처녀아이로 완벽하게 살아낸다. <접속>에서 우리에게 보여 주었던 전도연도 아니고, <약속>에서 보여 주었던 전도연도 아니고, 전도연은 <내 마음의 풍금>에서 홍연으로 산 것이다.”(46쪽)
단순한 평이 아닌 실존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우리가 공감하는 문장이 많다. 예를 들어, ‘씬 레드라인’을 평하면서 이렇게 자문한다.
“우리의 삶은 전쟁 속에 있는 평화이고, 평화로움 속에 존재하는 전쟁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는 이 전쟁과 평화 속에서 한순간도 벗어날 수 없다. ... 인간은 아름다워서 쓸쓸한 것이 아닐까?”(53쪽)
<아름다운 시절>에 나오는 동자바위나 앞 냇가의 징검다리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발로 인해 그 모든 것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시절>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은 힘이 없고 일찍 상처받고 이 세상에서 일찍 사라진다. 사라진 것들에 대한 추억은 바람 부는 겨울 섬진강만큼이나 쓸쓸하다.”
진심으로 내 마음을 그대로 대신해준 명문장도 있다. 바로 이 문장.
“우리 가족은 설 전에 <쉬리>를 보았지만 민세의 성황에 못 이겨 다시 한 번 더 보았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이 땅의 지도자들의 얼굴도 그렇게 한 번 보고 또 보고 싶은 날이 올까. 그런 좋은 날이 진정 올까.”(112쪽)
그런데 난 왜 <쉬리>를 생각하면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
김용택의 <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는 2권까치 나왔지만 현재 두 권 모두 절판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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