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9:35 - 10:14 강해설교

사울의 마지막과 하나님의 시작—자리를 지키지 못한 자의 교훈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의 말씀 앞에 함께 모인 여러분을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오늘 본문은 역대상 9장 35절부터 10장 14절까지로, 한 왕조의 몰락을 마주하게 되는 말씀입니다. 사울 왕의 죽음은 단지 한 사람의 최후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세운 자가 자리를 지키지 못할 때 그로 인한 공동체의 비극을 보여주는 구속사적 사례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오늘 우리의 자리, 사명, 순종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늘 새롭고, 우리에게 거울처럼 비추어주는 은혜의 빛입니다.

사울의 집안 계보—잊히지 않은 이름들

역대상 9장 35절부터는 사울의 가문, 특히 기브온 주민 여이엘과 그 자손들의 이름이 언급됩니다(역대상 9:35~44). 이 계보는 단순한 족보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사울은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서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자였습니다. 그러나 그 삶의 끝은 참으로 안타깝게 마무리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그의 가문을 생략하지 않고 기록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비록 그의 죄를 심판하셨을지라도, 그 존재 자체를 무가치하게 여기지 않으셨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파괴의 끝이 아니라 교훈의 시작입니다. 사울의 이름은 실패한 자의 대표가 아니라, 경고의 상징이 되어 하나님의 백성에게 교훈을 전해주는 영적 이정표로 남게 된 것입니다.

전쟁터의 죽음—하나님의 부재 속에 무너진 왕

역대상 10장은 사울의 죽음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들 앞에서 도망하던 중에 길보아 산에서 엎드러져 죽었더라”(역대상 10:1). 이는 사울 왕조의 공식적인 몰락을 상징합니다.

길보아 산에서 벌어진 이 전투는 단지 군사적 패배가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가 떠난 자의 말로를 보여주는 신학적 선언입니다. 사울은 이미 하나님께 버림받은 왕이었고(사무엘상 15:26), 그는 더 이상 하나님께 묻지 않았으며, 대신 신접한 자를 찾아가 자신의 운명을 묻는 자리까지 나아갔습니다(사무엘상 28:7). 이러한 불신앙의 연속은 결국 그가 하나님의 보호 아래서 벗어났음을 의미합니다.

히브리어로 ‘죽다’는 ‘무트’(מוּת)라는 단어는 구약 전체에서 하나님의 심판의 결과로 자주 쓰입니다. 사울의 죽음은 단순히 인생의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에서 이탈한 자가 맞는 영적 파국을 상징합니다.

시체의 수치—거룩을 잃은 자의 마지막

사울과 그의 아들들이 죽은 후, 그 시체는 블레셋 사람들에 의해 욕되게 됩니다. “그들이 그의 머리를 베고 갑옷을 벗기고 자기 신당과 백성에게 알리려고 사방에 보냈고”(역대상 10:9). 이는 단순한 군사적 승리를 알리는 행동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려는 우상 숭배자의 시도였습니다.

사울은 하나님의 기름 부음 받은 자였지만, 그의 삶이 하나님을 떠난 이후에는 그 거룩함도 함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기름 부음 받은 자’—히브리어로 ‘마시아흐’(מָשִׁיחַ)—는 곧 하나님의 통치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 통치가 하나님의 뜻과 무관하게 진행될 때, 오히려 하나님의 이름이 모욕받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오늘 우리도 주의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부르신 자리는 거룩함과 순종으로 유지되어야지, 인간의 욕심과 고집으로 채워질 수 없습니다. 자리를 지키는 것이 곧 믿음을 지키는 것이며, 그 자리를 버리는 순간 그 책임은 하나님 앞에서 물어지게 됩니다.

야베스 길르앗 사람들의 은혜—신실한 자들의 남겨진 섬김

사울의 시체가 불에 태워지고 그의 뼈가 야베스 길르앗 사람들에 의해 장사됩니다(역대상 10:12). 이들은 과거 사울이 암몬 사람 나하스에게 고통받는 자신들을 구해준 일을 기억하고, 그 은혜를 갚는 행동으로 그의 시체를 수습합니다(사무엘상 11장 참조).

이 장면은 사울의 삶 전체가 부정당한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비록 말년에 하나님께 불순종했지만, 그의 과거 선행을 기억하는 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여전히 하나님 앞에서 신실한 행동을 실천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은혜가 인간의 완벽함에 의존하지 않고, 기억과 감사라는 관계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완전할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 은혜를 끼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작은 순종과 희생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하나님의 흔적으로 남게 됩니다. 그 흔적이 때로는 하나님의 구속사 안에서 회복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결론 정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한 역대상 9장 35절부터 10장 14절은 사울이라는 인물의 몰락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개인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줍니다. 사울의 실패는 단지 지도자의 몰락이 아니라, 언약에서 이탈한 자의 마지막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교훈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심판 속에서도 기억과 회복의 흔적을 남기십니다. 사울의 족보가 기록되고, 야베스 길르앗 사람들이 그의 시체를 수습했다는 이 사실은, 하나님의 심판조차도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토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오늘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자리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 자리가 설교자든, 교사든, 기도자든, 부모든, 자녀든 간에, 하나님이 세우신 그 자리를 믿음으로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울처럼 자리를 떠나는 자가 아니라, 다윗처럼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가 되길 소망합니다.

오늘도 하나님 앞에 바로 서서, 우리의 자리에서 충성하는 주님의 사람 되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