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촛불들,로완 윌리엄스 / 김병준 옮김 / 비아
어둠 속의 촛불들
로완 윌리엄스 / 김병준 옮김 / 비아
코로나 시대 주님과의 동행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꾹 참고 기다리면 저기 빛이 보일 것 같은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데 아직 빛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를 더 가야할지, 아니면 터널이 아닌 무덤인지도 모를 어둠속을 걷는 것 같다. 그 어떤 시대로 현재만큼 다양한 질문과 신학적 논쟁을 불러오지는 못했던 것 같다. 코로나 초기, 교회와 신학자들은 성만찬 논쟁과 주일성수 논쟁에 함몰되었다. SNS는 스마트폰으로 드리는 예배가 진자 예배인지 아닌 지부터 시작해, 교회당에 나오지 않고도 주일성수를 했느냐는 등의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 나왔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그 어떤 논쟁도 그 어떤 주장도 전개되지 않고 있다. 아직 논쟁이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일상화된 현재의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교회에 나오지 않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을 버린 것일까? 아니면 그토록 자랑했던 믿음을 창고에 보관해 둔 것일까? 전체 통계는 아니지만 필자가 아는 교회들의 출석률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약 60% 정도이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성도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다른 교회로 옮기지 않았다. 다만 오프라인 교회를 나오지 않을 뿐이다. 교회에 대한 새로운 정의 믿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자의반타의반 필요하게 되었다.
로완 윌리엄스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26개의 묵상 글을 나누었다. 로완 윌리엄스의 대부분의 글이 그렇지만 이 책 역시 존재에 대한 물음과 신앙에 대한 고뇌가 담겨있다. ‘어둠 속의 촛불들’은 원제를 직역한 것이지만 책의 내용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모로19 바이러스 감염증은 수많은 사람들은 혼란과 어둠속에 가두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집합금지명령은 경악스러운 조치였다. 초기만 해도 그러한 정부를 비판하며 ‘코로나 음모론’까지 퍼트리기도 했다. 만약 교회에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의 믿음은 무엇이 될까? 교회는 필요할까? 주일성수는 어떻게 하며 성만찬은 안 해도 되나? 등등의 고통스러운 질문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로완 윌리엄스는 답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차라리 주님과 동행하는 법을 가르친다. 믿음이 무엇인지 교리적으로 설명하거나 나열하지 않고 도리어 하나님과의 관계가 어떤지 되물어 본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그는 처녀인 마리아의 수태고지 사건을 다룬다. 암울하고 어두웠던 시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 때 천사는 마리아에게 아이를 잉태하게 될 것이라고 고지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이야기는 ‘온 세상을 뒤집어엎을 삶의 이야기’(14쪽)이다. 하나님은 마리아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신다.
열 번째 이야기는 ‘인간의 운명’이란 제목으로 요한복음 14;6-7을 다룬다. 예수께서 자신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말씀하신다. 이 본문은 인간의 필멸성을 전제한다. 예수께서 하나님 아버지께로 가야한 이유는 다시 와서 데리고 가기 위해서다. 그리스도인들은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떠나야하는 어정쩡한 존재로 살아간다. 교회는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의 가시적 존재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선물을 받은 공동체이자 나누는 공동체이다.
로완 윌리엄스의 글은 어렵지 않다. 실존적 경험을 통해 빚어진 진리에 대한 통찰은 큰 울림을 준다. 검은 표지에 세 개의 촛대 이미지는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다. 교회 무엇인지, 신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이 책을 읽어보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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