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잘 쓰는 법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
책 읽기 전 작업
이제부터 서평 실전에 들어가 보자. 풍성한 서평, 날카로운 서평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좋다. 최근 들어 서평의 폭이 과도하게 포괄적이기 때문에 한 가지 기준으로 제시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류의 서평을 써야 하는지를 먼저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 이 부분은 앞선 서평의 종류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여기서는 서평을 쓰기 앞서 가장 기본적인 작업들인 저자 읽기와 책의 흐름, 책의 목적을 파악하는 작업을 시도할 것이다. 첫 시간으로 ‘저자 읽기’에 대해서 알아 보자.
1) 저자 읽기
책은 반드시 저자가 있다. 저자 없는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자는 한 개인이거나 공동저자, 또는 어떤 단체이다. 이유야 어떻든 한 책은 저자가 있고, 그 저자는 자신의 저술 목적과 의도가 분명히 존재한다. 목적 없는 책은 없으며, 논지 없는 글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사실만 열거한 책이라 할지라도 논지는 존재한다. 저자는 사실을 열거하지만 그 사실들은 추려내고 정리할 때는 자기만의 관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문을 살펴보자. 물론 신문이 다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소설을 쓰고, 엉터리 근거를 가지고 기사를 쓰는 기레기들이 의외로 많다. 그건 그렇고, 사실로 기사를 쓴다는 가정 하에서 생각해 보자.
사실은 이렇다.
3월 3일 생태보전 학회에 150명이 참석했다.
이 사실을 가지고 글을 쓴다고 생각해 보자. 만약 생태보전에 참석하는 이들이라면 좋은 쪽으로 쓸 것이다. 작년에 비해 무려 50명 이상 참석하여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는 식으로 쓸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신문이라면 생태보존 학회가 발표한 내용을 통해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불필요한 세금이 낭비된다는 식으로 글을 쓸 것이다. 동일한 사실임에도 그 사실에 근거하여 전혀 다른 관점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이처럼 한 명의 저자는 관점이 존재하고, 그 관점으로 글을 쓰고 사실을 열거한다. 서평자는 저자가 누구이고, 어떤 대학을 나왔고, 어떤 논문과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저자를 비판하거나 찬성할 수 있다. 서평자도 한 명의 저자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저자를 파악할까? 이제 그 실제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필자는 며칠 전에 범우사에서 출간된 베로니카 이온스의 <이집트 신화>를 구입해 읽고 있다. 베로니카 이온스에 대해 알아보자.
(1) 인터넷 서점의 저자 파일 읽기
가장 먼저 해야 하고 쉬운 방법은 인터넷 서점에서 소개된 저자 파일 읽기다. 거의 대부분의 책에는 저자가 있고, 그 저자를 소개한 간략한 소개글이 존재한다. 가끔 소개글이 없는 저자도 있다. 이런 저자는 국내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거나 별 볼일 없는 저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먼저 저자인 [베로니카 이온스]를 클릭하니 몇 달 전에 구입했던 또 다른책인 <인도신화>와 같은 저자이다. 신화에 궁금해 이 책 저 책 구입하느라 저자에 대한 자료를 모으지 못했는데 의외의 소득이다. <이집트 신화>와 <인도 신화>의 저자라는 사실 만으로 베로니카 이온스는 신화 일각연이 있는 학자인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신화의 세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집트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로 넘어가지 인도신화를 그다지 연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도 신화를 연구했다는 것은 저자가 고대 문헌에 익숙한 저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 저자 파일로 들어가 보자. 과연 추측이 맞을까?
아래는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베로니카 이온스의 저자 파일이다.
베로니카 이온스(Veronica Ions)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을 미국 워싱턴 D.C.에서 보냈다 그녀는 자신의 학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런던으로 돌아왔는데, 세인트 폴 여학교의 특별 장학생이었다. 옥스퍼드 대학 시절 이후 출판사에서 몇 해 동안 주로 라루스 사전의 영문 번역 준비작업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인도 신화>, <원색 세계 신화>등이 있다.
먼저 챙겨야 할 것들이 보인다. 영문 이름을 꼭 메모해 두자. 왜냐하면 나중에 더 필요하면 영어로 검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고, 미국으로 건너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녀’이다. 즉 여성이다.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 옥스퍼드 대학을 나왔다. 출판사에서 보냈고, ‘라루스’ 사전의 영문 번역 준비작업을 했다.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원색 세계 신화>도 보인다.
서평을 쓸 때 저자가 생소하거나 소개할 필요가 있다면 3-5 문장 정도를 넣어 주는 것이 좋다. 만약 저자를 소개하는 글이 많이 필요하다면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모아야 한다.
(2) 인터넷 검색하기
먼저 저자의 이름인 ‘베로니카 이온스’로 검색을 시도했다. 놀랍게도 책 소개 외에는 저자에 대한 글이 단 한 편도 나오지 않았다. 네이버와 다음도 동일한 검색결과를 보었다. 베로니카 이온스는 국내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저자인 것이다. 아마도 그가 신화 관련 전문 학자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에는 ‘Veronica Ions’로 검색했다. 영어로도 거의 비슷한 검색 결과를 도출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결론 내릴 수 있다. 베노니카 이온스는 신화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혼자서 공부를 했지만 깊은 학문적 소양까지는 갖추지 못했다고 정의할 수 있다.
동일한 방법으로 다른 저자를 살펴보았다. 2주 전에 주문해 읽고 있는 J. 노먼 로키어의 <천문학의 새벽>이란 책이다. 저자인 J. 노먼 로키어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자, 다시 알라딘의 저자 읽기로 들어가 보자.
J. 노먼 로키어(Joseph Norman Lockyer)
영국의 천문학자로 워릭셔(Warwickshire)의 럭비에서 태어났다. 1869년에 저명한 과학지인 《네이처(Nature)》를 창간하고 편집자로 일했다. 1885년에 런던의 사우스 켄싱턴에 있는 과학왕립 대학(현 임페리얼 칼리지) 천체물리학의 첫 교수로 임명되었고, 재임 중 세워진 태양물리학관측소에서 1913년까지 연구소장으로 있었다. 그리고 1912년 시드마우스의 샐컴 힐(Salcombe Hill)에 노먼 로키어 연구소를 설립했다. 과학자로서 태양에 관련된 업적, 특히 대기에 있는 헬륨을 발견한 일로 기억되고 있으며 천문학에 물리학을 적용시킨 일로 천체물리학의 아버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또한 고대유적지나 선사시대 유적지에 있는 건축물들을 천문학적으로 해석한 사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890년 그리스를 여행하던 중에 많은 고대 신전들이 동서쪽 축으로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러한 정교한 배치가 신전을 처음 세운 날 일출의 태양빛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고대 신전의 배치에 대한 이러한 주장을 ‘방향 이론’이라고 하는데, 태양뿐만 아니라 별의 출몰 방향이 신전의 방향과 일치하는 것까지 확대한 자신의 방향 이론을 이집트의 여러 신전들을 통해서 증명한 책이 바로 『천문학의 새벽(The Dawn of Astronomy)』(1894)이다.
먼저 저자의 영문 이름을 메모하고, 출생연도를 보니 19세기 사람이다. 즉 거의 두 세기 앞선 사람인 것을 알 수 있다. 소개글 하단에 보니 <천문학의 새벽>로 1894년에 출간된 책이다. 놀랍게 《네이처(Nature)》를 창간하고 편집자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워낙 상세하게 저자를 소개하고 있으니 다른 곳을 찾아보지 않아도 서평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인터넷을 검색해 보자. 의외로 많은 자료들을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위키백과사전에도 영문으로 검색하여 Norman Lockyer가 따로 파일이 존재한다. 그만큼 저명한 학자인 것이다.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니 천문학에 깊은 조예가 있으며, 고고학과 천문학에 관련된 무게 있는 논문과 책들을 출간했다. 신화와 천문학을 연계하여 해석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약간 긴 서평이나 학문적 비평이 필요한 서평을 쓴다면 이 정도의 저자 읽기가 필요하다. 저자의 성향을 소개하여 서평 할 책이 어떤 책인지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3) 다른 사람의 서평 살펴보기
저자를 알기 위해서는 저자의 고향, 출신학교와 학문적 성향, 다른 저술들, 신문기사, 등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국내의 저자인 경우는 정말 많은 자료들이 기사화되어있다. 필자는 서평을 하기 전 다른 서평을 서너 편 정도를 읽어 본다. 대부분의 서평이 독후감이란 얻을 것이 없기는 하지만 나름 고민하며 올린 서평도 있다. 그 독자는 책을 어떻게 읽었고, 어떤 관점에서 평가를 했는지는 필자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이제 저자는 이 정도로 해도 될 것 같다. 서평을 쓰기 전에 저자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모아두자. 그러면 서평의 질의 월등히 높아질 것이며, 풍성해질 것이다. 서평자도 공부를 할 수 있으니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2) 책 읽기
목차부터 읽기
책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기 위해서는 목차부터 읽어야 한다. 앞서서 저자에 대한 파악이 끝났다면 곧바로 책 읽기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본문으로 바로 들어가지 말고 이 책이 어디로, 어떤 논지로 흘러가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부분을 집중해서 읽기
책을 모두 같은 속도로 읽을 필요는 없다. 책을 읽다 보면 장황하게 설명한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을 몇 문장으로 또는 한두 페이지로 요약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속도 조절, 또는 중요도를 구분하면서 읽어 나가야 한다.
메모 또는 밑줄 긋기
서평자는 책을 깨끗이 보면 안 된다. 천재적인 머리라서 한 번 읽고 모든 내용을 기억한다면 예외다. 그렇지 않다면 메모하고, 밑줄 긋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책을 읽고 깨끗한 상태로 당근에 팔 생각이라면 서평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서평을 위한 독서법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조해 주세요.
서평의 요령
1. 그 책에 대해서 써라.
어떤 분은 자신의 서평을 서평도 아니고, 감상문도 아닌 곁길이라 표현했다. 이유인즉 정식적인 글도 아니고 글을 읽다가 다른 생각이 나면 곧바로 생각의 ‘삼천포’로 빠지기 때문이란다. 듣고 보니 참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어떤 분의 서평을 읽은 적이 있다. 글쓴이에게는 참 미안하지만 그것은 ‘서평’ 아니라 ‘감상문’이다. 서평의 공식적은 틀은 없지만 암묵적인 법칙은 있다. 서평은 먼저 그 책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 책을 쓴 저자나 줄거리, 책의 주제와 논지 등을 먼저 풀어내야 한다. 표지나 오타도 괜찮다.
그런데 책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 현학적이거나 주변 잡기로만 쓰게 되면, 서평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분은 그 책에 대해 쓰기는 했지만 극히 일부분이고 자신의 감정과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만을 잔뜩 늘어놓았다. 글을 읽는 중에 내내 드는 생각은
‘도대체 그 책에는 무슨 내용이 있단 말인가?’
라는 궁금증이 파죽지세로 몰려들었다. 소위 서평 전문가들이 실수하는 부분이다. 서평을 다 읽고 나서 ‘그 책’은 남지 않고, 서평자의 ‘잡설’만 남게 된다. 이러한 글은 서평이 아니라 차라리 자기 생각의 글이라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결론, 서평은 '그 책'에 대해 쓰는 것이다.
2. 간략하게 요약하라
누군가는 서평에 대한 원칙은 없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서평에는 보이지 않는 일반적인 법칙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책의 전체적인 개요를 말해주는 것이다. 만약 소설책이면 3-4 문장으로 책을 줄거리를 요약해 주는 것이 좋다. 자기 계발서인 경우 역시 ‘이 책은 시간 관리를 위해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관리하라고 말한다.’등의 간략한 문장으로 정리해 주는 것이 좋다. 어떤 서평은 이 책이 주장하는 논지나 결론이 무엇인지 전혀 알아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줄거리를 말해야 하는 이유는 어떤 곳에서 감동을 받았거나, 어떤 주장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는 등의 반론을 제기할 때 독자로 하여금 ‘감’을 잡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줄거리를 쓰라고 해서 한 페이지 전체를 요약한 것처럼 몽땅 줄거리를 쓰면 안 된다. 몇 줄이면 된다. 몇 문장으로 읽은 책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저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간단한 요약을 통해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김훈의 <남한산성>을 표현한 것을 보자.
“소설가 김훈이 <현의 노래>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갇힌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다툼, 그리고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받는 민초들의 삶이 소설의 씨줄과 날줄을 이룬다.”(알라딘제공)
간략하면서도 소설의 내용과 흐름에 대하여 통찰력을 주는 문장이다. 한 예를 더 들어보자. 제롬 그루프먼의 <닥터스 씽킹>이란 책을 몇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암전문의인 제롬 그루프먼 박사가 각 전공분야 최고의 의사들과 인터뷰한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자신의 환자 경험까지 덧붙여 만든 논픽션. 환자들이 직접 느끼는 증상보다 자신이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통증을 과대포장해 설명하는 이 시대에 어떻게 오진의 함정을 피해 나아갈 것인지를 다룬다.”(알라딘 제공)
몇 문장으로 수백 페이지의 책을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요약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책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할 수 있다. 서평의 두 번째 방법은 책을 몇 문장으로 요약해 보는 것이다.
3. 자기 주관에 맞게 긍정하고 부정하라
서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이다. 주체적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두 번째 단계를 뛰어넘어 저자의 의견과 주장에 대하여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서평자의 소신을 밝혀야 한다. 예를 저자가 무상교육을 전학생과 모든 지방에도 확대해야 된다고 주장했다고 하자, 그럼 서평자가 그에 대해 긍정한다면 왜 긍정하는지를 자신의 의견을 첨부하거나 저자의 의견을 강조하면 된다.
‘저자는 ~한 이유로 무상교육을 주장한다. 필자는 저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한 전적을 찬성하며, 나 또한 그러한 이유로 어려움을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반대한다면 왜 반대하는지를 자신의 논리로 소신 있게 적어 나가면 된다.
‘저자의 무상교육에 대한 생각은 전적으로 편견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만약 무상 교육을 실시하면 ~한 어려움이 발생하고, ~한 이유 때문에 교육에 치명적인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저명한 학자의 주장이나 실례 등을 예로 들어 논리를 보강해 주면 좋다. ‘*의 교육학 교수*는 ~의 이유로 무상교육의 허실을 주장했다.’는 식으로 하면 된다. 이처럼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작은 소논문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소설이나 에세이 등은 예외다.
서평 쓰기에 대한 또 다른 글입니다. 참조하시면 서평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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