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5:3-5 환난은 인내를
고난의 가시를 뚫고 피어난 소망
로마서 5장 3절부터 5절까지의 말씀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고난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이 짧은 구절 안에는 고난의 이유, 그 고난을 견디게 하는 은혜, 그리고 결국 고난을 통해 도달하게 되는 소망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이 고난의 과정을 성경 전체에서 등장하는 ‘가시’의 상징성과 연결해 묵상할 수 있습니다. 가시는 창세기 이후 죄의 결과로 인간의 삶에 들어온 고통의 실체이며, 성경은 이 가시를 통해 하나님의 심판과 동시에 구원의 여정을 함께 보여줍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고난과 가시, 인내와 소망이라는 단어들이 어떻게 구속사 속에서 엮여져 있는지를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고난은 가시의 현실을 드러냅니다 (롬 5:3)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롬 5:3). 바울은 단호하게 고백합니다. 고난 가운데서도 즐거워한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환난’(θλῖψις, thlipsis)은 눌림, 압박, 억제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단순히 육체적 고통을 넘어서 영혼 전체를 짓누르는 고통을 의미합니다. 이는 창세기 3장에서 인간이 죄를 범한 이후 땅이 저주를 받아 가시와 엉겅퀴를 내게 되었다는 말씀(창 3:17-18)과 연결됩니다. 고난은 인간이 죄 가운데 있는 이상 피할 수 없는 ‘가시의 현실’입니다.
가시는 존재 자체로 고통을 유발하는 피조물의 왜곡된 상징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 가시를 제거하거나 외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가시 가운데서 하나님이 무엇을 이루어 가시는지를 보여줍니다. 바울은 환난을 피하라고 말하지 않고, 그 환난 안에서 즐거워할 수 있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결코 고난 그 자체가 즐겁다는 말이 아니라, 고난이 갖는 구속사적 기능, 즉 인내를 만들어내는 하나님의 손길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어에서 ‘가시’는 ‘קוֹץ’(코츠)이며, 이는 찌름과 불편함, 절망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절망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피워내십니다. 아브라함의 이삭 제사 사건에서도, 수풀 곧 가시덤불에 걸린 숫양을 제물로 삼으셨듯이(창 22:13), 하나님은 가시 가운데서도 구원의 길을 여십니다. 우리가 고난 가운데 있을 때, 그 고난이 우리 삶의 뿌리 깊은 죄와 연약함을 드러내는 가시라 할지라도, 하나님은 그 속에서 인내라는 새로운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인내는 단련을, 단련은 소망을 (롬 5:4)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롬 5:4). 바울은 고난의 흐름을 따라 인내와 연단, 그리고 소망이라는 열매로 이어지는 신앙의 여정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연단’(δοκιμή, dokimē)은 시험을 통과한 진짜, 가짜가 아닌 진품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마치 불 속에서 정금이 나오듯, 믿음의 순도를 드러내는 영적 과정입니다.
인내란 고난을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 뜻을 바라보는 적극적인 믿음의 태도입니다. 이 인내를 통해 우리는 연단을 받게 되고, 그 연단은 마침내 소망에 이르게 합니다. 이는 마치 가시덤불을 지나 도달하는 푸른 들판과도 같습니다. 처음엔 찔리고 피를 흘리지만,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소망이라는 열매를 만나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이 길을 걸으셨습니다. 겟세마네에서 땀방울이 피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시며 인내하셨고, 십자가 위에서 단련받으셨으며, 그 결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이라는 소망을 이루셨습니다. 그분은 머리에 가시 면류관을 쓰심으로 우리의 고난을 대표하셨고, 그 찔림을 통해 우리에게 참된 영광을 예비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가시의 길을 외면하지 않고, 그 길 속에서 하나님이 만드시는 소망을 신뢰해야 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소망, 성령의 사랑 안에 (롬 5:5)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 (롬 5:5). 고난을 통해 얻은 소망은 우리를 결코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부끄럽다’(καταισχύνω, kataischunō)는 기대가 무너질 때 느끼는 절망감, 신뢰가 배신당했을 때 느끼는 수치를 뜻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소망은 결코 그런 수치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성령께서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의 마음에 부어주시기 때문입니다. 이 ‘부어주심’(ἐκκέχυται, ekkechytai)은 넘쳐 흐른다는 의미로, 마치 메마른 땅 위에 생수가 부어져 모든 것을 적시는 것과 같습니다. 가시와 같은 인생의 현실 속에서, 성령은 우리 마음에 하나님의 사랑을 끊임없이 부어주십니다. 우리는 그 사랑으로 인해 고난 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으며, 오히려 그 고난을 통해 하나님과 더 깊은 사랑의 연합을 이루게 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모든 수치를 짊어지셨고, 그 가시 면류관은 인간의 모든 수치와 모멸을 대신하는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수치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영광으로 바뀌었고, 그 영광이 이제는 우리를 향한 확실한 소망이 되었습니다. 이 사랑은 고난 속에서 더욱 빛나며, 우리는 그 사랑을 따라 오늘도 가시 밭 같은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끝에는 반드시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영광의 면류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론
로마서 5장 3절부터 5절까지의 말씀은 고난과 소망 사이에 놓인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고난은 가시처럼 우리를 찌르고, 인생을 무겁게 합니다. 하지만 그 고난 속에서 우리는 인내를 배우고, 연단을 통해 믿음이 단단해지며, 결국 부끄럽지 않은 소망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가시로 상징되는 죄의 현실을 뚫고 이루신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가시 면류관을 쓰시며 걸어가신 그 길을 따릅니다.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지만, 그 길 끝에는 부끄럽지 않은 소망, 하나님의 사랑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고난 가운데에도 그 소망은 살아 있으며, 성령께서 친히 그 사랑을 우리 마음에 부어주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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