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5장 묵상 강해설교
어린양께 합당한 영광
요한계시록 5장은 4장에서 묘사된 하늘 보좌의 예배 장면에 이어, 하늘에서 가장 중심적인 사건, 곧 어린양의 등장과 찬양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신학적으로도 예배학적으로도 핵심적인 본문으로, 하나님의 구속 계획의 중심에 어린양이 계심을 선포합니다. 고난받는 교회는 이 환상을 통해 위로와 확신을 얻게 되며, 참된 예배가 무엇인지,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본문을 묵상하며 우리는 이 어린양께 삶과 예배를 드리는 자로 살아야 함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두루마리를 가지신 이와 그 누구도 열 수 없는 문제 (5:1-4)
요한은 하늘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 있는 두루마리를 봅니다(5:1). 이 두루마리는 안팎으로 글이 쓰여 있고, 일곱 인으로 봉해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두루마리'(biblion)는 고대 문서 형식을 따르며, 그 안에 쓰인 내용은 하나님의 뜻과 심판, 구속의 계획을 포함한 종말적 비밀을 의미합니다. '오른손'에 있다는 것은 권능과 권위의 상징으로, 이 두루마리ㄴ가 하나님 자신의 뜻임을 보여줍니다.
안팎으로 기록되었다는 언급은 에스겔 2:9-10을 연상시키며, 하나님의 심판과 말씀의 충만함을 뜻합니다. 일곱 인은 완전한 봉인으로, 인간이나 천사 누구도 함부로 열 수 없는 신적 비밀의 보호를 상징합니다. 이 두루마리를 펼치고 그 내용을 밝히는 일은 전 우주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건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하늘 위에나 땅 위에나 땅 아래에 능히 그 두루마리를 펴거나 볼 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5:3). 이 말은 피조물 전체의 무력함을 상징하며, 인간 스스로는 하나님의 뜻을 풀어낼 능력이 없음을 보여줍니다. 요한은ㄴ 크게 울었습니다(5:4). 이 울음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구속과 정의의 실현이 좌절될 것 같은 깊은 탄식입니다. 초대교부 안드레아스는 이 장면에서 "요한의 울음은 모든 성도의 울음이다"라고 설명하며, 하나님의 구속이 미완된 상태에 대한 인류의 절박함을 반영한다고 보았습니다.
이기신 어린양의 등장 (5:5-7)
그때 장로 중 하나가 요한에게 말합니다. "울지 말라 유다 지파의 사자, 다윗의 뿌리가 이기셨으니 그 두루마리와 그 일곱 인을 떼시리라"(5:5). 여기서 '이기셨으니'(enikēsen)는 헬라어로 ‘니카오’의 완료형으로, 단회적 승리를 의미하며, 이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한 구속 사역이 완결되었음을 말합니다. '유다 지파의 사자'는 창세기 49:9-10에 나타난 메시야 예언을 상기시키며, '다윗의 뿌리'는 이사야 11장에 근거한 표현으로, 메시아의 왕권과 계보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요한이 돌이켜 보니, 사자가 아니라 '어린양'이 서 있습니다. '어린양'(arnion)은 어린 짐승, 더 정확히는 희생 제물로 드려진 새끼양을 뜻하며, 계속해서 요한계시록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하는 주요 상징어로 사용됩니다. 이 어린양은 '죽임을 당한 것 같더라'는 표현처럼, 희생 제물로서의 흔적을 그대로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보좌와 네 생물과 장로들 사이에 '서' 있습니다(5:6). 이는 죽임당하셨으나 부활하셔서 살아계신 주님이라는 복음의 중심 메시지를 상징합니다.
어린양은 일곱 뿔과 일곱 눈을 가지고 있는데, 뿔은 권세를, 눈은 성령의 충만함을 상징하며, '일곱 영'은 성령의 완전성과 하나님 앞에 보내심을 받은 구속 사역의 능력을 나타냅니다. 이 어린양이 나아가 하나님 오른손에서 두루마리를 취하시자, 구속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시작됩니다(5:7). 이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실질적 역사 개입의 선언이며, 그리스도만이 하나님의 계획을 성취할 자격과 능력을 지닌 유일한 분임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새 노래로 드리는 천상의 예배 (5:8-14)
어린양이 두루마리를 취하시자, 네 생물과 24장로가 엎드려 경배하며, 각기 하프와 향이 가득한 금대접을 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향은 성도의 기도라 하였고(5:8), 이는 예배와 기도의 일체성을 강조합니다. 하프는 구약에서 레위인의 예배 도구였으며, 성도의 찬양을 상징합니다. 즉, 하늘 예배의 핵심은 찬양과 기도, 그리고 경배입니다.
그들은 새로운 노래를 부릅니다. '새 노래'(ōdēn kainēn)는 구약에서도 구원의 새 역사가 시작될 때마다 등장하는 표현으로(시편 96편 등), 여기서는 어린양의 구속 사역으로 인해 시작된 새로운 창조와 예배를 의미합니다. 노래의 내용은 어린양이 책을 취하시고 인을 떼기에 합당하시다는 선언입니다. 이유는 "일찍이 죽임을 당하사 각 족속과 방언과 백성과 나라 가운데서 사람들을 피로 사서 하나님께 드리셨기 때문"입니다(5:9). '피로 사셨다'(ēgorasas)는 구속(Redemption)의 헬라어 표현으로, 노예 시장에서 값을 치르고 자유롭게 한다는 개념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우리 모두가 구속받았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들은 하나님 나라에서 제사장들이 되어 땅에서 왕 노릇 할 것이라고 선언합니다(5:10). 이는 출애굽기 19:6의 언약 백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베드로전서 2:9에서 다시 강조된 신약 성도의 사명과도 연결됩니다. 성도는 단지 구원받은 자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세상과 하나님을 연결하는 중보자로 살아가는 사명을 지닌 자들입니다.
이어지는 찬양은 점점 더 확장됩니다. 수많은 천사들이 큰 음성으로 "죽임을 당하신 어린양은 능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존귀와 영광과 찬송을 받으시기에 합당하시도다"라고 외칩니다(5:12). 일곱 개의 찬양 항목은 완전한 영광과 위엄의 묘사로, 어린양의 신적 본성과 사역을 높이는 표현입니다. 이후에는 하늘과 땅과 바다, 그 가운데 모든 피조물이 함께 하나님과 어린양을 찬양합니다(5:13). 이는 창조 전체가 하나님의 구속 사역에 응답하여 경배하는 전 우주적 예배 장면입니다.
마지막으로 네 생물은 "아멘"으로 응답하고, 장로들은 엎드려 경배합니다(5:14). '아멘'은 단지 응답 이상의 선언으로, 이 찬양이 진리이며, 반드시 성취될 것이라는 확신의 표현입니다. 천상의 예배는 종말에 이루어질 궁극적인 하나님의 나라 예배의 예표이자, 오늘 우리가 드리는 예배의 본이 됩니다.
결론
요한계시록 5장은 예수 그리스도, 죽임 당한 어린양께서 하늘과 땅의 유일한 구속자이시며,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완성할 자격을 지닌 분임을 선포합니다. 이 장은 우리에게 그분께 합당한 예배가 무엇인지, 교회가 어떻게 예배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리스도는 승리하셨고, 우리는 그의 피로 구속받아 왕 같은 제사장으로 세워졌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린양께 경배하는 삶, 예배로 응답하는 교회로 서야 합니다. 오늘도 우리의 입술과 삶이 하늘의 찬양에 하나 되어, 그분의 이름을 높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요한계시록 장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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