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고백, 황국명 / 사자와어린양
친구의 고백
황국명 / 사자와어린양
친구는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익힌 통기타를 치며 찬양을 시작했다.
아름다웠던 지난 추억들
사랑했었던 많은 친구들
멀고도 험한 고난의 길을
나 이제 말없이 주님을 위하여 떠나야지
수없이 많은 사람들 위해
당신이 바친 고귀한 희생
영원히 당신과 함께 있고파
사랑의 십자가를 맞이하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신학의 길로 가기로 한 친구의 고백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노래 제목도 <친구의 고백>이었다. 그렇게 다정했던 친구는 우리의 곁을 떠나 신학을 시작했다. 당시 그 친구는 헤비메탈에 빠져 있었다. 엑스제팬을 비롯해 메탈리카 등의 헤비메탈 CD를 가지고 있었다. 벌써 30년이 지난 그 장면이 아련하다.
잠깐 인천에 머물 때 아침마다 제운 사거리를 지나 직장으로 출근했다. 무척이나 추웠던 겨울, 고독하고 외로웠다. 얼마 전 구입한 워크맨에 이어폰을 꽂고 플레이를 눌렀다.
영원한 사랑 높은 산 부서져도
모든 성 허물어져도 정녕 외롭지 않으리
주의 사랑 거센 파도가 일어
하늘이 무너져도 그 사랑 영원하리라
다윗과 요나단의 ‘영원한 사랑’의 후반부다. 위도 35도에 머물다 38도 근방까지 올라갔으니 얼마나 추웠겠는가? 연안부두 쪽에서 불어오는 인천의 갯바람은 차가워도 너무나 차가웠다. 하지만 가슴은 뜨거웠다. 다윗과 요나단 때문에. 내가 들었던 음반은 다윗과 요나단 BEST 앨범으로 1991년에 CD와 테이프로 출시된 것이었다. 이 앨범을 그 어떤 앨범보다 좋아했다.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지에서 겪어야 했던 서글픔과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긴 하지만 가사 하나하나가 안아주고 위로해 주었다. '영원한 사랑' 외에도 '담대하라' '요한의 아들 시몬아' '깨끗이 씻겨야 하리' '친국의 고백'과 같은 주옥같은 곡들이 들어가 있다.
언젠가는 나올 거야. 막연한 기대를 하며 수년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한 달 전에 출간되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책은 찬양에 대한 깊은 신학적 내용을 다루거나, 한국 복음송의 역사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일종의 간증이자 사연이다. 곡을 작곡한 사연과 곡을 들은 이들의 치유와 회복에 대한 사연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내용은 가볍다. 하지만 진중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에 얽힌 한 권사님 이야기는 시작부터 마음을 아프게 했다. 40년 전 한국에서 미국 남자와 결혼하고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갔다. 하지만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버림을 받았다고 한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구걸을 하며 지내야 했다. 하지만 결국 버텨냈고, 멋진 신앙으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고통 속에서 보내는 시절 다윗과 요나단의 <요한의 아들 시몬아>를 알게 되었고,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고통의 시간을 함께 해준 멋진 동반자가 되어준 CCM인 것이다.
<주님의 이 손을>에 얽힌 사연도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마지막 졸업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등록비를 내지 못해 시험지까지 빼앗겼다고 한다. 하필 그날, 교회 집회 인도가 있어서 전태식 목사도 함께 출발했다. 그날은 유난히 슬펐다. 찢어지게 가난한 삶도 싫었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도 원망스러웠고, 막냇동생의 마지막 학비도 못 내주는 형과 누나들도 미웠다. 그때 전태식 목사가 피아노를 치며 ‘주님여 이 손을’ 불렀다. 함께 부르며 눈물을 쏟아 냈다. 다행히 사흘 후에 누군가의 헌금으로 학비를 충당되었다.
뜻밖의 이야기에 죄송스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당시 다윗과 요나단은 유명한 팀이었고, 수많은 집회를 인도했다. 그런데 등록금이 없었다니. 누군가는 찬양을 들으면 은혜를 받고 감사했지만, 진작 자신들은 역경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두 분의 찬양이 유난히 은혜로운 건 아픈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찬양 사역이 멋지고 쉬워 보일지 모르나 극한직업이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찬양 사역자들에게 말도 안 되는 낮은 사례를 할 때가 많다. 기독교 안에서는 대부분 사례를 정하고 가기보다 집회를 마치고 주는 대로 받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에서 서너 시간 차를 기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갔는데 10만 원도 안 되는 사례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아무런 사례를 하지 않거나 무례하게 대하는 경우도 많다. 찬양 사역자에 대한 불편한 하대는 찬양 사역자들을 좌절하게 한다. 이 부분은 한국교회가 참으로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긴장했던 마음이 풀렸다. 순탄하게 보였던 저자의 인생을 들여다보니 상처와 아픔의 생채기가 가득하다. 한 편의 인생극장을 다큐로 보는 듯한 영상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함춘호 씨와 사연이 많아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로 우울했던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런데 <주만 바라볼찌라>는 누가 작사 작곡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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