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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970

전쟁과 고양이 전쟁과 고양이 2019년 9월 9일 월 아내와 걸었다. 민간인보다 군인이 더 많은 거리. 아직 동서남북과 큰 거리 외에는 분간하기 힘든 낯선 동네다. 밤에 거리를 걷기는 처음이다. 고등부 학생을 만나고 온 아내는 저녁을 먹고 서점 이야기를 하다 '같이 갈래요?'라며 물었다. "그럴까?" 우린 그렇게 한 마음이 되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일주일 내내 전쟁이었다. 갑자기 잡힌 이사 일정은 어느 것 하나 준비하지 못하게 했고, 350km나 되는 머나먼 거리는 간다는 생각 자체만으로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왔고, 시간은 흘러 일주일이 지난 것이다. 정확하게는 10일이 지났다. 오늘 아침까지 집은 이삿짐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얼마 되지 않아 보인 책들이 풀어놓으니 쌓아도 쌓아도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상이야기 2019. 9. 9.
정동진에서 삶을 묻다 정동진에서 삶을 묻다 "어디로 갈꺼야?""남애리""좋아 가자" 그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아직 태어난 곳에서 2km도 벗어나지 못했을 때 지도를 보고 동해안 여행을 꿈꾸었다. 많은 도시와 지역대표상품이 있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동해안을 따라 우산표시가 붙은 수많은 해수욕장만이 눈에 들어왔다. 부산 달맞이 고개를 기점으로 해운대 해수욕장은 남해에 속하고, 송정해수욕장부터는 동해이다. 송정, 일광, 임랑, 나사, 진하, 주전몽돌, 정자, 관성솔밭, 봉길, 나정고운, 오류, 삼정, 포항송도, 영일정, 칠포, 오도리간이, 월포, 조사리간이, 화진, 장사, 남호, 하저, 오보, 경정, 대진, 고래불, 백석, 후포, 구산, 기성망양, 망양정, 봉평, 후정, 나곡, 고포, 월천, 용화, 원평해변, 부남, 맹방.. 일상이야기 2019. 8. 21.
대추 한알 / 장석주 대추 한알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일상이야기/일반문학 2019. 8. 12.
현충일, 동성로를 걸으며 오늘은 현충일! "새로운 힘이 깨어나고, 모든 것이 무너진다."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월곡로를 가로질러 상인역으로 가는 356번 버스에 올랐다. 어제 예약한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아내는 기생충과 다크피닉스 중에서 한 개를 고르라고 했다. 마블 마니아는 아니지만 신화의 세계에 흠뻑 빠진 나에게 기생충은 나중으로 미루고 다크피닉스를 선택했다. 아내는 못내 아쉬운 듯, 집에 돌아올 때도 혼자라고 보게 될 것 같다는 예언적 언어를 발설한다. 사람의 언어에 창조적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말한 대로 된다 하지 않던가. 그러나 아직 미래는 오지 않았다. 자신 안에 엄청난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진, 자신의 잘못으로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그녀를 버린다. 다른 엑스맨들과 팀을 이루어 사람들을 위기.. 일상이야기 2019. 6. 6.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자신이 꿈꾸는 어떤 대상을 자신으로 착각 또는 속여 살아가는 증상이다. 거짓을 말하면서도 전혀 거리낌을 갖지 못한다. 탁월한 언벽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속는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이다. 미국의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지은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 1955)에서 처음으로 사용됐고 '리플리 병'이나 '리플리 효과'라고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그 소설 속 주인공인 톰 리플리와 유사히 말하고 행동하는 실제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 일상이야기/목회칼럼 2019. 6. 4.
오래된 추억, 김광석 거리를 거닐며 오래전 이야기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직 오십대로 접어들기 전, 아내와 난 김광석 거리를 걸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절, 아내는 우울해하는 나를 위해 김광석 거리를 거닐자고 제안했다. 불편한 마음, 하지만 묵묵히 따라나섰다. 오십이 다 되도록 무엇하나 이룬 것 없고, 무엇하나 잘하는 것이 없다. 아내는 내 손을 잡아 이끌며 '힘내요 여보' 말한다. 아직 밤이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가 가까이 온 탓이리라. 태양은 여름이 주는 잉여의 시간을 서슴없이 지상에 뿌린다. 삼삼오오. 사람들은 그렇게 적지도 많지고 않게 거리를 거닌다. 이십 대, 삼십 대, 사십 대, 그리고 가족들, 낯선 타지의 언어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타지의 거리는 어떨가?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일까? 고른 연.. 일상이야기 2019. 5. 14.
부활절 칼럼 모음 고난 주간도 벌써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오늘은 주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성만찬을 하는 시간입니다. 성경상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붙들려 대제사장에게 심문받습니다. 금요일 오전은 빌라도에게 넘겨지고, 결국 십자가 형에 처해집니다. 오후가 되면 주님은 십자가에서 운명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압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은 부활은 새로운 시대를 가져올 것이고, 새로운 삶을 선물로 줄 것입니다. 그동안 써온 부활절 칼럼을 한 곳에 모았습니다. -부활절 침공 안식 후 첫날, 여인들은 예수님께서 장사되신 무덤을 찾았다. 그러나 예수님은 거기-무덤에 계시지 않았다. 왜일까?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천사들이 여인들을 향하여 이렇게 질문한다. “어찌하여 산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 여기.. 일상이야기/목회칼럼 2019. 4. 18.
다이몬(daimon) , 내면의 목소리? 아니면 현자 다이몬(daimon) 소크라테스는 다이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다이몬은 내면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소리다. 그런데 에라스무스는 다이몬이 현자라고 말한다.(우신예찬) 성경에서 양심은 모호하다.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아니지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판단의 가치를 가질 때 양심은 쓸모가 있다. 일단 바울이 사용한 '양심'의 표현들을 살펴 보자. 로마서 9:1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참말을 하고 거짓말을 아니하노라 나에게 큰 근심이 있는 것과 마음에 그치지 않는 고통이 있는 것을 내 양심이 성령 안에서 나와 더불어 증언하노니 롬 9:1에서 바울은 양심이 '성령과 함께 증언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양심은 성령은 아니지만 성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울은 양심을 중립적인 어떤 것이기 보다.. 일상이야기/팡......세 2019. 4. 1.
그래도 꽃은 핀다. 그래도 꽃은 핀다.2019년 1월 31일 그러보니 오늘이 1월 마지막 날이다. 한 달이 다 되도록 비 한방울 내리지 않던 메마른 대지를 갈증을 호소한다. 이제 양산에 있을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생소하고 낯선 양산. 이제는 어느 정도 눈에 익은 듯하지만,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한다. 삶은 부유하듯 흘러간다. 그러나 차곡차곡 쌓여진 누적된 일상은 삶이 결코 허망하지 않음을 일깨운다. 아내의 권면으로 다시 시작하는 공부. 헬라어 교본을 꺼내 읽고 쓰고 연습하고 있다. 언제나 헬라어 성경을 끼고 살았지만 언어에 젬병이었던 나는 읽을 수는 있으나 정확한 문법을 알지 못해 전전긍긍하기 일쑤였다. 교본은 메이첸의 교본집을 기본텍스트로 삼아 재서술한 신성준의 이다. 의외로 설명도 잘 되어 있고, 읽기도 편한다. 책.. 일상이야기 2019. 1. 31.
일본전통 목각 인형, 코케시 닌교(こけし人形)를 닮은 그녀 일본전통 목각 인형, 코케시 닌교(こけし人形)를 닮은 그녀 길을 가다 어느 회집을 지나친다. 아내가 전시된 목각 인형을 보며 묻는다. '저 인형 나랑 닮지 않았아?' 그러고 보니 닮았다. 보기는 많이 보았지만 이름도, 뜻도 모르던 횟집에 장식된 인형일뿐 이었는데, 아내는 자기와 닮았단다. 인형의 이름은 코케시 닌교(こけし人形)란다. 내친김에 사전을 찾아 보았다.こけし[小芥子](일본) 東北 지방 특산의 손발이 없고 머리가 둥근 여아(女兒) 모양의 채색 목각 인형.(=동의어こけし人形·木ぼこ)자료를 더 찾아보니 에도시대(1600-1868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옵니다. 머리와 몸통만 있는 것이 특징이죠. 건강한 여자아이를 본떠 만든 것이며, 얼굴 부분은 ‘미즈키(水木, 층층나무)'로 만든다. 나무 이름에 물 .. 일상이야기 2018.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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