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BS 세계 탐구기회 <유태인의 공부>를 읽고 / 정현모 / 새앙뿔

샤마임 2013. 9. 3.
반응형


천재가 되는 공부법은 따로 있다.


KBS 세계 탐구기회 <유태인의 공부>를 읽고

정현모 / 새앙뿔



가장 적은 인구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민족 유태인이다. 세계 인구비율 0,2%로 노벨상 30%를 차지하는 과력을 가진 민족도 유태인이다. 비공식적 통계에 의하면 40%가 넘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전(前)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적은 있다. 공부에 관련된 상은 아직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으니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유태인의 성공의 이유와 비결을 배우고 싶어 한다. 그렇다! 비결이 뭘까?


KBS다큐멘터리 PD인 정현모도 유태인들이 무척 궁금했는가보다. 2009년 12월 6일과 13일에 두 차례에 걸쳐 방영된 <KBS 스페셜 / 세계 탐구 기획2부작-유태인>을 방영하기에 이른다. 이 책은 그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상 이미지가 많고, 인터뷰와 사례 중심으로 엮어져 있다. 이론 중심이 아닌지라 쉽게 읽히고 풍부한 사례로 인해 재미도 충분하다. 전체 3장으로 이루어졌다. 첫 장에서 미국 속에서 유태인들을 직접 찾아 떠난다. 2장에서는 ‘0.2%의 기적’란 제목을 달고 세계 속의 유태인의 활동과 역사를 다룬다. 마지막 3장에서는 ‘유태인의 공부법’으로 ‘어떻게’ 유태인처럼 될 수 있을까를 다룬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3장이지만 전체흐름 속에서 유태인의 삶의 방식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 그럼 우리도 카메라의 뒤를 따라가 보자.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유태인, 그들의 현장을 보다.


한 때 우리나라는 하버드 열풍이 물었다. 하버는 아니라도 예일 등의 아이비리그를 이유 없이 흠모(欽慕)했다. 하버드의 1/3이 유태인이다. 심지어 유태인 전용 식당이 있다고 한다. 유태인의 영향력은 2장에서 더 깊이, 집중적으로 다룬다. 1901년 노벨상이 수여되기 시작된 이후 2009년까지 유태인의 노벨상 수상자는 179명으로 30%에 가까운 수상자가 유태인이다. 심지어 미국에서 한해 노벨상 받은 사람의 절반이 유태인이라고 하니 그들의 능력이 가히 짐작하기도 어렵다. 공부에 있어서 유태인을 앞설 수 있는 민족이나 나라는 아직까지 없다. 유태인의 영향력은 지적인 부분에서만 국한(局限)되지 않는다.


문화와 정치, 경제 부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밥 딜런, 헨리 키신저, 더스틴 호프만 등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사람들이 모두 유태인이다. 뉴스위크, 드라클, 구글, 스타벅스, AP통신, 리바이스 등은 유태인들이 이끄는 거대 기업들이다. 미국의 가장 큰 로비집단인 ‘에이팩’ 역시 유태인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 그들의 활동을 보면,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1967년 중동 전쟁의 승리, 러시아 붕괴 시 유태인 망명을 도왔고, 아프리카 내전 때에도 흑인 유태인들을 이스라엘로 이주 시켰다. 어지간한 나라도 해낼 수 없는 일을 유태인이라는 소수 민족이 만들어내고 있다. 자, 그럼 유태인들이 어떻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그들의 교육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유태인들의 교육법


1. 대화 또는 토론


유태인들의 가장 중요한 핵심 그리고 소통의 방식은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것이 친구나 가족 간의 대화(對話)이기도하고, 논쟁(論爭)과 토론(討論)이기도 하다. 유교적 전통에서 자란 우리나라는 부모님께 질문하거나 대화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혼자 알아서 해야 할 때가 많다. 유태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존중 받았기’(27) 때문에 대화에 어려움이 없다. 부모들은 ‘억지로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27)


유태인의 중요한 원칙이 있다. 의견과 주장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열린 마음을 갖고 토론에 임하라.’는 것이다. 획일화된 생각을 하면 타인의 의견을 재단(裁斷)하고 무시한다. 닫힌 토론은 자기의 주장만을 내세우게 되므로 아무 것도 배울 수도, 변화도 주지 못한다. 열린 마음으로 토론에 임할 때 비로소 배움의 길로 들어선다.


탈무드에 대한 오해(誤解)가 있다. 지혜서로 알고 있지만 유태인들은 ‘어떠한 정답도 제시하지 않는 일종의 토론서’(77)로 생각한다. 유태인들은 어디서나 탈무드를 펴놓고 ‘서로 토론하고 논쟁을 즐’(78)긴다. 토론과 대화를 통해 점점 이견(異見)을 좁히고 올바른 길과 방법을 찾아간다. 한국이 일방적인 ‘권위적 지시’에 따른 주입식 공부를 지향하는 반면, 유대인은 서로의 의견을 대화와 논쟁을 통해 절충하고 존중함으로 진리를 터득해 간다. 


“토론과 논쟁을 기반으로 생각을 발전시키는 역사를 가졌기 때문인지 유태인 사회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 과정이 매우 시끄럽다. 조용할 날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렸고, 이들이 내린 의견은 항상 세계의 역사를 시끄럽게 움직여 왔다.”(81)


2. 질문하라! 끊임없이.


유태인들은 유아기의 어린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까? 답은 의외(意外)다. ‘떠들어라, 그래야 배운다’(156)고 생각한다. 유태인의 부모들도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선생님에게 뭘 물어봤니?’라고 묻는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말썽 피우지 않고 선생님 말씀 잘 들었지!’라고 묻는 것과 너무 상반된다. 질문은 주도권이 학생들에게 있다는 의미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이 궁금하면 학생은 언제든지 질문한다. 질문은 호기심이요, 스스로 공부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업 중에 질문하는 학생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 정해진 분량을 ‘빼는 것’에 목적을 둔다. 학생들이 공부에 관심이 있는지, 얼마나 인지(認知)했는지는 상관없다. 어릴 때부터 창의적 생각을 철저히 차단 받는 환경에서 노벨상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遙遠)해 보인다.


저자는 여기서 중요한 차이를 구분해 낸다. 한국 부모들은 ‘권위주의적’ Authoritarian 방식을 취하는 반면 유태인은 ‘권위 있는’Authoritative 방식으로 자녀들을 대한다. 권위주의적인 방식은 자녀를 ‘통제’하는데 목적이 있지만, 권위 있는 방식은 자녀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식이다. 즉 장난감을 치우지 않으면 아버지로서 장난감을 치우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걸려 넘어질 수 있고, 장난감이 부서질 수 있다고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네가 하는 일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라’는 이야기가 된다.


권위 있는 학습법은 무게 중심이 자녀들에게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나 소견을 마음껏 이야기하고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지 질문할 수 있다. 호기심을 억제하지 않고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배려다. ‘질문이 유태인 수업의 기본’(204)이며,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되도록 많은 질문을 이끌어내고 아이들은 각자의 해답을 얻는다.’(205) ‘정답 없는 삶에서, 답보다 질문을 평가한다’는 유태인의 격언이 있다.(205) ‘인간은 질문하는 동물’(205)이라고 생각할 만큼 질문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지적 엔진이며, 공부를 능동적으로 풀어 가도록 이끌어주는 지렛대가 된다.


3. 가정이 기준이고 시작이다.


유태인을 부러워하는 가장 큰 이유와 성공 비결은 가정이다. 근대 이후 세계는 도시와 산업화 되면서 가부장적 가족체계가 무너지고 핵가족과 개인주의가 팽배해졌다. 가정의 파괴는 결국 학습에 걸림돌이 되었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함으로 지적 퇴보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보울비의 애착 이론에 의하면 영아기 시절에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져 심각한 정서장애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존 가트맨과 최성애 박사는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에서 애착과 공감이 자녀들의 학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일러 준다.


“감정코칭을 받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집중력이 높습니다. 먼저 정서적으로 안정과 호르몬 관계를 살펴볼까요. 감정적으로 불편하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됩니다……. 위기 상황 대와 같은 ‘싸우거나 도망가는’ 단순회로가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고, 책을 읽어도 의미 파악이 힘들며, 기억에도 남지 않습니다.그런 상태에서 차분하게 무언가에 집중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존 가트맨, 최성애 65)


이에 비해 감정이 안정적인 아이들은 호기심도 많고, 집중력도 탁월하며, 자기주도학습을 능동적으로 한다. 특히 자존감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나 언어에 책임을 진다. 안정적인 정서를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는 셈이다. 유태인들은 이러한 정서적 안정이 가족 중심의 삶을 통해 보장된다.


유태인 가족의 특징은 가부장적인 측면이 강해 아버지의 역할이 지대하다. 이것은 권위 있는 가르침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강제적이거나 강요가 아닌 지원자로서의 아버지 역할이 강하다. 사례로 등장하는 한국계 여자인 임태숙은 양아버지인 마골린씨와 어릴 적부터 함께 공부했는데, ‘멋쟁이 선생님’으로 부른다.(47) 강제적 권위가 강한 한국과는 다르게 유태인들은 ‘아이의 주체적 인격을 중심에 놓고 상호적 가르침을 지향하는 교육을 통해 권위를 획득’한다. 상호소통을 통한 권위는 자녀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아버지에게 복종하고 존경해마지 않는다.


매주 금요일이면 유태인들은 모든 일을 뒤로하고 온 가족이 식사하기 위해 집으로 모인다. 안식일 만찬 Shabbath dinner 시간이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들이 함께 모여 같이 식사하면서 안부를 묻고 대화를 시간을 갖는다. 종교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금요식사 시간이지만 교육을 위한 효과는 제대로 발휘된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 불었던 밥상머리 교육도 유태인들은 수천 년 동안 전통적으로 해오는 것이다. 가정교육에 관련된 부부는 ‘모든 것은 집에서 이루어진다.’(170-202)를 참고하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4. 결론: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아직도 유태인들이 가진 특별한 공부법은 더 있다. 스토리텔링 공부법, 책을 사랑하는 민족, 부모가 먼저 공부하는 본을 보여주기, 기념일을 활용하여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방식 등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언제 이러한 공부법을 모르고 있었던 걸까? 책을 덮고나 서 드는 생각은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유태인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 답은 전통에 있다.


전통이 유태인들을 천재로 만든다. 구약 이스라엘을 연구한 학자들은 한결같이 구약의 절기들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유월절, 맥추절, 초막절 등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교육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삶 자체가 하나님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구조 System다. 대부분의 나라는 이런 삶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워낙 유명해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말콤 글래드 웰의 <아웃 라이어>에서 일만 시간의 법칙이 나온다. 핵심은 ‘누가 일만 시간을 채울 수 있는가?’이다. 그는 ‘환경’이라고 말한다. 중산층 이상에서 대부분의 ‘잘 나가는 사람’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마음도 없거니와 그럴만한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기 때문에 탁월함을 드러낼 수 없다.


저자의 일관성이 약간 떨어지긴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핵심을 언급한다.

“유태인의 공부는 생활 그 자체이다. 그들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유태인으로서의 가치를 지켜 나가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유태인의 지식은 바로 전통을 중요시하는 가정에서 시작되었고, 그 힘은 세계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237)


결론은 전통, 삶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유태인의 공부 - 10점
정현모 지음/새앙뿔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