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주일 칼럼]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종려주일 칼럼]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라는 소설이 있다. 반파시스트 군으로 내전에 참가한 주인공 로버트 조던은 다리를 폭파하라는 임무를 받고 투입된다. 도중에 임무가 바뀌어 폭파의 의미가 사라졌다. 그러나 연락이 닿지 않아 작전은 중단되지 않고 다리는 폭파된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무엇을 위한 임무인지 알지 못한 체 살아가는 인생의 무의미함을 소설로 담았다. 이 땅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미하고 부조리한 삶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예수님이 붙들려 조롱당하시고 채찍질 당하시고 결국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신다. 주님의 고난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예수님을 바보라고 생각했다. “왜?”라는 의문이 따라 다녔다. 심지어 제자들조차도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굳이 죽어야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고,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그동안 주님을 따랐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맹목적인 신앙과 세상적인 기준을 버리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무의미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주님은 대답하신다. “너를 위해서 내가 십자가를 진다.” 오순절 성령이 임하고서야 베드로는 입을 열어 예수님께서 고난당하심을 ‘너희를 위하여’라고 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주님께서 왜 나를 위하여 그러냐고 묻는다. 아니 관심도 없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말이다. 오늘부터 고난주간이 시작된다. 예수님의 마지막 일주일간이 시작된다.

우리는 진지하게 물어야 주님께서 고난당하는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라고. 불리한 증언과 모함과 거짓 증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로 끌고 갔다. 우리는 ‘나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님은 ‘바로 너 때문에’라고 말씀하신다. 눅 때문에 주님은 ‘그 길’(Via dolorosa) 선택하셨는가. 누구 때문에 가시관을 쓰셨느가. 누구 때문에 채찍에 맞으셨는가. 누구 때문에 피를 흘리셨는가. 대답하라. 그것은 바로 나 때 문 에.

*이 글은 이번에 출간된 <고난주간 묵상>에 들어간 것입니다. 

[책 출간] 그동안 고난주간을 묵상하며 올린 글을 모아 <고난주간 묵상>이란 작은 전자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일반 교인들을 위한 묵상 글과 설교자를 위해 묵상과 설교의 중간쯤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 주간 동안 고난 주간을 보내면 주님의 십자가의 길을 깊이 묵상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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