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
공부의 시대-진중권의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
진중권! 난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그렇게 대중매체가 ‘진중권’ ‘진중권’해도 단 한 번도 그의 대한 기사를 들은 적도, 읽어본 적도 없다. 신기할 정도로. 둘째, 53년생이라는 것에 대해 더 놀랬다. 고작해야 46쯤 될 성싶었는데 서평을 위해 찾아보니 아니었다. 그만큼 동안이란 이야기다. 첫 번은 왜 내가 진중권의 이름은 익숙한데 그가 누구인지 관심조차 없었을까? 하는 점이고, 두 번째는 그의 외모 때문이다. 이게 서평과 무슨 상관일까? 상관있다. 다시 말해 난 진중권을 순수하게 받았고, 선입견이 없기 때문이다. 기사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면, 그의 책을 읽었을 리는 만무(萬無)하다. 이제 나의 순수한 마음으로 진중권 교수의 이 책,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에 대한 생각을 풀어 가보련다.
먼저, 이 책은 술술 익히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저자가 사용하는 단어 때문이다. 철학-미학을 전공한 때문인지 전문 용어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 점은 백번 이해한다. 다만, 일반인들이 그러한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사색을 요(要)하는 책이다. 예를 들어보자.
“먼저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인문학의 위기는 플랫폼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인문학은 텍스트를 넘어 사운드와 이미지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재정의해야 합니다.”(36쪽)
나름 철학과 역사를 공부한 나에게도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뜻은 이해하지만 문장이 순식간에 흘려듣기에 부담스럽다는 말이다. 시대가 변했으니 시대를 이해하고 시대에 맞게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다시 ‘스크립트’란 단어를 사용한다. 스크립트는 헬라에서, 다시 라틴어로, 라틴에서 다시 영어로 건너온 말로 글자란 의미다. 저자의 말을 직적 인용하면 ‘스크립트, 곧 대본’은 ‘텍스트 그대로 실현되지 않고 이미지나 사운드로 변환’된다.(36쪽) 이 정도면 이 책은 기존의 편하게 읽힌 책과는 사뭇 다름을 알 것이다. 그러나 언어를 통해 시대와 인문학을 통찰하는 혜안(慧眼)은 사라지지 않는다.
둘째, 인문학의 위기를 인정하면서도 부정한다. 저자가 부정하는 인문학은 시대에 뒤떨어진 인문학이다. 즉 수백 페이지의 ‘좋은 책’을 추천하는 교수들과 학자들은 위기다. 다른 한 편으로 인문학이 위기가 아닌 이유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새로운 인문학을 만들어 나가면 될 일이다. 시대에 맞은 인문 학자를 ‘장바닥의 인문학자’로 부르기도 한다.(7쪽)
“그런데도 여전히 인문학자들은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는 학생들에게 700쪽짜리 셰익스피어 전집을 읽으라고 권할 수가 있었죠. 하지만 요즘 학생들에게 그건 무리한 요구죠. 누가 그런 걸 읽겠습니까? ... 지루한 얘기라도 컴퓨터 게임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 알아듣습니다.”(40쪽)
셋째, 과학이 인문학으로 침투하고 있지만 그건 위기가 아니라 ‘위대한 기회’로 바꾸어 놓으면 된다.(118쪽) 가상현실에서 증강 현실로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닌텐도는 몰락해 갔다. 3년 동안 끊임없이 추락하며 주식도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모바일 사업에 투자하면서 현실과 가상을 연결시키는 증강현실을 만들어 게임에 접목했다. 그리고 대박이 났다. 그러한 현상들을 굳이 나쁘게만 보지 말자는 것이다.
결론은 아직도 시대착오적 인문학에 머물지 말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보고 듣고 체험하는 이 시대의 현실 속에서 재해석하고 찾아야 한다.
“저는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 개념을 도입하여 디지털의 인간학을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동이 유희가 되는 사회가 새로운 형태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드렸습니다. 이것이 제가 구상하는 디지털의 사회학입니다.”(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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