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경 오래된 책이 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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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오래된 책이 말을 걸다].
오래 된 이야기다. 신작로 먼지가 풀풀 날리는 시골에 살았던 나는 항상 외로웠다. 이유를 몰랐다. 그 때는 외롭다는 느낌도 없었다. 불혹을 훨씬 넘기고서야 그것이 고독이라는 것을 알았다. 초딩시절 상당히 부유한 친구집에 갔다. 그 친구집에 카세트가 나오기 직전의 비디오테입같은 것을 집어 넣은 전축이 있었다. 그것을 전축이라 불러야할지 모르겠다. 하여튼 그런 전축이 있었다. 그걸 쏙 집어 넣으면 기계를 냉큼 테입을 집어 삼키고 노래를 불렀다. 그야말로 기막힌 장면이었다.
또 하나 부러운 것이 하나 있었다. 많이는 없었지만 수십 권의 책이 있었다. 그때가 80년대 초반이었으니 무슨 책인지 기억이 없다. 전집 중에서 몇 권 남아 그곳에 갔다 놓은 것 같았다. 책 겉장들이 닳아진 것을 보니 누군가 읽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친구는 절대 책을 읽을 친구가 아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의 외삼촌이 그 책을 읽고 친구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책을 싫어한 친구는 단 한 번도 그 책을 읽지 않았다.
벌써 30년이 훌쩍 지난 시간이다. 그러니까 오래된 이야기다. 오늘 남미경의 <오래된 책이 말을 걸다>를 읽는 중이다. 남미경을 한 권의 소설로 자신의 인생을 통찰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자신의 삶과 소설 속 이야기를 끌어와 버무릴줄 아는 사람이다. 묘한 힘을 가진 글이다. 오직 나만 느끼는 즐거움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글에서 내가 감춰온 이야기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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