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9가지 열매 7)충성(πίστις)
충성(πίστις)
- 갈 5:22-23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
Greek NT: Nestle 1904
- ὁ δὲ καρπὸς τοῦ Πνεύματός ἐστιν ἀγάπη, χαρά, εἰρήνη, μακροθυμία, χρηστότης, ἀγαθωσύνη, πίστις πραΰτης, ἐγκράτεια· κατὰ τῶν τοιούτων οὐκ ἔστιν νόμος
New International Version
- 22But the fruit of the Spirit is love, joy, peace, forbearance, kindness, goodness, faithfulness, 23gentleness and self-control. Against such things there is no law.
헬라어 원어와 언어학적 의미
갈라디아서 5장 22절에서 언급되는 ‘충성’은 헬라어 πίστις (pistis)입니다. 이 단어는 신약성경 전반에서 매우 중요한 신학적 용어로 등장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믿음, 신뢰, 신실함, 성실함, 충실함이라는 다의적 의미를 지닌 단어입니다.
헬라어 pistis는 동사형 πιστεύω (pisteuō), 곧 ‘믿다, 신뢰하다’라는 동사에서 유래하며, 이는 단순한 동의나 지적인 수긍을 넘어서 전인격적인 신뢰의 행동을 포함합니다. 이 말은 헬라철학에서는 ‘논리적 설득의 상태’나 ‘주장에 대한 믿음’으로 사용되었지만, 성경 안에서는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언약적 신뢰, 그리고 삶의 헌신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으로 전개됩니다.
따라서 pistis는 그 문맥에 따라 세 가지로 번역되곤 합니다.
- 믿음(faith) – 하나님을 향한 신자의 신뢰와 의존
- 신실함(faithfulness) – 하나님의 성품, 또는 신자의 성품적 충직함
- 충성(loyalty) – 언약과 관계에 대한 헌신과 일관성
갈라디아서 5장에서는 명백히 두 번째와 세 번째 의미, 즉 ‘신실함’과 ‘충성됨’이라는 의미가 중심입니다. 성령의 열매는 하나님을 믿는 ‘믿음’ 자체라기보다, 믿음의 뿌리에서 비롯된 변화된 삶의 태도, 곧 일관성과 신뢰성 있는 인격의 열매를 말하는 것입니다.
Louw-Nida 사전은 pistis의 이 사용을 “신뢰할 만한, 일관된 태도를 가진 상태”로 정의하며, 이러한 충성은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는 지속적 헌신이라는 점에서 윤리적 개념이자 관계적 덕목입니다.
고대 헬라 문헌에서도 pistis는 종종 계약을 어기지 않는 성실함을 의미했습니다. 예컨대, 친구나 국가, 신과 맺은 약속에 충실한 자를 가리켜 pistos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성경에서 말하는 언약적 충성과 통하는 맥락입니다. 히브리어에서 이와 대응되는 단어는 에무나(אֱמוּנָה)입니다. 에무나는 창세기 15:6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에 사용되며, 이는 단지 ‘믿었다’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님께 자신을 맡긴 충성된 신뢰를 의미합니다.
신약에서의 pistis는 이 에무나의 개념을 그대로 계승하여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그 믿음에서 나오는 인격적 신실함을 함께 포함합니다. 따라서 충성(πίστις)은 다음의 의미를 내포합니다:
- 하나님과의 언약을 배반하지 않는 마음
-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격의 일관성
- 외적인 시험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견고함
- 맡겨진 사명을 포기하지 않는 지속성
성령께서 신자 안에 심으시는 충성은 단지 감정적 신념이 아니라 지속되는 책임의 윤리, 그리고 공동체적 신뢰의 기초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충성은 단지 한 번 믿었다는 사실보다도, 끝까지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품성과 태도의 문제로서 성령의 열매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성경 본문과 신학적 맥락 – 갈라디아서 5장의 충성 이해
‘충성(πίστις)’은 갈라디아서 5장 22절에서 ‘성령의 열매’ 가운데 하나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구절에서 말하는 충성은, 바울이 갈라디아서 전반에서 말해온 ‘믿음’(justifying faith)과는 약간의 차이를 지닌 개념입니다. 곧, 갈라디아서 2장이나 3장에서 등장하는 믿음은 칭의(justification)의 통로로서 하나님을 향한 신자의 신뢰로 강조되지만, 갈라디아서 5장에서의 πίστις는 그 신뢰로부터 나온 삶의 성품, 즉 신실함과 충직함을 가리킵니다. 이는 본문의 문맥 속에서 더욱 분명해집니다.
갈라디아서 5장은 성령을 따라 행하는 삶과 육체의 욕심을 따르는 삶을 대조합니다. 육체의 일은 음행과 더러움, 우상 숭배, 분쟁, 시기와 같은 ‘관계 파괴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그 반대로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 화평, 오래 참음 등 ‘관계를 세우는 성향’을 포함합니다. 그 가운데 충성은 믿음직한 인격, 곧 하나님과 사람 모두 앞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영적 품성으로 강조됩니다.
이 충성은 하나님을 향한 고백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 사이에서 실현되고 검증되는 성령의 열매입니다. 즉, 바울은 성령을 따라 사는 자에게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인격적 결과로서 ‘충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외적 행위가 아니라, 시간과 고난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내면의 견고함과 일관성입니다.
또한 갈라디아서 5장의 충성은 하나님 나라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 필수적인 덕목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잃지 않으며, 맡겨진 사명에 변함없이 임하는 삶은 성령께서 맺게 하시는 충성의 열매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바울의 강조점은 분명합니다. 율법 아래에 있을 때에는 외적인 규례에 집착했지만, 성령 안에서는 관계와 인격의 변화가 진정한 자유를 가능케 한다는 것입니다. 충성은 그 자유 속에서 사명을 저버리지 않고, 관계를 배반하지 않으며, 하나님을 부끄럽게 하지 않는 삶의 모양입니다.
신학적으로 이 충성은 성화(sanctification)의 진보를 가늠할 수 있는 내적 척도입니다. 왜냐하면 ‘성령의 열매’는 단회적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인 열매 맺음, 곧 성령과의 연합 속에서 성장하는 인격의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충성은 우리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맺는 언약과 약속에 얼마나 충직하게 응답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그것은 감정적 충동이 아니라, 성령께서 심으시고 자라게 하시는 지속적 헌신의 열매입니다.
성경 전체 속 충성의 통일성과 흐름 – 구약과 신약의 언약적 충성
성경 전체에서 충성(히브리어 אֱמוּנָה, 에무나, 헬라어 πίστις, 피스티스)이라는 개념은 단지 인격적 성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적 관계 안에서의 일관된 신실함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구약에서 하나님의 성품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신실하심”(faithfulness)입니다. 신명기 7:9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런즉 너는 알라 오직 네 하나님 여호와는 하나님이시요, 신실하신 하나님이시라.”
여기서 ‘신실하신’에 해당하는 단어가 바로 에무나입니다. 이는 단순히 믿을 수 있는 성품이라는 차원을 넘어
하나님께서 언약을 끝까지 지키시는 성실하고 불변하신 존재임을 드러냅니다.
시편 기자들도 이 신실하심을 끊임없이 노래합니다.
“여호와여 주의 인자하심이 하늘에 있고 주의 진실하심이 궁창에 있나이다.”(시편 36:5)
“진실하심”이 바로 에무나이며, 이는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절대적으로 배반하지 않으신다는 약속에 대한 확증입니다.
그렇기에 구약에서 충성은 하나님께 드려야 할 인간의 반응이자 책임으로 드러납니다. 하박국 2:4에서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선언은, 히브리어 원어로는 “그의 신실함(에무나)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즉, 믿음은 언약을 지키며 살아내는 일관된 삶의 자세를 포함한 개념입니다.
이러한 언약적 충성의 주제는 신약에서도 그대로 계승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충성된 종’으로 등장하며, 요한계시록 1:5에서는 “충성된 증인”으로 불립니다. 그분의 충성은 죽기까지 하나님께 순종하며, 사명을 배반하지 않고 끝까지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신 삶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약의 저자들은 또한 신자들에게 동일한 충성의 삶을 요구합니다.
고린도전서 4:2에서 바울은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라고 하며,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사명과 직분을 감당함에 있어 가장 중대한 덕목이 충성(πίστις)임을 강조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바울이 자주 사용하는 ‘믿는 자들’이라는 표현이 헬라어로 πιστοί (pistoi)로, 직역하면 “충성된 자들”이라는 점입니다. 신자란 단순히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아니라, 그 믿음을 삶으로 드러내며 하나님의 신실함을 닮아가는 존재입니다.
성경의 충성은 두 방향을 동시에 가집니다.
- 하나님의 충성 – 인간의 배반에도 불구하고 신실하게 언약을 지키시는 은혜
- 인간의 충성 –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전인격적 응답과 책임 있는 삶
성령의 열매로서의 충성은 바로 이 두 축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받은 자가, 그 은혜에 반응하여 언약을 신실하게 살아내는 자로 변화되는 것,
이것이 바로 성령 안에서 맺히는 충성의 열매입니다.
성령의 열매로서의 충성 – 성화의 삶 속에서
성령의 열매로 주어진 충성(πίστις)은
단순한 성격적 특성이나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성령께서 거듭난 신자의 내면에서 빚어내시는 영적 인격의 성숙입니다.
이는 곧 신자의 성화(sanctification)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고 증명되어 가는 성령의 작품입니다.
성경은 성화를 단지 행위의 변화가 아닌
존재의 변화, 곧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의 방향으로 설명합니다.
바울이 “너희 안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확신하노라”(빌립보서 1:6)고 말한 것처럼,
충성은 구원의 시작부터 완성에 이르는 여정 전체에 내재된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충성은 ‘순간적인 결단’이 아니라, 장기적인 일관성 속에서 드러나는 성령의 견고한 흔적입니다. 이는 곧 성화가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충성도 일상의 반복과 고난의 누적 속에서 점진적으로 성장해가는 성품입니다. 성화의 삶에서 충성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1)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며 인내하는 태도
성화는 많은 경우 곧바로 응답되지 않는 기도,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 보이지 않는 결과들을 포함합니다.
이때 충성은 조급하지 않고 하나님이 하신 말씀을 끝까지 신뢰하며 견디는 믿음의 태도로 드러납니다.
아브라함이 25년을 기다려 이삭을 얻었듯,
충성은 지연 속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영적 근력입니다.
2) 맡겨진 일을 흔들림 없이 감당하는 책임감
고린도전서 4:2는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라 말합니다.
이는 교회 직분자뿐 아니라 모든 신자에게 주어진 사명의 원리입니다.
충성은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변함없이 주께 헌신하는 삶을 말합니다.
3) 작은 일에 충실함으로 나타나는 일관성
누가복음 16:10은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라고 말합니다.
성화란 큰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선택 안에서 주님을 섬기는 태도에서 자랍니다.
충성은 ‘대단한 업적’보다, 작은 일에서 드러나는 영적 정직성입니다.
4) 시험 중에도 주님을 떠나지 않는 내적 헌신
욥은 극심한 고난 속에서도 “죽게서 나를 죽이실지라도 나는 그를 신뢰하리라”고 고백했습니다.
이러한 충성은 단지 상황이 좋을 때 드러나는 ‘신앙심’이 아니라,
어두운 밤에도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 중심의 인격입니다.
성화란 고난을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께 붙들려 있는 신자의 내면을 빚어가는 과정입니다.
5) 말씀과 기도에 대한 지속적인 충성
영적 훈련에서도 충성은 드러납니다.
기도가 응답되지 않아도, 말씀이 익숙하게 느껴져도,
하나님과의 관계를 매일 갱신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는 태도가 곧 충성입니다.
이는 종교적 습관이 아니라, 관계적 충실함입니다.
결국, 성령께서 맺게 하시는 충성의 열매는
우리의 힘이나 결심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성령이 우리 안에서 말씀을 통해 가르치시고,
기도 속에서 다듬으시며, 고난을 통해 훈련시키심으로 이루어지는 거룩한 열매입니다.
우리는 충성하려 애쓰기보다,
먼저 성령께 자신을 맡기고, 그분의 다스리심 안에 순종함으로써
충성된 사람으로 빚어져 가야 합니다.
충성의 특성 – 예수의 삶과 바울의 권면
성령의 열매로서의 충성은 단순한 성실성의 수준을 넘어섭니다. 그 충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사역 안에서 완전한 형태로 구현되었으며, 바울은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살아가도록 초대 교회와 모든 신자들에게 이 충성을 반복해서 권면합니다.
먼저 예수님의 삶을 보면, 그분의 충성은 무엇보다 하나님 아버지께 향한 전적이고 일관된 순종에서 드러납니다. 빌립보서 2:8은 예수의 충성을 이렇게 증언합니다.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이 구절에서 ‘복종’(ὑπήκοος, hypoēkoos)은 단지 수동적 복종이 아닌, 의지를 담은 신실한 순종, 곧 언약적 충성의 행위입니다. 예수는 십자가의 고통 앞에서도 “아버지여, 내 뜻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누가복음 22:42)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이는 충성의 정점이 고난을 피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선택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수의 충성은 자신의 유익보다 아버지의 영광을 앞세우는 절대적 신뢰의 행위였으며, 이 충성의 삶은 성령 안에 있는 자들에게 본이 되어 같은 열매를 맺도록 요청합니다. 바울 또한 복음의 사도로서 자신의 사역 전체를 충성의 싸움이라 표현합니다. 디모데후서 4:7에서 그는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라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믿음을 지켰다”는 표현은 헬라어로 πίστιν τετήρηκα로, 직역하면 “충성을 보존하였다”입니다. 곧 바울은 자기 인생이 복음에 대한 절대적 헌신과 포기 없는 지속성으로 관통되어 있었음을 강조합니다.
그는 고린도교회에 편지할 때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전 4:2)라고 하며, 모든 신자에게 요구되는 공통된 영적 자격이 ‘은사’가 아니라 ‘충성’임을 명확히 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결과보다 중심과 태도, 곧 신실함 그 자체를 더 귀히 보신다는 진리를 가르칩니다. 바울 서신에서는 충성의 삶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체화합니다:
- 복음에 대한 변함없는 고백과 전파
바울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감옥과 매질, 배고픔 속에서도 변질되지 않았습니다.
충성은 외적 상황에 좌우되지 않는 진리 중심의 삶입니다. - 사람이 아닌 하나님께 인정받기를 원하는 자세
“사람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갈 1:10)는 고백처럼,
충성은 인기나 평가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진실함을 지향하는 태도입니다. - 맡겨진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려는 결단
바울은 “내가 달려갈 길을 마치고”라고 했습니다.
충성은 시작보다 끝에 대한 집중, 즉 포기의 유혹 앞에서도 계속 걸어가는 영적 결기입니다. - 공동체 안에서 믿을 만한 자로 살아가는 삶
바울은 디모데후서 2:2에서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고 말하며,
복음의 계승은 지적 능력이 아니라 영적 충성 위에 세워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예수님과 바울의 삶 속에서 충성은 단순한 덕목이 아니라, 전체 삶을 관통하는 하나님의 나라 중심성이었습니다. 오늘날 신자들도 이러한 충성의 본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이는 세속적 성공이나 세련된 봉사보다, 묵묵하게 하나님 앞에서 신실한 자로 남고자 하는 의지적 순종의 삶입니다.
교회 공동체와 충성 – 책임과 지속성의 신앙
성령의 열매로서 ‘충성’은 결코 개인적 성향이나 독립된 덕목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 열매는 교회 공동체라는 유기체 안에서 실천되고 검증되며, 서로에게 신뢰를 제공하는 영적 토대로 작용합니다. 신앙은 공동체적 실천 없이는 완성되지 않으며, 충성은 바로 그 신앙을 구체적인 책임과 지속성 속에서 드러내는 삶의 형태입니다.
사도행전 속 초대 교회는 ‘성령의 열매로 맺어진 충성’이 어떻게 공동체 질서와 성장에 기여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사도행전 2장 42절에는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며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쓰니라”고 기록됩니다.
여기서 ‘전혀 힘쓰다’는 표현은 헬라어로 προσκαρτερέω, 곧 지속적 헌신, 포기하지 않는 고집스런 충실함을 뜻합니다. 이 충실한 실천이야말로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본질적 힘이었습니다. 현대 교회 안에서 ‘충성’은 여러 영역에서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요구됩니다:
- 예배와 말씀, 기도의 지속적 실천
충성은 단순히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매 주일, 매 시간 예배 앞에 자신을 정직하게 세우는 태도입니다.
변덕스럽거나 감정적 동기보다는,
하나님께 드리는 일관된 반응과 인내 속의 믿음으로 나타납니다. - 맡은 사역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
충성된 교인은 자신에게 맡겨진 작은 사역이라도
정성을 다해, 끝까지 감당하는 일꾼입니다.
이는 결과보다, 하나님 앞에서의 정직과 헌신을 우선시하는 영적 성숙입니다.
세상은 효율을 요구하지만, 하나님은 충성을 기뻐하십니다. - 공동체 안에서 신뢰받는 사람으로 살아감
교회는 결국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의 집합체입니다.
말과 행동, 태도에서 일관성과 정직을 지닌 사람은
자연히 공동체 안에서 영적 영향력을 갖게 됩니다.
충성은 ‘보이는 능력’보다, 보이지 않는 일상의 신실함으로 빛납니다. - 시험과 갈등 속에서 공동체를 지키려는 노력
교회 생활에는 불가피하게 시험이 따릅니다.
충성된 자는 시험 중에 공동체를 떠나지 않고,
기도로 중보하며, 사랑으로 품으며, 책임 있게 머무는 자입니다.
그 충성이 바로 공동체의 지속성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 됩니다. - 다음 세대를 향한 변함없는 전수와 섬김
바울은 디모데에게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고 했습니다.
교회의 사명은 세대를 넘어 복음을 전하는 것이며,
충성은 시간을 통과하여 계승되는 은혜의 징표입니다.
다음 세대가 교회를 신뢰하려면, 지금 세대의 충성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충성은 교회의 건축자재와 같습니다. 외형적 화려함보다 내면의 견고함, 빠른 성장보다 오래가는 신뢰, 감정적 감동보다 말 없는 지속성으로 교회를 지탱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땅 위에 드러내는 힘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충성된 사람을 찾고 계십니다. 겉으로 드러난 성공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충성의 자리에서 묵묵히 섬기는 자를 기억하시며, 그를 통해 교회를 세워가십니다.
성령의 9가지 열매
묵상과 기도 – 충성된 자로 살기 위하여
주님,
세상이 결과를 보고 판단할 때
주님은 언제나 과정을 보시는 분이십니다.
사람들은 능력 있는 자를 기뻐하지만
주님은 충성된 자를 기억하십니다.
주님 앞에 서는 날,
‘잘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그 말씀 한 마디 듣기 위해
오늘도 말없이 일어섭니다.
누가 보지 않아도,
작고 고된 자리라도
하나님이 나를 보신다는 믿음으로
조용히 충성의 길을 걷습니다.
하나님,
저는 약하고 자주 흔들립니다.
내 힘으로는 끝까지 달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성령께서 제 안에서 역사하신다면,
충성의 열매가 자라나게 될 줄 믿습니다.
무너지지 않게 하시고,
도망치지 않게 하시고,
지켜야 할 자리를 떠나지 않게 하소서.
주님,
예수님처럼 죽기까지 충성하신 분을 따르게 하소서.
바울처럼 달려갈 길을 마친 후
믿음을 지켰노라고 고백하게 하소서.
다니엘처럼 정한 시간을 따라 기도하며
사자굴 앞에서도 주를 배반하지 않는 자 되게 하소서.
에스더처럼 죽으면 죽으리이다 고백하며
자기 민족과 사명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 되게 하소서.
성령님,
저의 오늘을 인도하소서.
충성은 결심이 아니라 은혜입니다.
내가 견디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붙드시는 손이 저를 버티게 하심입니다.
하나님,
내 이름보다, 내 업적보다,
내가 주님 앞에서 ‘충성된 자’로 불리기를 원합니다.
작은 일에 충성할 때,
더 큰 영광을 맡기시리라는 약속을 믿고
오늘도 제 자리에서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주님,
저를 충성된 사람으로 만들어 주소서.
제게 맡겨진 자리에서
끝까지 주님을 예배하는 사람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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